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420만, 미씽 115만을 보는 다른 시선 지난해 한국영화의 트렌드 중 하나는 ‘여성영화’였다. 출판시장에서 주디스 버틀러나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 이례적인 판매를 기록했던 것처럼, 여성 감독이 여성 배우를 캐스팅한, 여성에 대한 영화들이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이하 )과 다. 물론 그 열기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에도 일리가 있다. 아직 주류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흥행성적이 증명한다. 2016년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들 중 는 겨우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은 아래에서 세 번째였다. 또 다른 여성영화였던 는 아예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누적 관객 수 약 25만 명). 그렇다면 이 수치는 여성영화 열풍이 실체 없는 요란한 소동에..
주변에 스타벅스 좋아하는 친구 하나쯤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매장도, 스타벅스 음료도, 스타벅스 제품(MD, 푸드)도 주변에서 정말 찾기 쉽다. 덕분에 작년 12월, 스타벅스 코리아는 한국 진출 17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1999년 이대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2017년 1조 클럽에 가입한 유일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되었고, 많은 설문조사에서 20대가 사랑하는 브랜드 1위에 오르고 있다. 잠깐. 20대가 가장 사랑하는 카페가 아니라, ‘브랜드’다. 카페가 브랜드 가치로 주목을 받는 것, 무엇이 우리에게 스타벅스를 브랜드로써 기억하게 한 것일까? 스타벅스를 단순히 프랜차이즈 카페로 여기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스타벅스는 이제 여러 상품 중 하나의 상품으로 커피를 파는 ‘..
서재 문이 열려 있어 바닥에 사랑이가 똥을 쌌다. 이 똥은 누구의 책임일까? 1. 똥을 싼 사랑이2. 서재 문을 열어둔 누군가3. 열린 문을 보고도 닫지 않은 누군가4. 사랑이 똥을 제때 치우지 않은 엄마5. 누구도 아니고 사랑이 똥을 엄마만 치우는 분담 구조6. 사랑이에게 밥을 준 누군가7. 사료 제조업자8. 똥을 가리지 못하는 사랑이의 DNA9. 그 DNA를 물려준 사랑이의 부모10. 사랑이를 키우자고 주장한 필자11. 개를 길들인 인류의 선조12. ... 우리 집 개 사랑이는 열 살을 먹어 놓고도 아직 집 안 모든 곳이 자기 화장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서재인데, 서재 문이 열려있다면 열에 아홉의 확률로 사랑이가 남겨놓은 흔적과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이가 들어가지 못..
혹시 어느 날부터 웃을 수 없습니까? 혹은 웃고 나서 웃으면 안되는 이유를 발견하며 자괴감을 느끼나요? 개그 프로는 물론, 일상의 농담들이 불편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가요? 그렇다면 WMJD 증후군을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WMJD 증후군 Wood-ja-go Mal-haet-neun-dae Jook-ja-go Dal-yeo-deu-nae의 줄임 쉽게 말하면 개그 프로불편러라고 하겠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나 유명인들의 발언,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을 가져와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다. 트위터의 경우 동조하는 사람이 꽤 있는 편이지만 여타 커뮤니티에서는 혼자 분위기 못 맞추는 ‘예민충’ 취급을..
1. 청년수당? 청년배당? 기본소득?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 할 수 없습니다.” 분노랄까, 선언이랄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청년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피켓을 들고 서있다.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직권취소처분에 대한 항의성 홍보물이다. 서울시는 2016년 6월 보건복지부와의 청년수당에 대한 협의를 거의 마친 상태였으나 결국 직권취소로 1달 만에 사업을 중단 당했었다. 성남시에서는 청년‘수당’이 아닌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에 대한 소신에 입각한 이름이기도 하다. 노동연계형인 구직수당제와 다르게, 특정 연령의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라에서 금전적 몫을 지급하는 ‘배당’의 성격을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면..
나는 아픈 사람이다 불면. 난 군대 시절 불면이 생겼다. 자유를 제약당한 데에서 온 스트레스부터 해서, 상관들의 암투 사이에서 받은 고통, 1년 위 선임의 고롭힘,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나를 갈구러 왔던 직속상관, 전역 4개월 전까지 막내였기에 감당해야 했던 과중한 업무부담 같은 것들이 나를 잠 못 이루게 했을 것이다. 그 군대 경험이 끝나고도 불면은 지속되었다. 불안. 불안이란 단어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불안은 불면과 함께 찾아왔다. 너무 시달리다 못해 불안해질까 불안에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2개월 정도 폐쇄공포증이 있었다. 어느 순간 아침마다 헛구역질을 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 갑작스러움에 대한 불안이 나를 잡아매고 있다. 외로움. 군대에 ..
모두에게 열려 있는 학교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면, 홈리스야학의 학기도 시작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모두 홈리스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홈리스들은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배움에 대한 접근으로부터도 소외된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홈리스야학은 홈리스들에게 문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생각보다 야학은 우리가 다니는 대학과 닮은 점이 많다. 야학에도 봄학기와 가을학기, 두 번의 방학이 있다. 매 학기 첫 주에 열리는 개강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담당 교사의 커리큘럼 발표를 듣고, 손을 들어 ‘수강신청’을 한다. 수업은 홈리스 권리, 기초학문, 문화 · 취미의 세 종류인데, 먼저 홈리스 권리 수업은 주거권, 노동권 등 홈리스들이..
확실히 ‘영화 이야기’는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만 잘 골라도 글 한 편은 나와서다. 유명한 영화면 본 사람이 많아서 좋고, 마이너한 영화면 그만큼 새로운 맛이 있다. 어지간하면 ‘평타’는 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잡지들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이나 비평을 싣는다. 그런데 영화에 대해 글을 쓸 이유가 정말 그것뿐일까?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셋이 모여 각자의 영화 취향부터 ‘좋은'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 그리고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 (가나다 순) 단단 이런 자리에서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보지 못한 영화들이 너무 많아 민망하다. 그러나 스트레스 받으면 근처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를 검색하고, 상영관이 적은 영화나 영화제를 위해 발품 파..
매년 초여름이면 누군가에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지만 누군가에겐 1년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날이 다가온다. 바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올해로 제18회가 된 퀴어문화축제는 본래 스톤월 항쟁을 기리는 의미로 매년 6월에 열리지만, 올해는 서울광장의 사용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7월 15일에 열리게 되었다. 흔히 축제의 메인 이벤트인 퀴어퍼레이드의 줄임말인 ‘퀴퍼’로 불리는 이 축제는 성소수자들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고 서로 연대하며 이날만큼은 소수가 아닌 다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다. 그런 성소수자들의 축제에,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인 내가 가기로 했다. 나는 작년에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가보았고 올해 두 번째로 다녀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
¡Hasta luego! 크리스마스 이브가 마감이었던 전공 기말 보고서를 끝내고 일주일 뒤 1월 1일. 우발적으로 발권을 했다. 3월 13일 출국, 5월 3일 입국. 50일의 남미였다. 남미를 선택한 것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미장셴 때문이었다. 그 장면은 CG였지만, 지구상에서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과 가장 비슷하다 하여 실제로 보고 싶었다. 그 뒤로 우유니 사막에 가는 것은 항상 마음 속에만 적어 놓은 버킷 리스트였는데, 기말고사를 준비할 때 우유니 사막에 꼭 가겠다고 SNS에 적어 놨다. 글을 공개적으로 적어 놓으니 정치인의 공약처럼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고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숙제 같은 의무감이 생겼다. 이래서 꿈이나 계획은 주변에 말하고 다녀야 한다는 걸까? 결과적으로 그 글은 반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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