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나는 대뜸 수수에게 그랬다. “우리 여행 가자.”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받아 칠 줄 알았던 녀석은 나를 빤히 보다가, 들고 있던 젤리를 입에 휙 던져넣고는 그랬다. “유럽. 겁나 멋있게.”“파리.”“받고 체코.”“콜.” 그 뜬금없는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에펠탑 보면서 와인 마시고 싶다, 와인 마실 줄은 아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뭐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 자리로 돌아가 앉아 책을 펼치며 방금 한 대화가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단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머릿속 여행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책을 한 장 넘길 때마다 베르사유 궁전이, 루브르 박물관이, 센강이, ...... 세상에, 이대론 안되겠다. 당장이라도 여행계..
0. 회색 도시 어느 날 회색 양복을 빼입은 신사들이 도시에 등장한다. 매일 숫자가 불어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들의 노골적인 침투를 알아채지 못한다. 회색 신사들은 “시간 절약. 나날이 윤택해지는 삶!”과 같은 포스터들을 사방에 붙이고, 도시 사람들을 하나둘 꼬드겨 시간 절약 거래를 체결하더니, 이윽고 도시를 장악해버린다. “대도시의 모습도 차츰 변해갔다. 옛 구역은 철거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모두 생략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살린 새로운 집들이 지어졌다. 그 안에 살 사람들에 맞추어 집을 짓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자면 제각기 다른 모양의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모양의 집을 지으면 돈이 훨씬 적게 드는 데다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하는 이점이 있었다. (...) 다른 점이..
¡Hasta luego! 크리스마스 이브가 마감이었던 전공 기말 보고서를 끝내고 일주일 뒤 1월 1일. 우발적으로 발권을 했다. 3월 13일 출국, 5월 3일 입국. 50일의 남미였다. 남미를 선택한 것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미장셴 때문이었다. 그 장면은 CG였지만, 지구상에서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과 가장 비슷하다 하여 실제로 보고 싶었다. 그 뒤로 우유니 사막에 가는 것은 항상 마음 속에만 적어 놓은 버킷 리스트였는데, 기말고사를 준비할 때 우유니 사막에 꼭 가겠다고 SNS에 적어 놨다. 글을 공개적으로 적어 놓으니 정치인의 공약처럼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고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숙제 같은 의무감이 생겼다. 이래서 꿈이나 계획은 주변에 말하고 다녀야 한다는 걸까? 결과적으로 그 글은 반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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