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는 게 무서웠다. 눈을 뜨면 취업준비생이란 신분이 주는 부담감과 마주해야 하고, 오늘도 취업하지 못하면 대출이자처럼 오늘치의 자괴감, 무기력함 그리고 사람들의 눈치가 늘어날 일이 뻔하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자랑하면서도 제 앞가림하기가 가장 어려운 지금의 청년 세대는 그야말로 처연하다. 그중 내 처지가 가장 슬플 때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내 집을 마련하는 너무도 평범하고 당연하(게 보고 자라며 컸던)다고 여겼던 꿈들을 포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다.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취업준비생으로 살면서 내가 아파하고 고민했던 시간의 흔적, 그 일부다.동생 친구의 누나는 삼성에 입사‘했다고 한다.’ 건너 아는 07학번 선배는 오랜 취업준비 기간 끝에 현대로템에 입사‘했다고 한다..
시간에 떠밀려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취준이었다. 대입과 입대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것처럼, 생애 첫 번째 취업 준비도 그랬다. 슬프게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은 늘 이런 방식으로 다가왔다. 언론고시를 한 번 봐보겠다는 핑계로, ‘여봐라 나 신문 본다!’하고 똥폼 잡다가 보니 어느새 공채 시즌이 돌아왔고, 졸업을 앞둔 여느 대학생이 그렇듯 조급한 마음이 번져 벼락같이 자소서를 몇 개 씩 써냈던 것이다. 덕분에 부모님의 사랑과, 술로 개가 된 추억과, 몇 없는 친구들과의 사건을 빼고 나면 빈곤할 대로 빈곤한 나의 대학생활을 꽤 진지하게 돌이켜 볼 기회를 가졌다. 반성시켜주어 고맙다. 나는 그렇게 황량한 과거에서 몇 없는 친기업적 일화를 쥐어 짜 반죽을 냈고, 갓 구운 빵처럼 부풀렸다. 한껏 부푼 빵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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