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총녀 분투기
지난여름은 내내 지독하게 더웠다. 지도로 보니 남인도는 적도와 닿을 듯한 곳에 있었다. 열 몇 살의 아이들과 아이를 벌써 셋 정도는 둔 내 또래의 여성에게 성교육을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성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조차 얼마 안 되는데도 주먹구구식으로 맡겨진 그 역할이 나는 퍽 마음에 들었다. 기세등등한 더위는 숨을 막히게 했지만 아이들의 머루 같은 눈망울과 통역을 채 할 새가 없게 열변을 토하다 울먹이는 여성들이 오히려 숨통을 터 주었기 때문이었다. 월요일마다의 성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 타면, 마음에 알 수 없는 불길이 일었다. 앞으로 이 불길에 끌려 다니며 살게 될 것만 같았다. 학교도 학번도 전공도, 2인 1실의 방 배정을 위해 두 번 뽑았던 제비도, 심지어 이름까지 같은 친구와 교육을 끝..
서사
2017. 2. 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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