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침, 맞울림] 두 나무
:: 2019 홈리스추모제에서 :: 1. 무대 뒤로 커다란 플랑이 서 있었다. 플랑은 가림막이자 동시에 울타리였다. 플랑 상단에 적힌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라는 문구가 또렷했다. 넓게 걸린 플랑을 가득 채운 건, 다름 아닌 영정이었다. 어두운 바탕의 플랑 위로 하얀 배경의 영정들이 빼곡했다. 몇몇 영정에는 주인의 사진이 자리했지만, 대부분의 영정은 비어있었다. 출생연 도와 사망이유 등에 대한 글귀가 영정 아래 자그마하게 쓰여 있었다. ‘19XX년도 출생. 사망 원인 : 000.’ 손을 들어 영정의 수를 하나하나 세어본다. 가로 26개, 세로 6개, 약 160여 개의 영정이 겨울바람에 펄럭인다. 160여 개의 글, 160여 개의 삶이 차가운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고 광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마치 하얀 ..
정치사회
2020. 5. 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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