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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3일, 총‧총여학생회(이하 총여)에서 과/반 학생회장에 이르는 확대운영위원회원[각주:1](이하 확운위원)들이 참여한 확대간부수련회(이하 확간수)에서 성폭력 및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성평등센터[각주:2]로 접수되었고, 중앙운영위원회[각주:3](이하 중운위) 측에서도 별도의 대책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이후 대책위는 중운위에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고, 중운위는 사건 가해자에게 자진 사퇴 및 사과, 가해자 교육 이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요구안을 전달했다. 또한 중운위는 사건에 대한 공동 책임 및 유사 사건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피해자 의견에 따라 2월 8일, 사건에 대한 공식적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입장문을 두고 학내 여론에는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2월 21일 대책위 측에서는 추가 입장문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논쟁은 쉬이 봉합되지 못했고, 결국 일련의 사태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득한 너와 우리의 사이였다.

#사건 개요

 

1월 23일: 22일에서 24일까지 2박 3일로 진행되는 확간수 중 성폭력(성추행 및 성희롱) 및 폭력 사건 발생.

중운위 긴급논의를 열어 문제 방지를 위한 몇 가지 약속을 정함,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

다음 중운위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발제를 준비하기로 결정.

1월 26일 6차 중운위: 해당 사건에 대한 발제가 이루어지지 않음.

1월 28일: 성폭력 피해자 B가 자신의 기억과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진술서를 제출.

1월 31일: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및 일부 중운위원의 참여로 '확간수 성폭력 사건 및 폭력 사건 대책위원회'를 구성.

2월 1일: 가해자 A와 성폭력 사건 목격자이자 폭력 피해자인 C의 진술을 확보.

2월 2일 7차 중운위: 해당 사건의 처리에 대한 대책위원회의 발제를 진행, 중운위 차원의 요구안을 전달할 것에 합의.

2월 4일: 가해자 A가 추가진술서를 제출.

2월 5일: 대책위가 가해자 A에게 중운위의 요구안을 전달, 가해자 A는 잘못을 반성하며 수용함.

2월 6일 긴급 중운위: 대책위가 사건 처리 경과를 보고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공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

중운위가 입장문을 공표하기로 의결.

2월 8일: 중운위가 첫 번째 입장문 <연세 공동체 문화에 대한 반성과 변화를 촉구합니다>을 발표.

2월 21일: 대책위에서 두 번째 입장문 <확대간부수련회 성폭력 및 폭력 사건에 대한 추가 입장문>을 발표.

#첫 번째 입장문을 둘러싼 논쟁, ‘중운위와 연세인 학우들의 사이’


@1.

'... 제도적인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책임을 지려는 태도가 안 보이네요. ...'

@2.

'... 어설프고 실효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야기 ... 구체적인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면 합니다. ...'

 

중운위는 해당 사건이 ‘확간수라는 공적 공간’에서 발생했고, 가해자가 ‘학생 대표자’이기 때문에 이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별도로 꾸린 대책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가해자에게 ‘1) 자진 사퇴 2) 성폭력 가해자 교육을 이수할 것 3) 가해자 교육 이수 이후에 총학생회장단 중 1인, 총여학생회장단 중 1인, 가해자 A 소속 단과대의 회장단이 배석한 자리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 4) 폭력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할 것’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앞으로도 학내 공동체를 대표할 공인인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입장문이 해당 사건의 재발을 바라지 않는 피해자 의견과 더불어, ‘해당 사건의 책임이 … 해당 사건의 바탕이 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온 학생 대표자들에게도 있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미 확간수에서 ‘성차별적, 성폭력적 언행이 횡행’했음을 인정하고 ‘중운위로서, 가장 먼저 해당 사건과 연세 공동체의 문화에 대해 반성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이러한 차별적, 폭력적 문화’가 사실 ‘지속적으로 연세 공동체 내에서 발생해왔’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 독자를 당황시켰던 것은 이번 사건을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올바른 문화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계기로 삼기를 요청’한다는 문장이었다. 반성으로 시작한 입장문이 어느새 ‘촉구’와 ‘요청’을 담은 어설픈 훈계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운위는 자신들의 진정성 있는 반성을 나타내고자 했을 것이다. 꼬리자르기라는 일각의 비판과는 달리, 가해자에 대한 사퇴 요구와 더불어 반성의 입장문을 작성한 것도 그런 의도로 이뤄진 것이었다.[각주:4] 그럼에도 그들이 책임을 지는 방식은 미흡했다. 자신들의 책임성을 인정하면서도 차별적, 폭력적 공동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공식적인 조치는 사실상 7차 중운위에서 학생 대표자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 해결 주체 교양을 총여의 단과대운영위원회(이하 단운위) 발제로 대신하겠다고 한 것이 고작이었다. ‘구체적인 반성’과 ‘제도적인 대책’이 없는 책임은 그저 ‘실효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고, 보다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필요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책임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대외적으로도 연세 공동체를 대표하는 공인이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대표하는 있는 학생사회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점도 명확히 이해해야 했다.

위와 같은 분명한 책임 인식과 구체적인 반성이 있었다면, 학생사회를 향한 중운위의 호소는 보다 힘 있는 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 학생 대표자들의 모습은 충분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결국 그들의 요청은 책임 회피로밖에 비춰지지 않았고, 이는 중운위와 연세인 학우들 사이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하는 것이었다.

#공동체 문화를 둘러싼 학생 대표자 내의 간극, ‘총여와 (일부) 중운위의 사이’

그런데 1월 27일의 6차 중운위 회의록을 보면,[각주:5] 당시 확간수는 사실 성폭력 및 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을 분위기였음을 알 수 있다. 총여학생회장은 확간수 ‘술자리에서 다함께 ‘병신샷’, ‘게이샷’ 등 장애인이나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행동이 매우 빈번했고 외모평가 등 성폭력, 성역할 강요가 될 수 있는 말들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이 말을 한 주체가 중앙운영위원, 확대운영위원이라’는 점, 그리고 이는 ‘성 인지 감수성을 키우고 올바른 공동체를 만들 책임이 있는 중운위, 확운위의 문제’라는 점 또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총여는 ‘또한 이런 책임의 귀결이 총여가 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총여는 총학 및 일부 중운위원들과 함께 확간수 성폭력 및 폭력 사건 대책위원회를 꾸려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데 참여했다. 사건 이후에는 그 대책으로 7차 중운위에서 ‘대학 내 공동체를 위한 성평등 자치 규약’을 공유하고 그에 관한 의무사항 준수를 요청하는 발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공동체 행사 및 모임 자리에서의 성폭력 예방, 성폭력 발생 시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 ‘전화와 이메일 등 다양한 사건 접수 통로 마련 후 공고’, ‘새터에서 자료집과 포스터 배포’, ‘현장 활동과 대동제 기간 2주 전부터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본 자치규약을 소속 단위의 학생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게시’ 등을 중운위에 요청했고, 학생회의 ‘성폭력 사건 해결 주체 교양 이수’(단운위 발제로 대체)와 ‘단과대별 새터 성인지 교육’, 새터 포스터 제작 등을 직접 맡기로 했다.

그러한 와중에 중운위에서는 2차 가해가 발생했다. 1차 입장문은 ‘중운위 내부에서 해당 사건의 처리에 관한 논의를 하는 도중 2차 가해 발언이 있었’으며,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발화를 하’거나 ‘술이 성폭력 및 폭력 가해에 대한 면책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더불어 가해자를 변호하는’ 일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물론 중운위는 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 또한 함께 표명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일부 중운위원들이 (성)폭력적‧(성)차별적 언행을 반복하는 모습은 다소 우려스럽고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특히 학생 대표자들이 피드백이나 대책위 활동을 통해 해당 사건을 처리해나가고 있는 동시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간극이 사실상 학생 대표자들 전반에 걸쳐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보면, 6차 중운위에서의 피드백부터 사건 처리를 위한 대책위원회 운영, 성평등 자치 규약의 공유와 성폭력 방지 및 성 인지 교육을 위한 의무사항 준수에까지 거의 모든 해결 과정에 총여가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물론 대책위 운영이나 입장문 작성 등에 있어서는 모든 대표자들이 함께했지만, 앞선 지적대로 사실상 실질적인 책임은 귀결은 총여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총여의 지향과 역할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총여의 문제의식과 책임감은 단지 총여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대표자들이 공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폭력적‧차별적 문화가 모든 ‘중운위, 확운위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책임을 함께하지 못한다면, 보일 듯 말 듯 한 지금의 간극은 더욱 또렷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잠정적 가해자론을 둘러싼 모순, ‘‘선량하고 모범적인 학우’와 ‘예비범죄자’의 사이’

@3.

'정신잃고 떡 되도록 술 처마시고 기본적인 예의도 안 지킨 사건을 가지고 왜 선량하고 모범적인 학우들까지 예비범죄자로 만드시는지요. ...'

'제가 아는 연세인들 대부분은 대부분 적당히 마시다 기분 좋게 취하면 그것으로 만족을 아는 사람들이므로...'

'공동체가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 각자 자신이 서 있는 공간에서 주변인에게 예를 다하면 될 일입니다. ... 대다수의 연세인들은 기본적인 예의와 자기절제의 미덕은 갖추고 있는 사람들...'


@4.

'입장문의 요체는 가해자 A란 올바른 성 인지가 부재한 공동체 문화에 의해 길러졌고, 그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우리의 문화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 한 언제든 같은 사건은 재발할 수 있다인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저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사실 우리는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닌가 싶어요. 또한 내가 그 상처를 주지 않더라도 나의 친한 지인이 가해 행위를 했을 때 우리는 침묵해야 하나 아니면 나의 지인을 옹호해야 하나 아니면 피해자를 지켜야 하나 고민에 빠질 수 있습니다. ...

그러므로 개인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만 지킨다면 이 모든 상황에서 자유로울 거라는 다소 과감한 자신감을 버리고 좀 더 겸손하게 우리의 공동체 문화를 성찰하는 것은 마땅히 지향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입장문이 요청하는 바는 분명 재고해 봄직한 필요가 있다. 제아무리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도, (성)폭력과 (성)차별이 쉽게 허용되는 공동체 문화 속에서는 그 또한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가 아니라도 ‘나의 친한 지인이 가해 행위를 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선량’하고 ‘모범’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윤리적 문제에 빠지게 될지 모른다. 더욱이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은 그동안 쉬이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지속적으로 연세 공동체 내에서 발생해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대다수의 연세인’들의 ‘기본적인 예의’와 ‘자기절제의 미덕’ 또한 맹신할 것은 못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입장문의 뉘앙스가 다소 적반하장이다 해서, 이 입장문이 모든 연세인들을 ‘예비범죄자’로 호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쓰여졌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운위가 ‘지금까지 어떠한 문제가 공동체 내에서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하여 … 그러한 문제로부터 언제나 자유로울 것이라는 태도 또한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공동체 차원의 반성과 성찰 없이는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반성이 다소 선언적인 것이었음을 감안하고라도 그들이 학생사회 전반에 대해 이러한 고민을 던진 것은,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연세인 학우들에게 공범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사건의 재발을 예방하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실수가 일종의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 셈이다.

물론 실체 없는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는 입장문의 다소 거친 어조는 독자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학생 대표자 측은 추가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인 문화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께 … 비합리적인 강요라고 느껴지셨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바’임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예의만 지킨다면 이 모든 상황에서 자유로울 거라는 다소 과감한 자신감’ 때문에, 공동체 문화를 되돌아 볼 소중한 계기로서 이번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부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리고 올바른 공동체 문화는, ‘다소 과감한 자신감’보다는 폭력적‧차별적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선량하고 모범적인 학우’와 ‘예비범죄자’ 사이의 모순을 표류할 뿐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들’이 살아가는 방법

결국 학생 대표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동체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점을 진정 깨달을 때, 우리는 차별과 폭력을 경계하고 보다 나은 공동체 문화를 꾸려나갈 성찰의 기회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분명한 인식과 반성이 없다면 개선의 기회는 상실되고 책임은 공허해질 것이며, 그러는 사이 결국 책임은 총여와 같은 일부의 것으로 축소되고 전가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깨달음 위에서야 비로소 공동체 내의 폭력과 차별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관련된 문제임을 알게 된다. ‘선량한 학우’와 ‘예비범죄자’는 일견 대비되어 보이지만, 사실 폭력과 차별에 대한 자신의 무관함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려는 정체화의 시도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과도한 자신감’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더욱 조심하고, 자신과 그 주변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배려하는 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P.S #예의 없는 사람들


@5.

'... 안건지 공개는 공약이라며...? 지들 불리한 거 있으면 이렇게 회피하는 게 아주 꼴사납네. 이딴 같잖은 자성촉구글 올리기 전에 공약도 안 지키고. ...'

@6. (주고받는 대화 형식으로)

'... 첫 줄 읽고 개소리 및 물타기 직감'

'책임의 ㅊ이나 아나 몰라???'

@7. (주고받는 대화 형식으로)

'글솜씨 보니까 누군지 몰라도 바로 여의도로 진출하셔도 되겠어ㅋㅋㅋㅋㅋ 명문이여 명문'

'... 물타기 시전은 거의 국회의원급인듯ㅋㅋㅋㅋㅋㅋ ...'

@8.

'크 이번 학생회도 믿음직스럽네'

@9.

'구조맹들 씹극혐'


여태까지의 간극은 뚜렷한 입장이나 태도, 인식 간의 대립이었다. 학생 대표자들의 반성이 실체성을 가지느냐에 대한 중운위와 연세인 학우들의 입장 차, 해당 사건과 그 배경이 된 (성)폭력적‧(성)차별적 문화의 책임과 처리를 둘러싼 총여와 (일부) 중운위 사이의 태도 차, 마지막으로 학생사회에 대한 성찰 촉구로 빚어진 잠정적 가해자 논쟁에서 나타난 ‘선량하고 모범적인 학우’와 ‘예비범죄자’ 사이의 모순까지가 그러했다. 이들의 간극은 다소 대립적인 것이었지만, 논쟁을 통해 사건의 본질과 의미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도 그 유의미한 간극을 발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로 예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과격하거나 조롱투인 어휘를 사용하고, 사건 그 자체보다는 상대를 힐난하는 데 더욱 관심이 있어 보였다. 한 쪽에서는 중운위의 입장문이 ‘같잖은 자성촉구글’이나 ‘개소리 및 물타기’로 격하되고, ‘크 이번 학생회도 믿음직스럽네’나 ‘여의도로 진출하셔도 되겠어ㅋㅋㅋㅋㅋ’와 같은 조롱이 가해졌다. 반면에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상대편에 대해 ‘구조맹들[각주:6] 씹극혐’과 같은 힐난을 가했다. 자신의 입장에 기반한 정중한 제언이라기보다 그저 남을 헐뜯을 뿐인 이러한 조롱과 무시는, 보다 나은 연세 공동체를 모색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합리적이고 정중하게 표현하는 말하기 방식을 갖지 못한다면, 학생사회의 공론장은 오히려 혐오와 반목만을 생산하는 역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편집위원 태재치

  1.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회칙에 따르면, ‘확대운영위원회는 본회의 의결 기구’이며(제23조 지위),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총여학생회, 각 단과대 학생회의 정, 부회장, 과/반 학생회장으로 구성한다.’(제25조 구성 ①) [본문으로]
  2. 성평등센터는 학생복지처 산하 조직으로 논지당에 위치해 있으며, 성 인지 감수성을 위한 커리어 개발과 리더쉽 프로그램, 봉사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평등한 성문화 정착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상담‧사건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자세한 설명은 http://equity.yonsei.ac.kr/을 참조. [본문으로]
  3.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회칙에 따르면, ‘중앙운영위원회는 본회의 상설 기구’이며(제31조 지위),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총여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 각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구성한다.’(제33조 구성) [본문으로]
  4. 7차 중운위 속기록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나와 있다. http://cafe.daum.net/yonsei52nd 참조. [본문으로]
  5. http://cafe.daum.net/yonsei52nd 참조. [본문으로]
  6. 입장문이 구조적 관점에서 제시한 사건의 원인 및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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