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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쑤, 세진의 더블유킥스(W-KICKS), 연세 여자 라크로스 인터뷰
당신의 스포츠 취향을 알기 위한 3가지 질문 1. 나의 운동신경은 발놀림보다는 손기술에 발달되어 있다. [O/X] 2. 스포츠는 [장비를 가지고/맨 몸으로] 뛰어야 더 재미있다. 3. 몸싸움을 하면서 득점하는 것이 [즐겁다. / 부담스럽다.] |
질문에 답을 다 했나요?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스포츠 종목은 글 끝에 있어요!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인터넷상에서 먼저 유행하여 실제로도 꽤 자주 쓰이는 단어로 ‘취존’ 1이 있다. 타인의 취향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심오한(!) 교훈을 쉽고 단호하게 전달하는 강력한 말이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고,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실천하는 개인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그러나 아직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는 운동(스포츠)의 영역이 그러하다. 여기에서의 운동은 요가, 필라테스 혹은 헬스처럼 체형 관리, 다이어트, 체력증진 등 제1의 목적이 존재하는 운동보다는, 그 자체를 즐겨서 하는 운동을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는 팀 스포츠가 있다.
축구, 야구, 농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 대해서 ‘보는 것’에 대한 취향이라면 있을 법 하다. 그러나 그 경기를 ‘하는 것’이라면? 앞에 준비된 ‘당신의 스포츠 취향을 알기 위한 3가지 질문’에 답을 확실하게 내릴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이 어떤 것에 대한 취향이나 선호를 가지려면, 일단 그 어떤 것 -혹은 그것과 유사한 것이라도- 을 해봐야 좋은지 싫은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여성이라면,’ 그 인생에서 팀 스포츠를 한 경험이 없어서 자신의 선호나 취향 또한 없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아니 자신의 취향을 모르는 상태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팀’ 스포츠이기에 개인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 혼자서 스포츠를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여기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이 있다.
* 이 인터뷰는 *
팀 스포츠라곤 학창시절 수업으로 배웠을 뿐 일상에서의 팀 스포츠 경험은 거의 0인 세진과 문화인류학과 축구팀 ‘공불못’ 소속이지만 흔히 말하는 ‘즐겜러’나 운동이 취미는 아닌 쑤쑤가 기획했다. 2018년 1월, 신촌의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2시간 진행되었고, 녹취 후 전사하여 재구성의 과정을 거쳤다.
함께 해준 인터뷰이:
여자 라크로스 동아리 이예은(UIC ECON 13) 16년도 2학기부터 활동. 포지션 : 어택 정재인(UIC PSIR 17) 17년도 2학기부터 활동. 포지션 : 어택 |
더블유킥스(W-KICKS ; 여자 축구 동아리) 윤희주(영문 12) 17년도 2학기부터 활동. 포지션 : 스트라이커 임선영(경영 15) 스포츠응용산업학과 복전. 16년도 1학기부터 활동. 포지션 : 수비형 미드필더 |
* 동아리 소개 *
세진: 각자 동아리 소개 부탁드려요!
떠킥: 더블유킥스는 여자축구 동아리고, 작년이 전성기였던 것 같습니다(웃음), 킥스(체대 남자 축구동아리)가 처음에는 도와줬는데, 이제는 저희가 스스로 하는 편이에요. 감독님, 코치님도 따로 계세요. 케이리그 2에서 주관하는 여자축구 대회에도 나가서 작년에 우승했어요. 학기별로 모집해서 주 2회 3 연습하고, 회식도 합니다.
라크: 저희는 연세 여자 라크로스 동아리입니다. 감독님은 따로 안 계시고 잘하는 선배가 가르쳐줘요. 화, 금 연습하고 상시모집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인도어 리그 4중인데 3승 1무로 조 1위입니다! 모든 대학 여자동아리가 다 같이 MT도 가요.
쑤쑤: 라크로스*가 생소한 종목인데요. 장비가 많고, 남자랑 여자랑 룰이 조금 다르다고 들었어요.
*라크로스 끝에 그물을 친, 길이 91~180cm의 크로스라는 장비를 이용하여 야구공보다 조금 작은 공을 던지고 받으며 전진하거나 발로 차서 상대 팀 골문에 넣으면 득점한다. 장비부터 경기운영방법, 경기장의 크기 등 룰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다. 가령, 여자 경기는 10명이 한 팀이지만 남자 경기는 12명이 한 팀이다. |
재인: 여자 라크로스 장비는 고글하고 스틱, 마우스피스랑 축구화가 있어요. 장비가 비싸기도 한데, 한국에 없어요. 한꺼번에 직구로 공구하고, 처음에는 동아리에서 대여해서 써요. 남자는 헬멧 쓰고 장갑도 껴요.
(쑤쑤: 남자경기는 라켓으로 때려도 된다던데?) 아, 네, 근데 여자는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휘슬을 불더라고요. 저희도 가드 하면 때려도 되는 거 아닌가…. (웃음) 근데 저도 보면 남자 경기가 더 재밌어요. 남녀 다르게 적응하는 것을 완화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예은: 저는 대학레벨에서는 둘 다 여자 경기처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비를 많이 채울수록 심리적으로 덜 조심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장비를 덜 하더라도 규칙을 엄하게 적용하는 게 올바르다고 봐요.
쑤쑤: ‘운동하는 동아리’ 하면 기강이 엄격하거나 플레이어 사이에 위계가 있을 것 같은데, 여자 스포츠동아리 문화는 어떤가요?
떠킥: 성적을 중시하면 가르쳐주는 것보다는 잘하는 사람들을 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저흰 아마추어 동아리고, 즐겁게 이기고 있어서 그런 분위기는 없는 것 같아요. 신입이 가입하면 잘 챙겨주고, 알려주려고 하는 분위기고 위계나 군기도 없어요.
라크: 이겨야 하니까 잘하는 사람들이 좀 더 이끌거나 미는 분위기가 있긴 한데, 전체 분위기에 위계가 있거나 하진 않아요. 연습에 비중을 두려고 경기를 뛸 때 참석률을 제일 중요시해요. 근데 결국엔 또 성실한 사람들이 실력이 늘더라고요.
*자기 소개*
세진: 동아리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요? 이전의 운동 경력은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5
예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 자체를 좋아했어요. 저는 외국에서 자랐는데, 초등학생 때 여름방학에 운동캠프도 갔고 중, 고등학교 때는 동아리 활동도 했어요. 국제학교라서 계절별로 운동을 했는데 중학교 때는 축구, 농구, 육상을 했고 수업으로 수영도 배웠어요. 고3 때는 테니스도 시작했어요. 대학을 13년도 가을에 입학했는데, 그때 친구가 테니스 동아리 가입해서 저도 따라 들어갔어요. 거기서 알게 된 언니가 축구를 해서 14년 가을부터 축구를 했고요. 라크로스는 16년도 가을에 시작하고, 농구 동아리를…(웃음) 17년 초에 들어갔던 거 같아요.
선영: 저도 운동을 좋아해서 초등학생 때 남자애들이랑 같이 축구를 했어요. 국내에서요. 중학생 때는 여자애들한테 나가자고 해도 아무도 안 나가서 못했어요. 고등학생 때 ‘1인 1학기 1운동’을 했는데, 여자 운동 동아리가 없는 거예요. 축구 동아리를 만들려다가 인원이 부족해서 농구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농구에 대해서 몰랐지만, 팀 운동이 일단 하고 싶었으니까요. 진로를 축구, 그러니까 스포츠 쪽으로 정할 만큼 좋아했어요. 근데 일단 좋은 대학, 경영학과를 가면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했고…. 동아리 들어가고 싶어서 아는 사람 연락하고 연락해서 들어갔어요.
재인: 크게 다른 스포츠를 좋아한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고등학생 때 유학반이었는데, 라크로스를 추천하는 분위기였어요. 외국 대학 입시에 유리하니까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재미도 있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고3 때는 쉬었고, 대학에 와서 ‘라크로스 해야 하는데…’ 하다가 2학기 때 시작했어요.
희주: 초등학생 때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해서 동네 남자애들이랑 매일 축구하고 뛰어놀았어요. 중, 고등학생 땐 같이 축구할 사람이 없었죠. 고등학생 때 점심, 저녁 먹고 배드민턴을 친구들이랑 쳤는데 정신 건강, 몸 건강에 좋았던 것 같아요. 대학 와서는 전혀 운동을 안 하면서 살다가 축구 동아리가 있다는 걸 2017년에 처음 알았어요. 바로 연락 드려서, 나이가 많은데 들어갈 수 있냐, 축구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오라고 했고, 트라이 아웃을 해서 지원한 사람들이랑 같이 운동을 해봤죠. 합격하고 나서는 계속 연습에 나갔어요.
* 한국에서 여성이 스포츠를 한다는 것*
쑤쑤: 우리 학교에서 스포츠를 하면서 겪은 문제점이나 불편함이 뭐가 있을까요?
선영: 학교에서 동아리 아니면 수업에서 스포츠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업은 분반이 안 돼서 경기를 제대로 하거나 배우는 게 어려워요. 풋살 수업을 들었는데 여자가 4명인가 5명이었어요. 팀을 나누고 여자를 한 명씩 넣는 거예요.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경기를 뛰기가 굉장히 어렵죠. 아 그리고 RC올림픽에서 종목이 축구 농구 배드민턴 탁구인가? 4개인데, 축구는 매니저밖에 안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여자 농구 만들어달라고 그래서 진짜 여자 농구 만들었다? 그래서 뛰었어요.
예은: 막상 하면 또 할 사람 충분히 있을 텐데.
재인: 라크로스는 수업도 없어요. 제가 라크로스 한다고 하면, 라크로스가 뭐냐고 물어보기부터 시작해요. 그러면 저는 잠자리 채 같은 것으로 하는 거라고.…. (웃음) 근데 라크로스는 학교의 문제보다, 전체적인 인식의 문제 같아요.
세진: 전체적인 인식의 문제는 무슨 뜻인가요? 또 문제가 어디서 시작했을까요?
재인: 특히 여성 스포츠라고 하면, 개별 학교보다는 한국의 문제인 것 같아요. 지난번에 훈련하면서, '왜 여자애들은 팔굽혀펴기를 못 할까?' 한 적이 있거든요. 저희 팀에도 정말 운동 잘하는 몇 명 빼고는 다 팔굽혀펴기를 못 해요. 근데 이게 신체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체력검정 할 때, ‘남자는 20개 할 때 여자는 10개만 해, 무릎 대고 해.’ 하잖아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솔직히 초등학생 때는 거의 신체 조건이 똑같은데, 그때부터 막아놓는 것 같아요. ‘너희는 이 정도 밖에 못 한다, 여기까지만 하면 된다.’고. 그래서 팔굽혀펴기나 철봉 매달리기 같은 체육활동을 똑같이 시켰더라면, 좀 더 익숙하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를 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을 캐나다에서 보냈는데, 캐나다에서는 여자애가 스포츠 하고 싶다고 하면, ‘그래 너도 같이하자’ 했어요. 하면서 이질감도 없었고, 농구도, 피구도 같이 했어요. 근데 한국에 오니까 체육 시간에 여자애들은 앉아있고, 피구만 시켜요. 남자애들은 축구하고, 같이 하면 짝피구했어요.
선영: 짝피구 제일 싫어. 왜 맞아도 아웃 아니지? 내가 맞았다는데. (웃음) 아니 애초에 스포츠를 하는데 짝짓는 것부터가 이상해요. 같이 했을 때, ‘얘네한테는 핸디캡을 줘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그 핸디캡이, 결국은 평등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울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 신체적으로 남자들은 아무 운동을 안 한 상태여도 몸에 근육 비율이 여자보다 더 많은 편이니까, 생물학적 차이를 아예 부정할 수 있지는 않죠. 그래도 훈련에 따라 바뀔 수 있잖아요. 그래서 경험적인 측면에서 여자가 많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든, 지역이든, 어떻게든 스포츠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남자애들은 학교에 축구부 다 있는데, 여자애들은 그 축구부를 위해서 이사를 하거든요.
예은: 외국을 보면, 여자 아이들 중에 되는 애들도 있고 안 되는 애들도 있어요. 근데 되는 애들도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국에는 하도 운동하는 여자애들이 없으니까 대부분이 못하는 것이고, 오히려 하는 게 되게 대단하고 신기한 것이더라고요. 근데 외국에서는 일단 접할 수 있으니까, 관심 없어서 안 하는 거지 못해서 안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학교가 모든 것들을 다 제공해서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한데, 일본은 일상 스포츠 잘 되어있거든요.
선영: 나이키랑 아디다스가 들어오는 품목이 달라요. 일본에는 다 들어오는데 한국에는 없어요. 나이키도 우먼즈 축구화가 있는데 한국에는 ‘우먼즈가 있어?’ 이럴 정도로 없죠. 들어와도 조금 들어오고. 사이즈 때문에 키즈를 신는 경우도 많아요. 근데 축구화에도 급이 있는데, 키즈는 최상급 개념이 잘 없거든요. 원하는 게 있어도 사이즈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키즈를 신게 돼요.
세진: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느낀 것은 뭐가 있을까요? 스포츠 하면서 그런 질문이나 말을 들었는지 궁금해요.
선영: 여자 아마추어 한일전이 있었어요. 근데 거기 댓글에 외모는 한국이 이겼다느니. 항상 외모에 관련된 댓글들이 달려요. 기사 메인에서 기자들의 사진 선택부터 잘못되어 있어요. 이건 축구만이 아니라 다른 경기도 마찬가지예요.
‘운동하는데, 몸에 근육이 붙는 게 싫지 않으냐?’라는 질문까지도 받아봤어요. 진짜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에요. 6 ‘집안에서 반대가 있지 않냐’ 그런…. 아, ‘축구를 하는 것을, 남자친구가 좋아하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그 질문 남자선수한테도 똑같이 하세요?’ 하고 물어봤죠.
희주: 플레이를 보고 평가하는데, 여자인 걸 감안하고 들어가는 게 있어요. ‘여잔데’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괄호가 들어가 있는 거예요. ‘(손으로 괄호) 여잔데 (손으로 괄호) 축구를 해? 와 멋있다. 걸크러시다’ 이런 것…? 잘한다는 말도 ‘여자치곤 잘하네’라고 해요.
선영: 남자랑 비교하는 것들이 많아요. 저희가 모집공고 올렸는데, 댓글에 ‘미국 여자 대표팀이랑 중학생이랑 해도 남자 중학생이 이긴다’고… 굳이 왜 거기에 그런 댓글을 다는지…
근데 성 차이 말고, 환경적인 차이를 보는 것은 괜찮아요. ‘이 정도면 잘하네’의 의미가 ‘얘네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이 정도면 잘하네’ 그런 경우일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남자와 비교했을 때, 여자치고 잘하네’라는 말은 칭찬의 의도라고 하더라도 듣기에 좋지 않아요.
예은: 이런 것은 좀 알려야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걸 모르는 사람은 정말 칭찬하려는 의도로 하는 말이니까. 그래서 알려줘야 하는 것 같아요.
선영: 맞아요. 의도는 나쁜 게 없었더라도, 거기에 편견이 들어간 말들은 칭찬이 아니니까.
* 당신에게 스포츠란? *
쑤쑤: 개인에게 스포츠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희주: 저는 일단은 취미.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의 의미가 커요. 축구를 진짜 좋아하고, 항상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실현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다가, 할 수 있게 되고,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운동을 안 해서 건강이 너무 안 좋았는데 (웃음) 운동을 해서 좀 더 건강한 삶을 산다. 저는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스스로 사회적인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지는 않아요. 단순히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라서….
예은: 저도 제가 재미있어서 하고 있고, 스포츠 동아리에서 사귄 친구들이랑 제일 친해요. 그리고 저는 헬스장 가서 운동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근데 운동을 통해서 재미있게 제 건강을 챙길 수 있어요.
재인: 저는 넘어야 하는 산이라고 생각을 해요. 말씀드렸듯이, 운동을 잘하고 싶다는 욕구는 항상 컸어요. 피구나 배드민턴 같이 개인으로, 서로 몸 부딪히는 거 없는 운동은 잘하는데, 라크로스는 부딪치는데 과격하게 경기하지 못하는 게 콤플렉스였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왜 디펜스를 못할까, 뚫고 못 지나갈까’ 생각하고 위축됐는데, 계속 라크로스를 하면서 조금씩 그것을 없애고 있어요. 산을 넘어가고 있는 느낌? 그리고 지금은 라크로스를 취미로 하고 있는데, 좀 장기적으로 보면 스포츠가 내 정체성에 일부가 되면 좋겠다. 여성이 일상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한국에서 보편적이지 않으니까, 제 주변 애들이 저를 보고 용기를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선영: 개인적으로는 축구는 되게 의미가 많은 운동이에요. 일단 저는 제 진로도 이쪽으로 가고 싶고…. 축구를 하면서 신체적인 능력을 향상하겠다는 간단한 목표들, 그걸 성취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커요. 팀으로 봤을 때, 축구는 11명이라는 사람이 마음이 같아야 플레이가 잘 되거든요. 그래서 팀 안에 소속되어 있고, 소속감을 느끼고, 내가 팀원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이 되게 뿌듯해요.
좀 더 크게 본다면, 사회적으로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인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스포츠를 하면서, ‘나는 여자로서 이것을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여자가 운동하는 것에 대한 시선과 평가들, 편견들을 마주하면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실 하는 당사자는 옆의 것 신경 안 쓰고, ‘나는 운동하는 게 좋아서 하는 건데?’라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이게 의미 있는 행위이고… 그래서 여성이 스포츠를 하는 게 사회적인 의미가 있지 않고, 모두가 운동하는 사회가 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세진: 축구/라크로스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희주: 너무 재미있고, 진짜 운동이 되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정신건강에도 좋고, 그리고 같이 축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이것도 또 하나의 편견인 것 같긴 한데, 제가 겪은 바로는 체대 분들이 성격이 진짜 좋아요. 운동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몸을 쓰고, 같이 단체운동을 하고, 그래서 정신이 건강하고 밝은 것 같아요. 그리고 축구 진짜 재미있어요.
선영: 1년이 다르고, 그다음 1년이 또 달라요. 계속 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처음에는 진짜 못했거든요. 저는 항상 영상을 보니까 제가 못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 였는데, 이제는… (예은: 진짜 지금 너무 잘해요. 그래서 처음에 왔을 때의 모습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재인&예은: 음, 만약에 뭐 질문을 많이 받고 싶으면, 관심받기 좋아하면…. 스틱 들고 다니고 그러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거 뭐냐고 물어보세요. 택시 타면 기사님이 물어보시고. 그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 (웃음) 그래서 그 관심을 대화를 시작하기에 좋기도 하고!
예은: 맞아요, 저는 대학 졸업하면 절대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시작했거든요. 다른 운동들은 공이 손에 닿는데, 라크로스는 기다란 스틱 끝에 공이 있으니까 어려워요. 근데 그게 또 매력이에요. 축구나 펜싱은 발이 빨라야 하는데 라크로스는 체를 손으로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래서 스틱에 대한 애착이 생겨요. 사무라이들의 ‘검은 나다’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고. (웃음) 그리고 필드에서 뛰는 팀 게임이 매력적인 이유가 머리를 더 써야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하면서 알게 된 게, 머리를 엄청 써야 되고. 필드 가면 진짜 멍청이가 된 느낌이고. (웃음) 경기하면서 내가 잘못하는 점들을 차차 알아가는 매력도 있어요. 내가 잘못하는 걸 생각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거죠.
* 하고 싶은 말 *
쑤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은: 제가 맨 처음에 다치기 쉽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무섭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 근데, 일단 스트레칭 하고, 잘하려고 무리하지 않고,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고 하라는 것만 잘 따르면 다칠 일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간다면 연락주세요. 제가 본 사람들 중에 운동하는 사람 중에 별로인 사람 한 번도 못 봤거든요. 그래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오세요.
희주: 운동하고 싶은데, 주변에 하는 사람이 없고 자기도 경험이 적어서 머뭇거리는 분들이 있다면, 진짜 한 번 와보면 정말 후회 안 할 선택이라는 것. 진짜 너무 좋고, 너무 재미있고. 안한다면,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후회할 거예요.
예은: 운동에 대해서 ‘해왔던 사람만 한다’, ‘잘하는 사람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구요. 근데 대학 와서 스포츠 시작한 사람도 많고, 잘하는 사람들 중에서 반 이상은 대학 와서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 재미만 들게 시작만 해보면 좋을 거예요.
선영: 아마 처음 시작하는 데에 대한 부담감이, 이 나이에, 이 시기에, 운동이라는 걸 처음 시도해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용기를 내세요.
재인: 아 그리고, 여성 스포츠를 하는 플랫폼이 좀 더 많아지고 넓어지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라크로스든 여성 스포츠든 많이 알고, 나라에서도 많이 지원 좀 해줬으면 좋겠고, 학교에서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글을 읽고,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온 팀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마음 혹은 갑자기 팀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나요? 그렇다면 하세요! 지금이 바로 스포츠를 할 타이밍이며 당신이 바로 그것을 할 사람입니다. 연세 여자 라크로스 : facebook.com/yonseiwomenlacrosse 연세대학교 여자축구동아리 W-Kicks : facebook.com/wkicksyonsei * 015B 발간이 늦어지면서 모집 기간이 지나버려 신입부원 모집 포스터가 아닌 동아리 페이스북 주소를 공유 드리는 점 죄송합니다. 정해진 모집 기간이 있긴 하지만 상시 모집 중이라고도 하니 연락하시길 바라요! * [O/장비/즐겁다: 라크로스] [O/장비/부담스럽다 : 야구(소프트볼)] [O/맨몸/즐겁다: 농구] [O/맨몸/부담스럽다: 배구] [X/장비/즐겁다: 아이스하키] [X/장비/부담스럽다 : 족구] [X/맨몸/즐겁다: 축구] [X/맨몸/부담스럽다: 조정] (볼드체는 교내 여성팀이 존재하는 동아리입니다) |
글 편집위원 세진(sjrain94@naver.com)
편집위원 쑤쑤(cinemansu12@gmail.com)
- '취향 존중'의 줄임말로 '취향입니다. 존중해시죠'라는 말에서 나온 단어. 디지털 조선일보 & tong+에 따르면 '취미, 관심사, 동경의 대상 등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상호준중을 전제로 한 개념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수평 영역의 언어'라고 한다. [본문으로]
- 대학 여자 축구 경기는 케이리그, 전국(=수도권) 리그, 교대 리그 등이 있다. [본문으로]
- 이번 학기는 월, 수. 주 1회 필참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 인도어리그 : 실내에서 치르는 라크로스 경기. '축구와 풋살'처럼 비슷하지만 아예 다른 룰이 적용된다. “인도어의 경우 골리 포함 다섯명에 가볍고 통통튀는 성질을 가진 공을 써요. 오프사이드나 라인도 없어요. 포지션은 어택, 미드필더, 수비로 되어있고요. (재인)”라크로스 경기는 여름리그, 대학리그, 인도어리그 등이 있다. 고등부와 같이 리그를 치룰 때도 있다. [본문으로]
- 질문자가 기억하는 일상적인, 첫 운동경기는 초등학생 때의 피구다.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할 때마다 선생님께서 피구를 시키셨는데, 질문자는 정작 날아다니는 공을 무서워했고, 체육(시간)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발야구나 소프트볼을 시키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다보니(?)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 말고는 12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상적인 (팀) 스포츠 경험은 거의 0이다. (배드민턴이 전부!) 그러다보니 대학에 와서도 못하고, 못하니까 안하고, 안하니까 못하고… 악순환 [본문으로]
-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여성 플레이어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질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바로 근육, 화장, Nudity(노출)에 대해 묻는 것이라고 한다. 다들 유의하시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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