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Universe)를 넘어선 메타버스(Metaverse). 나는 메타버스에 한동안 (어쩌면 여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내 무의식을 잠식한 이 '메타버스'라는 놈이 내 꿈에 난입해 들려준 이야기를, 잊기 전에 글로 남기려고 한다. 1부 메타버스 내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접한 건 가상현실 스타트업인 바이너리브이알에서 인턴을 하던 무렵이었다. 사수이자 회사 공동 창업자였던 K님은 항상 출근길에 나를 태우고 회사로 향하셨다. 잠이 덜 깬 터인지라 대부분 시덥지 않은 이야기나 정적이 흐르던 이 시간에 어쩐 일인지 K님은 가상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디오 녹음 파일을 틀으셨다. 연설자는 한창 가상현실 논의로 뜨거웠던 2003년, 세컨드라이프를 창업했던 philip rosedale이었다. "..
염리동은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행정동이자 법정동이다. 한강나루에 가까워, 한양에 소금을 공급하는 배를 타고 온 상인들이 자주 드나들어 소금마을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 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북아현동 재개발로 한창 시끄럽던 시기에 염리동에서도 주민 퇴거가 이루어졌다.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염리동 남부에는 지금 주민 이주가 거의 다 이루어져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텅 빈 조용한 골목에 벽화들만이 남아 있어, 사진 찍는 취미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야기 2017년 1월 어느 날 인사동에서 사진작가 선생님을 한 분 뵈었다. 선생님께 내 염리동 사진을 한 장씩 천천히 보여드리자, 선생님께서는 첫 말씀으로 "염리동에 왜 갔느냐"는 물음을 먼저 물으셨다. 생각해두지 않..
2. 남자라면 ~가깝고도 먼 남자의 화장어쩌면 가까운 남자의 화장 1 : 립스틱 프린스최근 온스타일에서 방영된 ‘립스틱 프린스’는 화장을 아는 섹시한 남자, 일명 화섹남을 내세웠다. ‘프린스’인 남자 아이돌들이 ‘프린세스’인 여성 게스트에게 화장을 해주는 것이다. ‘프린스’, ‘프린세스’라는 단어 선택은 둘째 치고, 내 눈을 잡아끈 것은 바로 남자와 화장의 조합이었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TV 속의 남자 연예인들은 모두 화장을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현무는 BB크림을 발랐는데 수염이 너무 빨리 자라 턱 부분이 허옇게 뜬 것을 가지고 개그를 치고,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서 기름이 너무 많이 올라온다며 파우더를 바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뷰..
0.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1 비비크림 특유의 회색기가 감도는 피부, 진한 일자 눈썹, 빠알간 입술을 한 남자가 지나간다. 자동으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마디 덧붙였다. ‘나 저런 스타일 진짜 싫어’. 친구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돌아온 말은 충격적이게도, ‘너 그거 혐오야.’였다. 띵-했다. 꽤 리버럴한 섹슈얼리티 감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온 내가 혐오자라니.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왜 ‘저런 스타일’이 싫은지, ‘저런’ 스타일은 도대체 어떤 스타일을 말하는 건지 생각해보면 나는 혐오자가 맞다. 하지만 혐오인 줄 알면서도 화장하는 남자에 대한 거부감을 떨치기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2 드럭스토어에 들렀다가 평소 같으면 손등에 몇..
1. 스마트로드샵의 탄생 Why not 포장마차? ‘길거리 음식’, ‘노점상’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아직 왼쪽의 전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런저런 문제로 말이 많다지만 막상 한 개도 없다면 아쉬울 것 같은 ‘포장마차’. 이들은 왜 환영받지 못했을까?노점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대부분은 노점상 운영이 그 의도를 불문하고 사실상의 탈세 행위, 거칠게 말하면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임대료, 사업자등록 등을 통해 일정한 세금을 내는 다른 자영업자들에 반해 노점 상인들은 임의로 공지에서 사업장을 펼친 것이니 제도권 내에서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세금 징수 뿐 아니라 소비자를 위해 마련되어 있는 위생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포함된다.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법적..
1. 구제역의 데자뷰 구제역과 조류독감. 몇 년 전만 해도 사회 전반에 큰 충격과 공포를 가져다주었던 이 전염병들은, 더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속보에도 치킨과 삼겹살을 거리낌 없이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구제역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가축들이 가끔씩 병에 걸리면 놀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안심하고 먹는다니? 여기서 ‘자주’라는 말은 구제역이 2010년대 들어서만 5번째 발생했다는 의미다. 작년에는 김제와 홍성에서, 올해 2월부터는 전국적으로(충청북도, 전라북도, 경기도)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정부 역시도 구제역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정부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농가의 소들은 예전부터 ..
#1.거대한 우주선들이 하늘에, 지구상의 모든 국가 위에 꼼짝 않고 떠 있었다.그것들은 꼼짝 않고 떠 있었다. 거대하고, 묵직하고, 흔들림이 없었다.“지구인들이여, 주목하라.”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멋진 목소리였다.용감한 남자도 울게 만들 정도로 소리의 일그러짐이 거의 없는 멋들어지고 완벽한 사방입체음향이었다.“나는 은하계 초공간 개발 위원회의 프로스테트닉 보곤 옐츠다.” 그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모두들 분명 잘 알고 있겠지만, 은하계 변두리 지역 개발 계획에 따라 너희 항성계를 관통하는 초공간 고속도로를 건설하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너희 행성은 철거 예정 행성 목록에 들어 있다. 이 과정은 너희 지구 시간으로 이 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경청해줘서 고맙다.”확성 장치가 잠잠해졌다. 이를 지켜보는 ..
창전동 사적인서점 북디렉터 정지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사적인서점’. 신촌에서 홍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 건물의 계단을 올라가면 4층에 ‘사적인서점’이 있다. 그 이름처럼 ‘사적’이라 길 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방 하나를 가로질러 또 하나의 문을 열면 그곳에 서점이 펼쳐져 있다. 적당한 크기의 아늑한 공간 이곳 저곳에 진열된 흥미로운 책들이 쫄보들의 눈길을 끌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을 운영하는 정지혜라고 합니다. 책과 사람 사이에 만남을 만드는 일을 하는 북디렉터라는 직업을 스스로 창직했고, 작년 10월, 사적인 서점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Q. 먼저 장소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 홍대와 신촌의 중간 지점인 이곳에 서점을 열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
염리동 퇴근길책한잔 김종현 대표 두 쫄보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 요청 전 전화를 드렸을 때 흔쾌히 “오늘 저녁에 오세요!”라고 해주었던 김종현 대표. 그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성격이 책방에도 그대로 묻어 나오는 듯했다. 이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염리동에 있는 ‘퇴근길책한잔’은 밖에 세워둔 조그마한 입간판 외에는 이렇다 할 간판도 걸려있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자 어둑한 조명에 학교 교실의 절반이 넘는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방문 당시 기획 전시를 열고 있던 탓에 언뜻 보기에는 서점인가? 싶을 정도로 책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중앙에는 티테이블과 안락의자가 놓여있었다. 김종현 대표와 한 손님이 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Q. 저희가 둘 다 책방을 실제로 하고 싶다는 것에 공통점이.... 하지마세..
이대 유수연 대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신촌기차역 근처 골목길에 숨어있는 ‘미스터리유니온’이었다. 미스터리유니온은 중국어로 뒤덮인 대로변의 화장품 가게들을 지나 뒤쪽 골목으로 빠지면 아기자기한 가게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화한 인상의 유수영 대표가 맞아주었다. 서너 평 정도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양옆 서가에 천장까지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원목 소재의 서가들과 노란빛의 조명 덕분에 조그마하지만 안락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Q. ‘미스터리유니온’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 추리소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추리소설이 보통 서점에서 구석에, 베스트셀러만 있거나 그렇잖아요. 실물을 눈앞에 두고 보기쉽지 않죠. 한꺼번에 모아놓으면 추리소설 파워도 생기고 매력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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