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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대하소설 <토지>. 토지는 외국에 얼마나 많이 알려져 있을까? 안타깝게도 토지의 번역 출간 현황은 만족스럽지 않다.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 등 5 언어로 번역본이 나와 있으나 이조차도 5분의 1 정도가 번역돼 있을 뿐이다. 그러던 작년(2016) 일본에서 드디어 토지의 완전판 간행이 시작되었다. 일본 유학에 오른 그대로 정착해 1 출판사 ‘CUON’(쿠온) 차린 김승복 대표가 시작한 것이었다. 이미 토지 1, 2편을 출간했고 올해는 3, 4, 5편이 나올 예정이다.

 

대표는 <채식주의자>(한강) 비롯해 <원더보이>(김연수), <두근두근 인생>(김애란), <설계자들>(김언수) 등을 한국 문학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차례차례 출간하며 일본에서 한국 문학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그는 책방 주인이기도 하다. 2015, 160 개의 헌책방 북카페가 모여있는 도쿄의 유서 깊은 책방 거리 진보초(神保町) 북카페チェッコリ’(책거리) 냈다. 공간에는 우리에겐 친숙한 여러 한국 작품들이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많은 작가와 문화인들이 이곳을 다녀갔고, 흔적을 남겨놓았다. 한국 책을 판매하지만 한국적이지만은 않은, 그냥 지나가다 들르기도 매력적인 책방이다.

 

글은 이제는 대표님이 아닌 언니라 부르고 싶은 승복언니가 들려주는 책방과 이야기다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당신도 한 번쯤 찾아가고 싶을 것이다.



주소: 101-0051 東京都千代田区神田神保町1-7-3 三光堂ビル3

(도쿄도 지요다구 간다 진보초 1-7-3 산코도빌딩3)



 


진보초를 말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곳 진보초에는 에도시대, 그러니까 거의 150 전부터 지금으로 말하면 대학 같은 것이 있었어요. 대학이라는 명칭은 아니지만 귀족 자녀들이 공부하는 기관이 있었어요. 학습은 책으로 이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동네 자체가 책을 구입, 유통하는 구조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면서 동경대도 가깝고 메이지 대학도 바로 옆이니까 대학가가 형성된 거예요. 한국도 그랬지만 대학가에는 으레 서점이 많았어요. 여기도 중고서적과 교과서를 사고팔고 했던 곳이었대요. 일본은 세계 2차 대전 많은 폭격을 당했는데 거리는 폭격을 맞지 않았대요. 연합군 측에서 이곳은 책이 많은 곳이니까 일부러 폭격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랬을 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아직까지 문서로 발견되지는 않아서 다들 퀘스천이에요. 아무튼, 그런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현재 헌책방이 180 정도가 있고 250 개가 넘는 출판사가 모여있어요. 작은 지역에 이 정도면 굉장히 많은 거죠. , 진보초는 일본 명실상부한 책방 거리예요. 세계적으로도 드물죠.

 

책방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해요. 점점 보면 글로벌 기업, 내셔널 체인점이 많아져요. 저희가 여기 들어온 1 반이 지났는데, 사이에도 많이 바뀌었어요. 책방이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그래도 다른 데에 비하면 일본 내에서는 굉장히 책방이 많은 곳이죠. 빌딩에 15개의 헌책방이 모여있는 [각주:1] 있잖아요. 이건 정말 특이한 거죠. 우리 옆집[각주:2] 120 됐어요. 100 넘은 데가 군데 돼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런 곳들이 유지가 되냐고 다들 고개를 갸웃하는데,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더라고요. 책방 주인이 다들 건물주인 거예요. 3대째 물려주면서 책방을 하고 있는 거예요. 자기 빌딩이니까 집세를 내지 않고 그냥 운영하면 되는 거죠새로 진출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진 않아요.

 

같은 사람은 새로 들어온 사람이에요. 특이한 진보초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렇게 작은 책방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어요. 독립서점이라고 하는, 점주가 자기 취향에 맞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책을 셀렉팅하는, 책만이 아닌 책과 다른 무언가가 융합되어 있는 책방이 많이 늘어난 같아요최근에 일본에는 <本屋、始めました(책방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작년 오기쿠보(荻窪) ‘Title’이라는 서점을 분이 책이에요. 그런 것들이 늘고 있죠. 그렇게 되었는가. 한국은 그렇게 계기가 있어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어느 서점이나 똑같은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게 되면서 어디서 사든 같은 가격이면 작고 특색 있는 서점이 매력적이잖아요. 그러니까 작은 책방이 장사가 되는 구조가 되는 거죠. 근데 일본은 예전부터 도서정가제를 해왔어요. 한국은 도서정가제란 답을 주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데, 일본은 납득할 만한 답은 없는 같아요. 하지만 유난히 책을 좋아했는데 특별히 없으니까 책방 하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해요. 없으니까. 책방을 한다고 하는 소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답변이기도 해요. 말고 잘하는 것도 없고, 재밌고.


辻山 良雄(츠지야마 요시오). <本屋、始めました>(책방, 시작했습니다), 苦楽堂(쿠라쿠도)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책방

 

저희는 사실 서점이기 전에 출판사예요. 하지만 출판사만 했으면 분명 망했을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책방을 하면서 현금이 돌기 시작했어요. 이거 굉장히 해피한 이야기예요. 해피한 표정을 지으면서 얘기해야 하는데 뭔가 비장하죠. 하하. 1 동안 책방을 해봤어요. 책을 팔고 이벤트를 열어요. 이야기를 파는 거죠. 이렇게 돈이 돌기 시작하니까 저희가 작년에는 책을 별로 냈는데, 올해는 달에 1, 12권을 생각이에요. 장사 거죠.

 

한국에서 일본 관련 번역서가 1,000권 정도 나온다고 하면, 일본에선 한국 책이 10 정도 나온다고 보면 돼요. 규모가 100분의 1 정도인 거죠. 아주 적죠. 그래서 저는 <한국 문학 시리즈> 내면서 한국 문학이 재밌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퍼뜨리고 있어요. 바이러스는 감염을 목표로 하잖아요. 지금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독자들뿐만이 아니에요. 독자들을 모아서 북토크나 저자와의 대화 같은 이벤트를 하면 사람이 모이잖아요. 그럼 어떤 작전을 쓰냐면, 출판사 편집자들을 초대해요, 한번 와보라고. 와서 독자들의 열기를 보잖아요. 그럼 , 한국문학이 재밌구나, 하고 완벽하게 감염이 되죠. 그럼 다음 단계로 이렇게 재밌는 있는데 너도 한번 내봐라는 식으로 제안을 하죠. 그런 식으로 출판된 책이 많아요. 중견 출판사가 우리도 시리즈로 내보겠다고 하기도 하고. 올해는 그런 책들이 많이 나올 거예요.


저희는 문학작품 중심인데, 문학작품 외에도 재밌는 것이 많아서 <日本語で読みたい韓国の本(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 책)>이라는 책자도 만들어요. 한국 중에서 번역이 책들을 일본 출판사에게 소개하는 거예요. 그럼 이 중에서 번역해서 출판하는 곳도 생겨요. 이걸 5 해왔어요. 그리고 이런 얘기를 우리 입으로 얘기하는 아니라 일본의 유명한 오피니언 리더들, 예를 들면 소설가라던가, 번역가, 평론가 같은 사람이 추천글을 써요. 그렇게 되면 설득력이 있죠. 뭐랄까 약간 사기 같은 것이죠. 저흰 이미 (한국 작품의) 마법에 걸려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마법에 걸리게 하는 거죠


일본어로 읽고싶은 한국 책 5호 ⓒCUON


작가분들도 많이 오게 해요. 책방이 매력적이어서 아닌 같고요. 저희가 출판사잖아요, 저희가 그분들의 책을 냈으니까 부르는 거죠. 한국 작가들은 한국에서만 유명해요. 일본에서는 모르잖아요. 그렇다면 일본의 유명한 작가랑 같이 부르는 거예요. 그럼 일본 작가의 팬들이 와서 한국 작가들을 알게 돼요. 이건 굉장히 흔한 수법이에요. 김연수라면 히라노 게이치로랑 엮어보고, 은희경이면 나카지마 교코하고 엮어보고, 한강이면 나카가미 노리랑 엮어보고

 

<카스테라> 박민규 작가의 흔적도.


독자들에게는 한국적인 것보다 보통의 문학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요. 저희가 내고 있는 소설이 한국적 풍토성이 강한 것들이 아니에요. 그냥 보편적인 이야기예요. 이름이 철수나 영희일 뿐, 일본의 田中(다나카) 나와도 크게 문제가 없는 작품들이죠.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이 감동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요. 거기서부터 스타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게 한국 문학이었네라고 뒤늦게 아시는 분이 많고 그렇게 후기를 올려주시는 분이 많아요. 그건 제가 원했던, 제가 설계했던 대로 되고 있는 거죠. 저희는 이렇게 접근성을 용이하게 다음 조금 향토성이 있는 <토지>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저희 같은 설계자는 뭐랄까, ‘사기같은 있어야 해요.


 

책은 언제나 가까이에

 

저는 어려서, 글자 읽기도 전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아니 책을 좋아한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했대요.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막 지어내서 이야기하잖아요. 우리 엄마는 옛날 얘기를 잘했는데, 그럼 내가 따진대요. 이야기 속에 콩쥐가 늦게 일어나서 밥도 얻어먹고 엄마도 따라갔다고 그러면, 꼬마 떼기가 걔는 늦게 일어나가지고 따라갔는지 자기가 얘기를 만든대요. 그러면 우리 엄마가 거기에 맞장구를 쳐서 얘기를 만들어주고 그랬었대요. 너무 귀찮았대요. 하하. 그래서 글을 가르쳐줬대요. 학교 가기 전에 글을 깨친 거예요. 책을 읽으라고 그랬는지, 게으른 엄마였는지. 아무튼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책은 있었던 같아요.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나는 계속 읽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이 컴컴해도 읽을 있어요. 근데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오면 난리가 나는 거죠. 불이라도 켜고 읽으라면서. 근데 한국말에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라는 말이 있대요. 어렸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가난한 같아요하하.

 

요즘 열심히 읽는 것은 평전, 전기, 자서전 같은 책이에요.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를 쓰거나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평전으로 것들 있잖아요. 한국은 지금 정치의 계절이니까 문재인이나 다른 정치인들, 그밖에 나이키 창업자인 나이트나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도 읽어봤는데 굉장히 재밌어요. 사람들은 일상을 얘기하진 않잖아요. 우리보다 한 단계 위에서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방향을 설정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것들은 어떨 감동적이에요. ワンランク上のものみたい。( 차원 위의 같다) 비전, 이상, 가치 같은 것이 주는 감동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장사하는 사람이니까 책을 팔아야 하잖아요. 그럼 글자가 너무 빽빽하지 않으면서 임팩트가 있는 에세이, 그림이 들어간 ,  추리 서적 같은 것도 읽어봐야 해요. 일본 출판사들에게당신의 출판사에서 내면 좋을 책들이 이런 거예요라고 소개하려면 최신의 책들도 읽어놔야 해요. 장사용이죠. 반대로 일본 중에 한국 출판사에게 권하는 책들도 있어야 돼요. 그래서 읽죠.

 

한국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이후로 갑자기 페미니즘이 올라온 경향이 있는 같아요. 일본은 사회적인 이슈로 인해 특정 장르의 책들이 관심을 받는 경우는 드문 같아요. 한국처럼 사회 전체가 어떤 책에 꽂히는 못 봤어요. 그 말은 다시 말하자면 다양한 거죠. 일본은 사이즈가 것도 있어요. 사이즈가 크면 뭉치기도 어렵잖아요. 한국은 사이즈가 작으니까 어딘가 집중하라고 하면 집중할 있는 같기도 하고. 그게 좋은 점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죠. 한국에서 천만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오직 영화만 있다는 거잖아요. 다른 영화는 곳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너무 장르나 하나의 책만이 회자되는 것은 위험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다른 것들이 묻혀 버리기 때문에.

 

저는 책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저는 책으로 하지만 누군가는 요리로 하고, 누군가는 춤으로 하고, 누군가는 상품 디자인으로 하고, 그림으로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뭐랄까 사람들은 전부터, 혹은 책을 많이 알게 중세, 근대부터 책에 대한 어떤 憧れ(아코가레, 동경) 있는 같아요. 책을 좋아하면 엘리트라는 인식도 있고.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먼저 점수를 줘버리는 경향이 있는 같아요. WAKAMONO씨도 제가 책방한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잖아요. 책은 사람을 눈멀게 하는 매력이 있는 같아요.






 책방은  혼자서 운영하지 않아요. 5명의 점장이 요일별로 바꿔가며 일하고 있어요. 다들 일본분들인데, 따로 모집을 해서 모은  아니라 저랑 오래전부터, 혹은  번의 계기가 있어서 만난 사람들이에요. ‘  사람이랑 일을   해보고 싶네’, ‘ 친구랑 한번 사귀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저는  책방을 하려고 3 전부터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사람이랑 일을   해봐야지하고 속으로 미리 찜해놨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발라놓은 거예요. 그리고 오픈 준비를 하면서 홍보를  맡아줄래?’라며 홍보를 부탁했어요. 오픈하기 전인데 3개월 전부터 홍보를 시작한 거예요. 가게를 계약했다, 가구를 만들고 있다, 이런 책을 들일 생각이다, 이런 것들을 전부 SNS 올렸어요. 스토리를 만들었던 거죠.  



어느 날 사무실에 편지 하나가 왔어요일본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사노 요코(佐野洋子) 40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갖고 있다는 어느 한국 노교수의 편지였어요사노 요코는 <100   고양이> 한국에서도 유명한데그녀의 책을 읽어보면 ‘미스터 라는 사람이 나와요 사람이 누구인지 이제껏 미스터리였어요그런데  사람이 저한테 그동안 사노 요코와 주고받은 57통의 편지를 부친 거죠.  둘은 1960년대 독일에서 만났어요편지에는 어린 시절남과 여결혼과 이혼정치경제예술  그야말로 사노 요코의 생각과 인생관이 모두 담겨있었어요그걸 품에 안고 40 동안이나 갖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하겠다는 거예요사노 요코의  번째 남편이자일본의 국민 시인인 다나카와 슌타로씨에게서 미스터 최가 사노 요코에게 보낸 답장도 얻어서   수록할 예정이에요. 


<親愛なるミスタ崔: 隣の国の友への手紙>(친애하는 미스터 : 이웃나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현재 일본에서 예약 판매 중이다.  외에도 <토지> 3, 4, 5권과 한국 문학 시리즈 속편으로 <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 <아오이 가든>(편혜영) 출간될 예정이라고.



  

 



글 WAKAMONO (기고)

팟캐스트 <책이랑톡톡>합니다.


  1. 一誠堂書店(일성당 서점). 창업 108년을 맞은 서점. [본문으로]
  2. 三省堂書店(산세이도 서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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