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그리고 마음. 사람들은 종종 이 둘을 구분하여 생각한다. 마음과 생각이 진정한 ‘나’라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몸은 내가 세계를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틀, 나를 규정하는 첫 외곽이자 내가 감각하는 오롯한 현실이 된다. ‘나’를 이해한다는 것에는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알아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내 몸을 관찰하고 받아들이면서 몸과 친해지는 시간 또한 포함된다. 월경 기간에는 잠을 얼마나 자야 그나마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매운 것까지 탈이 나지 않고 먹을 수 있는지, 여행을 다닐 때는 얼마나 걸어야 지치지 않고 적당히 좋은지는 모두 ‘나’의 특성과 한계에 대한 중요한 앎이다. ‘습관’이랄 것은 거의 모두 몸의 영역이며, 친구의 발소리와 말투..
장에 가지런히 걸린 옷을 마주하고 서서 무엇을 입어야 할지 생각한다. 그러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청바지와 체크 무늬 남방. 흔하되 무난한 선택이다. 시도해보지 못한 상위와 하위의 조합, 곧 새로움에 관한 상상은 한없이 빈곤하다. 서둘러 옷을 꿰어 입고는 밖으로 향한다. 거울은 확인하지 않는다. 설령 본다 하더라도 의례적인 행위에 그칠 뿐이므로. 단, 향수만큼은 주의를 기울여 고르려고 노력한다. 여름에 어울리는 ‘우드세이지 앤 씨솔트’ 를 뿌릴까 하다가 결국 ‘스타워커’ 를 집어든다. 다소 중후하긴 하나, 우디계열의 나무열매 향인 middle note와 달달함이 섞인 base note가 매력적인 녀석이다. 그러고 보면 향은 아침마다 내가 오로지 나의 의지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다...
“서울 지하철 4호선은 이주노동자의 ‘서울’ 안산과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이 있는 이태원을 잇는다. 안산에서 쭉 올라오다 삼각지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 지나면 이태원에 이른다. 가끔은 시험에 드는 순간이 닥친다. 어느 주말 오후 한산한 지하철, 4호선 사당역쯤에서 지하철을 타면 적잖은 이주민들이 앉아 있다.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과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의 옆자리가 동시에 비었다. 아니, 한두 자리가 비었다면 그건 이주민 옆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자, 어디에 앉을까? ‘저는 차별하지 않아요’ 몸으로 말하듯 이주민 옆자리에 앉는다. 되도록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한참이 지나면, 깨닫는다. 다르긴 다르다. 냄새가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 이 불편함, 너무 익숙하다. ..
- Total
- Today
- Yesterday
- 공일오비11호
- 공일오비
- 신촌
- 연희관015B
- 공일오비10호
- 몸
- 공일오비8호
- 공일오비9호
- 공일오비7호
- 윤희에게
- 공일오비6호
- 연희관공일오비
- 홈리스
- 공일오비4호
- 공일오비3호
- 연세대학교
- 페미니즘
- 총여학생회
- 공일오비12호
- 코비컴퍼니
- 도시
- 책방
- 공일오비13호
- 사회과학교지
- 10호특집
- 여행
- 퀴어
- 영화비평
- 죄많은소녀
- 너 화장 외(않)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