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이라는 ‘공론장’의 등장6월 28일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 게시판 이용이 정지되었다! 에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이 신고를 폭탄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때에 “학내 성폭력 사건, 남톡방 사건, A교수 사건 등등 님들이 그렇게나 사랑하는 양성평등 같은 건 없어요.”라고 게시글을 작성했던 다른 친구도 어그로 끌지 말라는 댓글과 함께 차단당했다. 에타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를 골자로 한 학생총투표(이하 학생총투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유일하고도 활발하게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중도 앞 대자보에 비해 익명 기반, 짧은 게시글, 게시글에 주석처럼 달리는 댓글 등 쓰기도 읽기도 쉬운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표를 짜기 위해 모두가 깔아두어..
홈리스 행동 사무실에서 ‘개대장’이라 불리는 홈리스(homeless) 당사자분과 나란히 앉아 을 읽고 있는데 개대장님이 책표지에 적힌 글을 보고 한마디 하신다. (표지에는 “내게 돈은 중요하지 않아/ 그러면 뭐가 중요하지/ 사랑.”이라고 적혀있다.)- (단호하게) 사랑은 중요하지 않아요.나도 짐짓 진지해져 물어본다.- 그러면 뭐가 중요한데요?- 목숨.순간 말문이 막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왜요?”하고 묻는다. 그 후로 개대장님의 부당했던 불심검문 일화를 듣지만, 안전지대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저 잠깐 생각할 뿐이다. 홈리스와 마주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홈리스는 단일한 모습이기 쉽다. 집이 없어 불쌍한 사람들 아니면 게으르고 폭력적인 사람들로만 말이다. 그렇기에 홈리스 ..
장에 가지런히 걸린 옷을 마주하고 서서 무엇을 입어야 할지 생각한다. 그러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청바지와 체크 무늬 남방. 흔하되 무난한 선택이다. 시도해보지 못한 상위와 하위의 조합, 곧 새로움에 관한 상상은 한없이 빈곤하다. 서둘러 옷을 꿰어 입고는 밖으로 향한다. 거울은 확인하지 않는다. 설령 본다 하더라도 의례적인 행위에 그칠 뿐이므로. 단, 향수만큼은 주의를 기울여 고르려고 노력한다. 여름에 어울리는 ‘우드세이지 앤 씨솔트’ 를 뿌릴까 하다가 결국 ‘스타워커’ 를 집어든다. 다소 중후하긴 하나, 우디계열의 나무열매 향인 middle note와 달달함이 섞인 base note가 매력적인 녀석이다. 그러고 보면 향은 아침마다 내가 오로지 나의 의지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다...
2년 전 지금보다는 덜 더웠을 이맘때 여름, 세간을 뒤흔든 ‘메갈리아 티셔츠’ 사건이 있었다. 한 성우가 메갈리아4에서 제작한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가 ‘메갈’ 낙인이 찍히고,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출연했던 게임 에서 작업물을 삭제당했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메갈 낙인과 부당해고라는 측면에서 주목했기 때문에, 그 당시 이 사건이 게임업계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사건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게임업계에 휘몰아칠 어마어마한 페미니즘 백래시의 발단이 되리라곤. 단언컨대 게임업계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페미니스트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지난 2년간 게임..
탈코르셋이 새로운 화두다. SNS에는 ‘#탈코르셋_인증’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거나 화장품을 깨부순 사진이 올라오고, 탈코르셋이라며 뷰티유튜버를 그만둔 유튜버도 나타났다. 그렇지만 탈코르셋은 최근 갑작스럽게 탄생한 용어는 아니다. 2015년에 생긴 사이트 메갈리아에서는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인 기제들, 특히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체화해 온 억압 기제들을 ‘코르셋’이라 칭했다. 이를테면 ‘명품을 멀리하고, 조신하며, 더치페이하는 개념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을 개념녀 틀에 끼워 맞추려 하는 것은 코르셋을 조이는 행위이고, 그에서 벗어나는 것은 코르셋을 벗는 것이다. 그리고 2018년 현재, 탈코르셋이 다시금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은 코르셋 중에서도 특히, 외모와 ..
사람들의 집단적인 열망이나 목소리를 살피려면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까? 우리는 여러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집회를 들여다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집회를 정계, 노동, 여성 등의 키워드로 추려보았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등 사람들이 그들의 생존을 걸고 광장으로 나와 거리를 행진하며 목소리를 낸 사건이 유난히 눈에 많이 보였다. 분명 특별히 올해만 그런 집회가 많은 것은 아닐 터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을 뿐이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광장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수많은 목소리가 각자의 염원을 담은 슬로건을 광장에 모여 외치고는 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을 오늘도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것이다. (*사..
어느덧 공일오비도 9호입니다! 다음 호면 자릿수가 바뀐다고 생각하니 두근거리네요. 저는 알지 못하는 초대 편집위원들의 손으로 탄생한 공일오비가, 수많은 사람들을 거치고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하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공일오비의 호수가 바뀌듯이 공일오비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바뀌어 가고 있는데요. 이번 호는 남아있던 멤버들보다 새로 들어온 멤버들이 더 많았답니다. 그래서 여전히 공일오비지만, 지난 호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이 구성된 이로비들과 함께 이전 호를 만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독자 모임에서 받은 소중한 의견들을 반영하여 더 나은 공일오비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답니다. 저희의 노력이 독자분들께도 가닿으면 좋겠군요. 이번 호는 지난 호들과 달리 커버..
오로지 결혼관계가 아닌, 새로운 법적 관계에 대한 상상과 실현 꼭 ‘결혼’해서 ‘가족’이 되어야 하나요? 참 피곤한 세상이다. 젊은 여자들은 결혼을 안 하겠다고, 자기네들의 선택을 미혼이 아닌 ‘비혼’으로 부르란다. 동성애자들은 결혼에 미쳤는지 다들 동성혼 합법화를 외친다. 꼭 그 옆엔 십자가와 마이크, 앰프를 짊어진 사람이 동성애는 질병이고 우리 청소년들을 항문섹스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고래고래 화를 낸다. 기성세대는 자꾸 젊은 세대더러 “결혼은 언제 하니”, “때 놓치면 결혼 못 한다”라며 잔소리를 한다. 언론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N포세대’라고 칭하며 나날이 오르는 집값이나 교육비, 취업난 등등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는다. 애 하나 키우는데 드는 돈이 뭐어? 3억? 난 한 달에 백오십 버는데? 이..
“서울 지하철 4호선은 이주노동자의 ‘서울’ 안산과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이 있는 이태원을 잇는다. 안산에서 쭉 올라오다 삼각지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 지나면 이태원에 이른다. 가끔은 시험에 드는 순간이 닥친다. 어느 주말 오후 한산한 지하철, 4호선 사당역쯤에서 지하철을 타면 적잖은 이주민들이 앉아 있다.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과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의 옆자리가 동시에 비었다. 아니, 한두 자리가 비었다면 그건 이주민 옆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자, 어디에 앉을까? ‘저는 차별하지 않아요’ 몸으로 말하듯 이주민 옆자리에 앉는다. 되도록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한참이 지나면, 깨닫는다. 다르긴 다르다. 냄새가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 이 불편함, 너무 익숙하다. ..
0.당신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해 ‘나는 곧 내 몸’이라는 답을 던지는 것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몸은 특별하다. 그리고 특별한 만큼 당연하다. 나라는 존재는 평생 단 한 번도 몸과 분리되지 못하고, 그 몸이 아닌 다른 몸으로 살 수도 없다. 따위의 매우 흥미로워 보이는 부제에 끌려 이 글을 펼친 독자들이라면 당황스러운 도입부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누가 보더라도 타투에 대해 이야기할 것처럼 보였던 글의 시작이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곧 내 몸’이라니.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다행스럽게도 이 글은 분명 타투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몸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전통적이고 중요한 질문이지만, 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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