0피곤하다. 힘들다. 집에 가고 싶다. 자고 싶다. 아주 익숙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문장이지 않은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 대부분은 이 문장들을 하루에도 여러 번 자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그러니 나보다 더 바쁘고 학교도 다녀야 하는 당신들은 당연히 더 그럴 것이다. 당신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 되어서야 이런 말들을 뱉는다면 그나마 낫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오자마자 머리의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에 자신의 피곤함과 침대에 대한 사랑을 피력하는 당신들도 많을 테니 말이다. 학교에 다니면 다닐수록, 지치고 힘들고 피곤해진다. 거기에 더해 건강 챙겨야 하는데, 운동해야 하는데, 비타민(때로는 홍삼, 영양제) 먹어야 하는데 같은 말들도 점점 더 자..
2018년 10월, 강서구 PC방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의 우울증 진단서가 제출됐다. 이 사실이 보도된 후 의 제목으로 올라온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현재 1,192,049만 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가뿐히 경신했다. 청와대 청원 답변 기준 인원인 20만 명을 충족한 후에도 보란 듯이 그 5배에 달하는 인원이 더 찾아가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무고한 이의 이유 없는 죽음으로 인해 물꼬가 터진 논의는 담당의 남궁인이 피해자의 상해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SNS 게시물로 인해 폭발했다. 뜨거운 지지를 얻은 청원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 ⋯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될까요? 세상이 무서워도 너무 무섭습니다." 당시 김성수의 심..
저기, 무지개 굿즈라도 들고 올까요? 어느 아침, 꿀잠을 자고 있던 당신을 누군가가 세차게 흔들어 깨운다. 그 사람은 당신이 지금 엄청난 위기에 처해있어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당신은 집 밖으로 이끌려 나간다. 당신은 난민이 되었다. 출국 직전에 들은 바로는, 당신은 이제 어디로든 도착해 난민신청을 받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은 당신이 난민으로 인정받을만한 어떠한 증거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신을 도운 사람들은 난민 신분에 대해 짧게 설명해주었다. 국적, 종교, 정치, 인종, 그리고 특정 집단을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아 더는 그곳에 있을 수 없게 된 이들이 난민이다. 당신은 ‘특정 집단’이기 때문에 살던 곳에서 내몰렸다. “당신이 동성 파트너와 키스를 하..
제목은 현실문화에서 2015년에 나온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에서 따 왔다.[”남자가 어쩌다가...“] 나는 어쩌다 보니 사람들에게 ‘남페미’ ‘버팔로’ ‘보빨러’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사람 중 하나다. 우선 그 배경부터 설명을 간략하게 해야겠다. 나는 15년에 메갈리아가 생기고 그 이후 일련의 사건들이 생기고 나서도 생각에 별 변화가 없던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에도 완전히 남자들만의 세상에서 살았고, 중고등학교는 모두 남학교여서 또래의 여성과 대화를 제대로 나눠 본 적도 손에 꼽는다. 비슷한 환경에 있던 남성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나 또한 성차별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이는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여성에게만 건네어지는 종류의 말들에 대한 인식이라도 하..
0나는 한남이다. 그것도 평범한 한남이 아닌 ‘특급’ 한남이다. 난 소위 TK라 통칭하는 대구/경북, 그중에서도 경상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19년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남중/남고 코스도 수료했다. 남고가 붙어 있던 중학교는 1개의 반에 40명씩, 학년 당 총 11개 학급으로 이뤄진 큰 규모의 학교였다. 점심시간마다 남자들이 개떼처럼 새까맣게 뛰어다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나는 한남들과만 관계를 맺었고 한남들끼리만 생활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뛰어난 한남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스스로의 한남스러움을 피력하는데 활용된 위 경험들이 지역이나 출신, 학력 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적과는 별개로 내 삶의 궤적을 한남이라는 단어로 의..
공일오비도 어언 10호를 맞이하였습니다! (짝짝짝) 그렇지만 백몇 호를 찍고 있는 모 교지나, 몇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 교지 등 다른 교지들에 비하면 짧은 역사지요. 그래도 ‘10’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를 생각하다가, 문득 공일오비의 시작이 궁금해졌습니다. 공일오비의 탄생연도는 불과 5년 전인 2014년. 이미 여러 교지가 있던 상황에서 공일오비라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요? 초대 편집장은 어떤 생각과 의도에서 공일오비를 만들게 된 것일까요? 당시 편집위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공일오비를 만들었을까요? 그래서 직접 들어보기 위해 모셨습니다! 현 공일오비 편집위원들과 초대 편집위원들의 만남~ :: 모신 편집위원들 :: ◇ 희조 : 초대 편집장. 1호와 2호에 참여했다. 현재는 잡지사 에디터로 활동..
공일오비는 매 학기 신입 편집위원을 모집하고 있어 매 호 편집위원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편집위원들은 자기가 참여한 호, 그 전 호에 대해서는 알아도 그 이전의 공일오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요. 그건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10호 특집! 공일오비의 역사를 훑어보기 위해 1호부터 9호까지 어떤 글들이 실렸나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습니다. 각호에 실린 모든 글을 소개하면 정말 좋겠지만 지면상 어렵겠지요. 대신 공일오비 편집위원들이 1호부터 9호까지 전부 읽고 각 호마다 취향껏 글 하나씩을 뽑아보았습니다. 먼저 각 호마다 후보 글을 3개씩 뽑고, 편집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그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티스토리에는 웹의 특성을 활용하여, 티스토리에 올라와 있는 ..
공일오비가 10호를 맞이하였습니다. 10. 자리수가 바뀌는 만큼 기념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십진법이라서 의미 있는 숫자지만, 우리는 십진법을 사용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기념할지 생각해 본 결과, 공일오비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에서 10이 되기까지, 2014년에서 2019년이 되기까지 무엇이 있었고, 누가 무슨 생각으로 이 길을 걸어왔는지를요. 자신의 뿌리를 알고 뿌리부터 튼튼해야 앞으로 뻗어 나갈 가지도 왕성하게 자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준비한 기획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결과물로서의 공일오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획입니다. 그동안 공일오비에 어떤 글들이 실렸고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또 하나는 사람을 통해 공일..
0. 들어가며 지금, 페미니즘은 뜨거운 감자다. 자신을 ‘페미니즘 지지자’로, 혹은 ‘페미니스트’로 명명하는 여성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나와 다수의 내 지인들 역시 그중 하나다. 그리고 이처럼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페미니즘 실천’은 흔한 고민거리가 된다. “페미니스트라면 -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것들 말이다. 페미니즘이 끼어든 후의 삶은 어쩌면 당연히, 페미니즘을 알지 못하던 때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어떠한 운동이라도 자연스럽게 그로써 변화된 삶의 모습, 행동으로 나타나는 무언가를 요구하곤 한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 페미니즘에서 페미니스트로서의 to do 리스트가 등장하고 가장 많은 논쟁점이 탄생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
수업이 사라졌다 2019년 1학기, 막 학기 시간표를 짜려는데 도무지 넣을 과목이 없다. 전공과목 수는 줄었고 들으려고 했던 교양수업은 개설되지 않았다. 예년보다 수업∙강사배정도 늦어지면서 수강 신청 직전에야 겨우 시간표를 짤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학사제도 전면개편이 수업의 질 향상과 “연세 공동의식 함양”을 위해서 였다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강사법 때문이다. 8월부터 시행되는 강사법에 앞서 교과과정 개편을 명분으로 시간강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서 확보한 ‘강사법 시행 본교 인사정책 수정사항’ 문건에는 “강사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사TO제와 강사 책임강의시수제를 올해 1학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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