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국회에서도 약(弱)을 파나요?A. 네, 많이 팝니다! ※ 2020년 9월 2일, 미래통합당의 당명이 ‘국민의힘’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글 전반의 시기, 그리고 인용된 사건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과거의 이름이라는 판단이 들어, 본 글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이름을 국민의힘으로 수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세상이 변한다. 변했고, 변하고 있다. 기득권만이 온전한 것들을 누릴 수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숨어있던 이들은 얼굴을 드러냈고, 침묵하던 이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마땅히 그래야 했던 것들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구불구불, 때론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서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일 인분의 자리! 무언갈 쟁취하기 위해 흘렸던 땀과..
빗자루로 바위 치기- 교내 청소노동자와 함께 겨울을 난 기록 알록달록한 백양로의 기억 봄, 가을이 되면 교정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 (저요~) 주접 조금 덧붙이자면, 원체 아름다운 교정이지만, 봄, 가을의 학교는 특히 아름답다. 목련, 벚나무와 더불어 봄에는 파랗게,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백양로의 나무들은 주말에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아마 지난 2학기에 백양로를 따라 걷다 멈춰, 중도 앞 분수대 언저리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보자. 기억이 새록새록 나지 않는가? 백양로 나무 곳곳에 걸려 있던 새빨간 현수막, 검게 휘갈긴 글씨를 피해 사진을 찍었던 흐릿한 기억이. 중도 앞, 백양누리 지하 스타벅스 앞, 강의동 복도에서 코비 어쩌고, 청소노동 어쩌고하는 대자보를 보..
류석춘의 도전: 2010년대 '위안부' 담론의 지형을 갈무리하며 2019년 9월 19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는 그의 강의 시간에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 ‘궁금하면 (학생이) 한번 해볼래요?’라고 발언하였다. 수강생들이 해당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학내외로 그의 문제적 발언이 공론화되었다. 사건 직후인 9월 22일, 연세대학교 제16대 사회학과 학생회 는 류석춘 교수를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문을 냈다. 9월 24일에는 제54대 총학생회 에서도 입장문을 내고 류석춘 교수를 비판했으며, 연세대학교 동문으로 이루어진 에서도 류석춘을 규탄하는 입장을 이어서 냈다. 2019년 9월 26일,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이하 대책위)가 구성되어 류석춘 교수에게는 사과할 것을, 학..
:: 2019 홈리스추모제에서 :: 1. 무대 뒤로 커다란 플랑이 서 있었다. 플랑은 가림막이자 동시에 울타리였다. 플랑 상단에 적힌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라는 문구가 또렷했다. 넓게 걸린 플랑을 가득 채운 건, 다름 아닌 영정이었다. 어두운 바탕의 플랑 위로 하얀 배경의 영정들이 빼곡했다. 몇몇 영정에는 주인의 사진이 자리했지만, 대부분의 영정은 비어있었다. 출생연 도와 사망이유 등에 대한 글귀가 영정 아래 자그마하게 쓰여 있었다. ‘19XX년도 출생. 사망 원인 : 000.’ 손을 들어 영정의 수를 하나하나 세어본다. 가로 26개, 세로 6개, 약 160여 개의 영정이 겨울바람에 펄럭인다. 160여 개의 글, 160여 개의 삶이 차가운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광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마치 하얀 ..
◆인터뷰 활동 방해하며 불법 촬영…삭제 요구에는 인터뷰 영상부터 지우라며 불응◆본교 재학생을 가택에 침입한 도둑에 비유하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작은 체구의 학생에 가까이 붙어 내려다보고 소리를 지르는 등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학생 위한다고 노동자에게 산타모자 씌우던 용역 업체, 누구를 위한 용역인가 15일 금요일, 두 명의 재학생이 아코디언을 찾아 청소 노동 용역업체 코비 컴퍼니의 사장 박경식(53) 씨에게 불법 촬영을 당하고 폭언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코디언은 그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에 따르면, 박 씨는 청소 노동자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학생들을 불법적으로 촬영했을 뿐만 아니라 인격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하고 면전에서 내려다보며 큰 소리를..
우리 학교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의례가 있다. 입학식, 졸업식, 연고전... 또 하나,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도 추가해야겠다. 2011년에는 용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있었다. 2014-2015년에는 고용승계 요구가 담긴 바람개비로 본부 앞 잔디가 뒤덮였다. 2017-2018년에는 정년퇴직자 결원 충원을 요구하며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두 달 가까이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구체적인 쟁점은 달랐으나 불합리한 노동조건과 비인간적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 더 근본적으로는 노동자의 유연성을 강제하는 ‘비정규직’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사회현상을 다루는 많은 교수들이 ‘문제’로 연구하고 강의해 온 주제다. 직제개편 과정에서 교직원들도 심각하게 직면해야 했던 주제다. 명문사립대..
0피곤하다. 힘들다. 집에 가고 싶다. 자고 싶다. 아주 익숙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문장이지 않은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 대부분은 이 문장들을 하루에도 여러 번 자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그러니 나보다 더 바쁘고 학교도 다녀야 하는 당신들은 당연히 더 그럴 것이다. 당신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이 되어서야 이런 말들을 뱉는다면 그나마 낫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오자마자 머리의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에 자신의 피곤함과 침대에 대한 사랑을 피력하는 당신들도 많을 테니 말이다. 학교에 다니면 다닐수록, 지치고 힘들고 피곤해진다. 거기에 더해 건강 챙겨야 하는데, 운동해야 하는데, 비타민(때로는 홍삼, 영양제) 먹어야 하는데 같은 말들도 점점 더 자..
2018년 10월, 강서구 PC방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의 우울증 진단서가 제출됐다. 이 사실이 보도된 후 의 제목으로 올라온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현재 1,192,049만 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가뿐히 경신했다. 청와대 청원 답변 기준 인원인 20만 명을 충족한 후에도 보란 듯이 그 5배에 달하는 인원이 더 찾아가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무고한 이의 이유 없는 죽음으로 인해 물꼬가 터진 논의는 담당의 남궁인이 피해자의 상해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SNS 게시물로 인해 폭발했다. 뜨거운 지지를 얻은 청원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합니까. ⋯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될까요? 세상이 무서워도 너무 무섭습니다." 당시 김성수의 심..
저기, 무지개 굿즈라도 들고 올까요? 어느 아침, 꿀잠을 자고 있던 당신을 누군가가 세차게 흔들어 깨운다. 그 사람은 당신이 지금 엄청난 위기에 처해있어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당신은 집 밖으로 이끌려 나간다. 당신은 난민이 되었다. 출국 직전에 들은 바로는, 당신은 이제 어디로든 도착해 난민신청을 받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은 당신이 난민으로 인정받을만한 어떠한 증거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신을 도운 사람들은 난민 신분에 대해 짧게 설명해주었다. 국적, 종교, 정치, 인종, 그리고 특정 집단을 이유로 본국에서 박해를 받아 더는 그곳에 있을 수 없게 된 이들이 난민이다. 당신은 ‘특정 집단’이기 때문에 살던 곳에서 내몰렸다. “당신이 동성 파트너와 키스를 하..
수업이 사라졌다 2019년 1학기, 막 학기 시간표를 짜려는데 도무지 넣을 과목이 없다. 전공과목 수는 줄었고 들으려고 했던 교양수업은 개설되지 않았다. 예년보다 수업∙강사배정도 늦어지면서 수강 신청 직전에야 겨우 시간표를 짤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학사제도 전면개편이 수업의 질 향상과 “연세 공동의식 함양”을 위해서 였다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강사법 때문이다. 8월부터 시행되는 강사법에 앞서 교과과정 개편을 명분으로 시간강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연세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서 확보한 ‘강사법 시행 본교 인사정책 수정사항’ 문건에는 “강사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사TO제와 강사 책임강의시수제를 올해 1학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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