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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겨울,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결국 무산되었지만, 출마한 선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성 대표자의 출현이었다. 5년의 대학생활을 하며 과나 단과대에서 여성 회장을 종종 보긴 했지만, 총학생회 선거에서의 여성 정후보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여초인 나의 단과대는 2013, 총학생회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여성 회장이 없었으니 지난 선본의 여성 정후보가 반가울 만했다.

 여성 대표자가 적은 것은 연세 사회 전체의 현상이다. 1961[각주:1]부터 2017년까지, 우리 학교에는 총 53명의 총학생회장이 있었다. 그중 여성 총학생회장은 단 3명이었다. 우리 학교 첫 여성 회장은 1999년 겨울 당선된 정나리 씨로, 정 씨는 우리 학교뿐 아니라 우리나라 4년제 남녀공학 대학에서 탄생한 첫 여성 총학생회장이었다[각주:2]. 흔히 2만 연세인이라고 말하는 우리 학교 재적생은 2016년 기준[각주:3] 25,848명으로, 전체 성비는 3:2에 가깝다[각주:4].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표자의 성비도 3:2에 가까울수록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해 중앙운영위원회 21개 단위의 대표자를 보면, 21명의 회장 중 5명이 여성이었고, 부회장 20명 중 9명이 여성이었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아있는 제35대부터 19명의 부회장 중 여성은 8명이었다. 전체적으로 여성 대표자의 수가 적은 상황 속에서 여성 대표자는 과>단과대>총의 순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도 부회장>회장으로 여성이 많다. 1년을 학생 대표자로 일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상위기구, 상위직책일수록 여성이 적어지는 것이다[각주:5].

 이에 대해서 여성 대표자의 수가 적은 것이 문제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어떤 문제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 현상은 이미 존재하는 문제로 인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대표자가 적다는 현상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여성 대표자가 적은 원인이 무엇인가를 문제 삼아야 한다


숙명여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퀸송이> 중 일부.

 그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리더의 기본값이 남성으로 설정되어있으며, 남성이 리더를 하기 쉬운 사회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차별적인 시선과 요구를 적용하고 있고, 개인은 거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선 권력욕, 명예욕과 같은 욕망이 여성에게 긍정적인 가치로 여겨지지 않고, 성공적인 리더의 특성으로 생각되는 특성은 여성의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것과 배치된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이 같은 능력을 지녔더라도 여성은 그 능력보다 여성적 특성이 주목받기 쉽고, 그 여성의 자질은 평가절하된다[각주:6]. 따라서 여성에게는 리더를 할 필요나 계기가 특별히 있어야 대표자 욕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대표자 욕심을 낸다 하더라도 여성은 회장(정후보)이 아닌 부회장(부후보)을 하기 쉽다. 여성에게는 앞에서 일을 지휘하거나 직접 처리하기보다는 옆에서 지원하고 구성원들을 돌보는 보조적인 역할이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하는 남성과 보조하는 여성 조합이 적용된 것이다. 이런 남녀 조합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큰 단위 대표자일수록 남+남보다도 남+여 조합이 더 많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대표자 욕심 갖기도 어렵고, 대표자가 되는 과정에서도 과소평가와 검열을 거친다. 그래서 결과인 여성 대표자가 적다는 현상이, 그 원인인 여성에 대한 차별적 기대와 시선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일하는 남성과 보조하는 여성 조합은 전통적 가부장제의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남녀 조합은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셰릴 샌드버그의 말을 참고하고 싶다. 페이스북 최초 이사회 여성 임원이자 『Lean in』[각주:7]의 저자인 그녀는 2010TEDWomen[각주:8]에서 남성이 일하는 것, 남성이 그 능력과 일의 결과를 인정받고 인정하는 것이 유리한 사회이므로, 여성들에게 그 자리(남성과 동등한 자리)에 더 붙어있을 것과 그만두기 전까지는 그만둘 생각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각주:9]. 물론 사회 분위기, 조직 문화, 동료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도 말한다), 여성 개인에게는 의지를 더 다지고 자신을 고평가하고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으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녀의 말은 여느 집단의 리더보다 선출직 대표자에게 유효할 수 있다. 선출직 대표자는 일반 구성원들의 투표로 당선되고, 여기에는 출마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리더가 됨에 있어 개인의 출마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개인이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가 그 여성에게 대표자 되기를 기대할 필요가 있다.

 셰릴 샌드버그의 말을 받아,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왜 당신은 대표자 욕심을 내지 않나요? 막연하게 그 자리가 어떤 남학우의 자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요? 혹시 당신이 대표자를 고민하는 여성이라면 고민만 하지 말고 대표자로 출마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대표자를 했다면, 더 큰 단위로 출마를 생각해보라! 본인이든 친구든 어떤 자리를 맡음에 있어 개인의 자질을 평가하거나 고민 중이라면, ‘내가(혹은 그 친구가) 남성이라면?’을 상상해봐도 좋겠다. 그러면 성 역할에 벗어나서 자신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로도 충분하겠지만,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해도 좋다. 남성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고평가해()왔다.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어떤 자리에든지 여성이, 그러니까 당신이 거기에 있는 것은 외모, 성격, , 주변인 등의 덕분도 있겠지만, 역시 당신이 거기 있을 만큼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까Girls, be ambitious!

 

 

글 편집위원 세진 

  1. 많은 대학에서 4‧19혁명을 기점으로 학생회를 구성했다. 우리 학교도 1961년 1월에 첫 총학생회가 발족했다. 다만 이 해에는 간접선거로 학생회장을 선출했다. (‘연세 1백 년을 돌아본다.’, 이정주, 연세춘추, 1999.11.29.) [본문으로]
  2. ‘연세대학교, 첫 여자 학생회장’, 앵커 이인용, 김은혜, MBC, 1999.11.19. [본문으로]
  3.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아닌 가장 최근의 총학생회가 2016년도이므로, 2016년을 기준으로 조사했다. [본문으로]
  4. 남학생은 15,653명, 여학생은 10,195명. 출처: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본문으로]
  5. 과/반 단위와 단과대 단위까지는 여성(정)+여성/남성(부) 회장단을 찾기 쉬우나, 총학생회 회장단에서는 남성(정)+남성/여성(부) 회장단이 많다. [본문으로]
  6. 여성리더에게는 리더의 면모뿐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면모, 특히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 기대된다. 남성리더는 강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지만, 여성리더는 ‘리더로서의 효과성’을 인정받기 위해 친절하고 섬세한 여성스러움과 더불어 결단력이 있는 강한 모습을 요구받는다. 성공한 여성리더들은 대개 ‘기가 세다’거나 ‘Bossy(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다른 사람을 쥐고 흔드는)’라는 표현으로 수식되곤 한다. [본문으로]
  7. ①To shift one's weight forward ②To be bold in exerting one's will in a situation. 셰릴 샌드버그는 ②의 의미를 사용하였다. [본문으로]
  8. Sheryl Sandberg "Why we have too few women leaders“ (셰릴 샌드버그, “세상에 여성 지도자들이 손에 꼽힐만큼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본문으로]
  9. TED 강연에서 그녀가 전한 메시지는 3개이다: ①Sit at the table, ②Make your partner a real partner, ③Don't leave before you leave. 이 중 여성 개인이 스스로에게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①,③을 발췌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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