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연세대 총학생회 선거가 충격적인 사건들과 함께 ‘펑’ 난 데 이어, 2018년 3월 보궐선거는 ‘후보 등록 0’으로 모두의 무관심 속에 연기처럼 잊혀졌다. 보궐 선거조차 후보가 0명이라니! 이것은 이제 ‘총학생회’의 가치가 연세대 2만 학우 중 누구에게도 더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하다못해 총학을 스펙으로 정계에 스카우트될 찬스, 또는 각종 스폰과 협찬으로 어둠의 돈을 끌어모을 포부 등, 누구 한 명쯤은 충분히 고려해 볼 법한 ‘언피씨’한 노림수조차 가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말로만 듣던 “학생회의 위기”가, 드디어 코앞에 닥쳐왔다! 상당히 과장해서 한번 써봤다. 사실 소위 ‘학생회의 위기’는 최근 갑작스레 닥쳐온 것이 아니다. 과 학생회의 존..
그동안 ‘학생회’라는 말에서 총여학생회보다는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과 학생회를 먼저 떠올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학생회’를 주제로 공일오비 8호를 준비하면서, 다른 학생회들보다도 총여학생회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작년 선거 때 의 ‘학내 페미니스트 네트워킹’이라는 공약을 눈여겨보았던 게 계기였다. 기획 논의를 하면서 이 공약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학생회들이 겪는 문제를 풀 실마리가 여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우리에겐 학생회가 학생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풍경이 익숙하다. 이와 연결된 문제로, 학생회와 학생회 밖의 학생들이 만나는 자리 역시 부족하다. 학내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이라는 의제는 학생들의 일상적..
결국, 올해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단은 공석이다. 그동안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표현이 쓰이는 상황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2년째 비대위를 맞는 지금보다 그 말이 적절한 때가 있을까 싶다. 굳이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같은 일이 2년째 반복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총학생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젠 솔직해질 때가 됐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학생회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시간을 돌려 작년으로 돌아가 보자. 총학생회가 없는 1년 동안 총학생회의 빈자리가 느껴진 적이 있었나? ‘비상’ 대책위원회라는 이름과는 달리, 우리의 학교생활에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아무도 총학생회를 찾지 않았다. 불과 일 년 사이에, 연세대학교에 총학생회라는 기구가 ..
대학에 들어왔다. 그러나 대학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학점을 딴다. 1학년 때는 조금 놀다가 2학년 때부터 동아리, 공모전, 어학공부를 한다. 그러다가 학교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다. 그러면 대학이 얼마 안 남아있다. 4년이라는 시간이 긴 듯 짧다. 졸업을 목전에 두고 남은 시간은 취업과 고시 준비 혹은 대학원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시간이다. 마냥 사회에 던져지는 게 두려워서 100만원짜리 체육수업을 듣는 일도 생기지만 일단 졸업을 미루고 본다. 그렇게 해서 기대하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나‘이다.---- 사실, 각 개인은 인간으로서 개별적 의지를 갖고 있지만, 이는 그가 시민으로서 갖고 있는 보편적 의지와는 상반되거나 다른 것이다. 그의 개인..
고 이한빛 PD 2016년 1월 CJ E&M PD로 입사해 tvN 드라마 의 조연출을 맡게 되었다. 이 PD는 드라마팀 제작환경 문제로 인해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촬영팀 계약직을 정리해고 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또한, 부조리한 드라마 제작 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자 연출부 내에서 모욕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이 PD는 드라마 종영 다음날인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국에서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개인의 나약함을 탓했으나, 고인의 휴대폰 기록과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고인을 자살하게 만든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고인의 가족과 친구, 이 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CJ E&M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였다. 기자회견과 1인 시위, 추모제 등을 통해서 2017년..
이 글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많이 언급됐다. ‘청년 논객’이라는 단어처럼 청년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단어부터, ‘청년담론’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청년’은 핫한 키워드이다. 도대체 청년이 누구길래? 청년담론이 뭐길래? 청년, 열심히 사는 사람 청년은 인간의 생애주기 ‘유년-청소년-청년-중년-장년-노년-말년’ 중에 한 단계일 뿐이다. 누구나 청년시절을 보내는데도 청년이 특수한 이유는, 청년은 미성숙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마치고 성인이자 사회인으로서 맞는 첫 단계이며, 가장 젊은 세대로서 기성세대와 다른 ‘독특한 감수성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청년은 신세대이고 그에 걸맞게 사회의 분석대상이 된다. 세대론 중에서도 신세대에 대한 관심은 이들..
1. 청년수당? 청년배당? 기본소득?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 할 수 없습니다.” 분노랄까, 선언이랄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청년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피켓을 들고 서있다.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직권취소처분에 대한 항의성 홍보물이다. 서울시는 2016년 6월 보건복지부와의 청년수당에 대한 협의를 거의 마친 상태였으나 결국 직권취소로 1달 만에 사업을 중단 당했었다. 성남시에서는 청년‘수당’이 아닌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에 대한 소신에 입각한 이름이기도 하다. 노동연계형인 구직수당제와 다르게, 특정 연령의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라에서 금전적 몫을 지급하는 ‘배당’의 성격을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면..
나는 아픈 사람이다 불면. 난 군대 시절 불면이 생겼다. 자유를 제약당한 데에서 온 스트레스부터 해서, 상관들의 암투 사이에서 받은 고통, 1년 위 선임의 고롭힘,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나를 갈구러 왔던 직속상관, 전역 4개월 전까지 막내였기에 감당해야 했던 과중한 업무부담 같은 것들이 나를 잠 못 이루게 했을 것이다. 그 군대 경험이 끝나고도 불면은 지속되었다. 불안. 불안이란 단어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불안은 불면과 함께 찾아왔다. 너무 시달리다 못해 불안해질까 불안에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2개월 정도 폐쇄공포증이 있었다. 어느 순간 아침마다 헛구역질을 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 갑작스러움에 대한 불안이 나를 잡아매고 있다. 외로움. 군대에 ..
유니버스(Universe)를 넘어선 메타버스(Metaverse). 나는 메타버스에 한동안 (어쩌면 여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내 무의식을 잠식한 이 '메타버스'라는 놈이 내 꿈에 난입해 들려준 이야기를, 잊기 전에 글로 남기려고 한다. 1부 메타버스 내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접한 건 가상현실 스타트업인 바이너리브이알에서 인턴을 하던 무렵이었다. 사수이자 회사 공동 창업자였던 K님은 항상 출근길에 나를 태우고 회사로 향하셨다. 잠이 덜 깬 터인지라 대부분 시덥지 않은 이야기나 정적이 흐르던 이 시간에 어쩐 일인지 K님은 가상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디오 녹음 파일을 틀으셨다. 연설자는 한창 가상현실 논의로 뜨거웠던 2003년, 세컨드라이프를 창업했던 philip rosedale이었다. "..
염리동은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행정동이자 법정동이다. 한강나루에 가까워, 한양에 소금을 공급하는 배를 타고 온 상인들이 자주 드나들어 소금마을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 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북아현동 재개발로 한창 시끄럽던 시기에 염리동에서도 주민 퇴거가 이루어졌다.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염리동 남부에는 지금 주민 이주가 거의 다 이루어져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텅 빈 조용한 골목에 벽화들만이 남아 있어, 사진 찍는 취미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야기 2017년 1월 어느 날 인사동에서 사진작가 선생님을 한 분 뵈었다. 선생님께 내 염리동 사진을 한 장씩 천천히 보여드리자, 선생님께서는 첫 말씀으로 "염리동에 왜 갔느냐"는 물음을 먼저 물으셨다. 생각해두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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