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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페이스북은 자신의 일상을 나누며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던 친목 공간에서 여러 페이지에 올라오는 텍스트 기사나 동영상 클립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SNS는 이제 젊은 세대들이 세상을 접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었다. 이에 발맞춰 기업들은 각종 뉴미디어를 통해 자기네들 사업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려가며 SNS 관리자나 뉴미디어 개발 엔지니어와 같은 직업을 탄생시켰다. 일반 기업들이 이런 상황인데, 언론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SNS에서 자사의 기사 혹은 클립이 얼마나 노출되었는가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노출도만큼 중요해졌다. 또한, 언론사마다 신문이나 방송 외에SNS 플랫폼만을 위한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카드뉴스나 클립영상 형태의 뉴스가 등장했다. 이제 신문은 더 이상 활자 매체로만 불릴 수 없게 되었고, 기자들은 SNS 리드멘트를 얼마나 더 매력적으로 작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한 지상파 방송사 뉴미디어국에서 (외신) 영상 콘텐츠 제작을 보조하는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 글은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한 기성 방송사 내부를 관찰한 것이다. 인쇄 매체는 쇠락한 지 오래고, 텔레비전조차 안 보는 사람이 많은 시대라곤 하지만, 방송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아직 무시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사는 그중에서도 단연 주류이다. 그런 ‘주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디지털 전략 부서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현직 언론인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아직 3개월 차 신입 인턴이지만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뉴미디어부란_무엇이고_우리_부서는_어디인가?
다른 방송사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뉴미디어부라는 부서가 존재하며, 이 부서는 (내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크게 방송사 본 계정을 관리하는 부서와 본 계정 외에 방송사의 서브 브랜드를 도맡은 부서로 나누어져 있다. 이 서브 브랜드들은 보통 방송사가 뉴미디어용으로 독점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만든 서브 계정들이다. 나는 이 서브 브랜드 중에서도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서에 있다.
#내가_하는_일은?
우리 부서는 인턴, 작가, 기자, 편집자, 디자이너, 소셜 에디터로 구성되어있다. 2 일단, 아침 회의 전에 나와 같은 외신 인턴들이 미국/중국에서 들어온 영상 소스 중에서 뉴스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별한다. 국내 아이템들 선별은 다른 편집 기자님이 맡는다. 보통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들의 전날 스케줄을 훑으며, 특기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뽑아낸다. 아침 회의가 시작되면 외신/내신 담당자들의 발제가 이어지고 아이템이 선별·채택된다. 아침 회의가 끝나면 외신 아이템의 경우 인턴인 내가 아이템별로 정보를 모아 한국어로 번역· 정리한다. 영상을 분해하여 새로운 영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기본 재료들을 산발적으로 늘어놓는 과정이다. 그 정보들을 작가에게 넘기면, 작가들은 주제(a.k.a 야마)를 잡아 편집안을 구성하고 편집자들이 이 구성안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든다. 이후 기자들의 컨펌이 내려지면 드디어 완성. 완성 직후 SNS를 총 관리하는 직무를 맡은 소셜 에디터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에 리드 멘트를 넣어 포스팅한다. 영상을 올리는 게 끝이 아니다. 영상의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 인턴들은 영상을 소개하는 짤막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써서 포털이나 블로그에 올린다. 매일 이 과정의 반복이다. 하루 올라오는 아이템은 평균 5~7개. 영상의 길이는 1~2분 내외로 짧다. 소셜 에디터 및 기자들은 그날그날의 트래픽, 좋아요 횟수, 공유 횟수 등을 추적하고 보고한다.
정리하자면, 내가 하는 일은 아이템 찾기, 싱크 번역하기, 블로그 포스팅하기, 짤막한 아티클 쓰기가 있고, 그 외에도 커피 사 오기, 눈치 보며 출근하기, 눈치 보며 퇴근하기 등 막내라서 하는 일들이 더러 있다.
#아이템_선정_기준은_뭐다? (어떤 게 잘 먹혀?)
내가 부서 사람들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먼저 해야 했던 일은, 어떤 영상이 잘 통하는지 아이템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일이었다. 우리 부서는 아침 회의 시간에 아이템 발제를 하는 막중한 임무를 한낱 대학생인 인턴에게 맡기는 매우 특이한(훌륭한) 집단 3이다. 처음에는 “나에게 이런 권한이?”라며 감사하게 생각했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내가 선택한 아이템이 너무 수준 낮아 보이면 어떡하지?” “발제할 때마다 더듬이마냥 더듬거리는 내 말투에 다들 속으로 답답해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외신으로 들어오는 콘텐츠들은 대부분 연성 아이템 4이다. 보통 귀엽거나, 놀랍거나, 잔인하거나 셋 중 하나다. 귀여운 거라 하면, <중국에서 쌍둥이 판다가 태어났어요! 귀엽죠 꼬물꼬물>, <미국에서 곰이 가정집 수영장에 와서 놀다 갔어요! 폴짝폴짝 아이 신나..는데 무섭다> 와 같은 동물농장 류가 가장 많고, 놀라운 거라 하면 <협곡 다리 밑에 매달려 결혼식 올린 중국인 부부…대다나다>, <미국에서 낙하산 없이 프리 스카이다이빙 도전한 남자…용감하다>와 같은 능력자들 류가 많다.
문제는 잔인한 장면이 담긴 영상들이다. <스페인 소몰이 축제에서 투우사가 소뿔에 받치어 숨지다>와 같은, 참혹한 사고 장면이 담긴 자극적인 영상들을 말한다. 여기서 자극적이라는 것은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 화면이 시각적으로 자극적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얼마 전 미국에서 경찰이 흑인에게 총격을 가해 과잉진압 논란이 일었을 당시, 피해자가 직접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카메라에 생생하게 찍혀 파장이 더욱 커졌었다. 이러한 영상들이 들어올 경우에는 그 이슈의 중요성 보다는 그림의 충격성 때문에 아이템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가슴에 총을 맞은 남자친구를 뒷좌석에 두고 그 현장을 여자친구가 페이스북 라이브로 전하고 있는 상황, 뛰어가는 사람 뒤에서 경찰이 총을 쏘아 사람이 영화에서처럼 풀썩 고꾸라지는 장면 등의 총기 사고 영상 등이 그랬다. 이번 여름 미국에서 큰 정치적 쟁점이 된 탓도 있었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총기 사고를 자주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해질 정도로 3개월 동안 총기 사고만도 많이 다뤘다.
또한, 참혹한 교통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CCTV 영상도 마찬가지이다. <부산 해운대 7중 추돌 사고 블랙박스 영상 공개>, <일가족 덮친 만취 차량…3명 사망 날벼락>, <버스 기사가 잠시 용변을 보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비탈길에 정차돼 있던 마을버스가 아래로 굴러 떨어져>와 같은 아이템 말이다. 한 개인의, 한 가족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긴 사고 현장을 “입수”, “포착”이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해가며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처음에는 ‘안전 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 뉴스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아이템을 반복적으로 다루는 것이 단순히 그런 공익적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순전 오락용이라는 얘기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기 위해 남의 비극을 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서 내에서 이런 아이템들은 아무리 같은 구조로 반복될지 언정 영상이 생생하기만 하다면 다시 제작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평균 이상의 조회수와 관심을 받는다는 이유로.
#자극적이기만_하면_된다?
불편했던 점을 먼저 말하긴 했지만 사실 이러한 연성 아이템들이 우리 부서의 주요 아이템은 아닐뿐더러 외신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줄여가는 추세이다. 대신, 내신에서 좋은 아이템을 골라 나름의 비판적인 해석을 더해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반응도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 8월 어느 날, 아침 회의 때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아이템이 올라왔다. 표면적인 사건의 개요는 이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 이전에 국무회의에서 자신이 여름 휴가지로 추천한 곳이었던 울산 태화강을 직접 방문했다. 대통령은 흰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크로스백을 멘 편안한 휴가복 차림으로 나타나 인근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귀경했다.”
만약 이것이 지상파 8시 뉴스였다면 <대통령의 이례적인 휴가 일정> 기획으로 ‘자신이 추천했던 휴가지에 직접 방문해 그 지역의 시장을 돌며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다.’정도의 주제로 심심하게 보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 또한 발제를 들으며 ‘이런 시시한 소재를 누가 굳이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보나, 당연히 킬(kill)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장님은 “검토해보겠다”며 제작의 여지를 남겨두고 회의를 끝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완성된 영상을 본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대통령의 말, 표정,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하니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스케치 영상이 나온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영상을 살린 건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말 몇 마디였다. 대통령 옆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손을 잡으려는 시민들에게 연이어 “손 살살 잡으세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슬쩍 강조된다. 박 대통령이 고춧가루를 보고 신기한 듯이 “고춧가루..고추로 맨든 가루.. 참 귀하네요”라고 말하는 부분 또한 자막 처리 된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걸어오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스케치한 듯한 효과를 넣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킨다.
그림으로 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춧가루를 생전 처음 본 사람처럼 “귀한 거죠?”라고 묻는 대통령의 모습을 컷으로 잡을 뿐, 논평을 달진 않는다. 대통령이 그동안의 뻣뻣한 정장 차림을 벗고 생전 쓰지 않던 선글라스를 왜 썼는지, 따로 질문을 던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 장면들을 컷으로 이어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뭔가 부자연스럽다’라는 느낌을 준다. 예전에 인기 있었던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 <짝>을 보는 느낌이다. 그 프로를 보면서 느꼈던 무엇 모를 부자연스러움이 이 짧은 <박근혜 대통령 휴가 스케치>에도 담겨 있다. 반응도 좋았다. “고춧가루가 그렇게 귀한 음식인지 처음 알았네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시장 돌면서 대통령이 친근한 척 좀 한 게. 선글라스 좀 끼고 멋 좀 부린 게 아직도 그렇게 비꼴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만 되면 시장에 나타나는 정치인’에 대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가식적'이라고 비난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위 영상은 ‘아,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대통령이 서민들의 삶과 이 정도까지 괴리된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을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 얼굴만 보여줘도 달려들어 물어뜯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지 않냐’, 즉 ‘모두까기의 표적인 소재를 다뤘기에 큰 노력 없이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틀렸다. 물론 정치인만 나왔다 하면 무조건 안 좋은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분명 소수이다. 그런 사람들만 가지고 페이스북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낯선 소재는 물론이요, 이미 흥미가 검증된 소재라도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잡고 구성을 확실히 했을 때만, 풍자의 의도가 구체화되어 실제 결과물로 나타난다. 꼭 정치인이나 시사 아이템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올림픽 아이템이나 연성 아이템 위주인 외신 아이템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한다. 의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대충 만든 영상은 사람들이 분명히 알아본다. 연출력이란 명확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디테일이_영상의_질을_가른다.
아무리 연출을 잘했더라도 사람들이 영상을 클릭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사람들이 영상 재생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섬네일(대표 이미지), 헤드라인, 리드 멘트 등 사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데스킹을 보는 기자들이 모든 부분을 신중하게 컨펌한다. 페북 리드멘트도 기자들의 데스킹을 받는다는 것을 아는가. SNS관리, 말은 쉬워 보이지만 작은 디테일 하나 하나를 살릴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5
뉴미디어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들이 작은 것에 움직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결국엔 내용이 중요하지’, ‘SNS는 개인적인 공간일 뿐이지’, ‘아직 세상의 중심은 오프라인이야’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뉴미디어에서 제대로 일을 내고 싶다면, 그 공간을 아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거기서 통용되는 문화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살펴보고, 따라갈 만한 것은 적극적으로 따라가려는 오픈 마인드의 자세가 필요하다. 6 우리 부서 부장님은 그런 면에서 매우 훌륭하시다. 1년 반 전에는 카카오톡도 사용하지 않았다던 분이라고 들었는데 특유의 빠른 습득력과 오픈 마인드로 부서를 짧은 기간에 크게 성장시키셨다.
전통 저널리즘은 항상 객관성을 열망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믿어본 적이 없다. 우리 에토스는 실체를 드러내는 주관성이다. 난 CNN에서 이런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이스 미디어 로고
미국 독립 미디어로 20대들의 큰 사랑을 받는 <바이스(Vice)>를 이끄는 수장 중 한 명인 수루시 알바가 한 말이다. 8 CNN뿐 만 아니라 한국의 객관주의를 지향하는 언론 현실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 소속이라 그런지 우리 부서도 중립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데스킹을 보는 기자들이 그런 가치관을 내재화하고 있는 것 같고 그것이 자연스레 직원들(작가, 편집자) 전체의 자기검열로 이어진다. 간혹 조금 주관성이 강한 표현을 쓰거나 사건을 한 쪽 시각으로 판단하려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경우 ‘그건 좀 해석이 과한 것 같다’라는 피드백이 곧바로 날아온다.
우리 페이지는 대한민국 지상파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성장했기에, 그 브랜드의 관행을 지나치게 침범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바로 그 관행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 오히려 그것에 반항하는 것이 멍청한 짓이다. 대중들이 꼭 원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미 그런 객관주의적 언론관에 젖어있는 대중들 또한, 겉으로는 “곤조 있는” 언론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주관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보도가 보이면 일종의 알레르기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페이지 영상에서도 조금이라도 한쪽의 의견을 들어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 바로 ‘편향’된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린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대선을 다루는 영상에서 조금이라도 힐러리 후보 편을 드는 뉘앙스가 보이면 바로 ‘왜곡 보도’라는 댓글이 달린다. 지상파 방송사라서 더 그렇다. 심지어 똑같은 멘트를 쓰더라도 다른 일반 뉴스 페이지에 비해 쉽게 ‘편향’이라는 프레임이 씐다.
물론, 내부에서는 더 나아가고 싶어 한다. 우리 페이지가 방송사의 서브 브랜드로 남아있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시각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담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한다. 시의성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완성도 있는, 아이템을 하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이 많다. 마음속으로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도(같은 느낌적인 느낌. 몇 명은 실제로) 그런 이유다. 아무리 '좋아요'가 수십만이 넘는 웹 페이지에서 일한다지만, 다들 ‘자기만의 콘텐츠’에 굉장히 목말라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르다’는 이 불편한 진실이 이 곳에도 존재한다.
#나가며
이 글을 쓰고 다듬는 동안에 회사 내에 대규모 조직 개편 및 인사가 있었다. 우리 사무실은 확장 공사를 해 기존의 1.5배 면적으로 넓어졌다. 넓어진 사무실만큼 많은 인원이 새로 합류했거나 합류할 예정이다. 그중에는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는 베테랑 기자 및 PD도 있다. 부서가 커지고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우리 부서가 주위의 많은 기대를 받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기간 흥미진진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으면, 싶다.
글 wakamono(기고)
[부록] 사실 진짜 궁금한 건 이런 거잖아
Q. 방송사에서 일하면 연예인 많이 보나?
개그맨들은 많이 봤다. 방송에 잘 나오지 않는 개그맨 중에 라디오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건 다른 얘기지만, 일전에 (역시나 라디오 때문에 매일 오는) 김창완을 마주쳤는데, 아침밥을 먹고 있더라. 채식주의자라 그런지 대접에 샐러드를 왕창 받아서 소스도 안 뿌리고 천천히 먹는 모습이 다소 안 돼 보였다. 별로 안 먹어서 그런지 얼굴에 생기가 없었다. 그 이후로 매일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후문.
Q. 인턴, 어떻게 구했나?
과 선배가 자신의 SNS에 올린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서류와 면접 전형이 있긴 했지만, 공개 모집은 아니었기에 경쟁률이 높진 않았다고 들었다.
Q. 급여는 어떤가?
1일 7시간 근무로 최저임금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나와 같은 인턴들이 이 공간에 너무 수두룩해서 놀랐다. 어디든 말단 사원은 인턴으로 채우는 느낌(정규직 전환 안 됨) 인턴이 아니라 한들 다들 계약직, 파견직이다. 정규직 직원들과 출입증 색깔이 달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급여를 포함한 근무환경에 꽤 만족하는 편이다. 인턴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좋다.
Q. 뉴미디어부서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같이 일하고 있는 기자들은 30대 중반 3명. 2년마다 부서를 바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누구라도 배치될 수 있다. 하지만 유난히 아기 아빠들이 많다. 취재를 안 가고 주로 사무실에서 내근하고 퇴근 시간도 나름 잘 지켜져서 그런 것 같다.
-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최소한의 보안 차원으로 방송사 이름은 비공개로 한다. 뭔 일 생기면 015B에 책임을 물을 예정. [본문으로]
- 기자 선배의 말에 따르면 편집자와 작가, 에디터가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것은 방송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라고 한다. 보통은 기자면 기자, 편집자면 편집자 따로 모여 있다고 한다. 재빠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SNS의 특징 때문인 듯싶다. [본문으로]
- 외신 아이템은 보통 영어로 들어오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꼭 필요한 부서다. 내신 아이템 발제는 경력이 오래된 편집 기자가 한다. [본문으로]
- 뉴스의 출처가 사적 영역이면서 인간적 흥미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뉴스. 반대말로는 경성뉴스가 있으며, 뉴스의 출처가 공적 영역이면서 정보의 중요성과 사회적 영향성을 분석적으로 담고 있는 뉴스를 말한다. (출처: 한진만, 설진아. (2001). 텔레비전 뉴스의 연성화에 관한 연구: KBS 1, MBC, SBS의 주시청시간대 뉴스를 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15(3), 335-336.) [본문으로]
- 이 부분에서는 특별히 허핑턴포스트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섬네일로 클로즈업 샷을 주로 사용하고, 리드 멘트에서도 기사의 핵심을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든가. 참고로 최신 유행어를 쓰지 않는 것도 허핑턴의 원칙이라고 한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워지기 때문이라고. (출처:“바이럴은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미디어오늘, 2016/8/5) [본문으로]
- 물론 악성댓글, 조리돌림 같은 것은 지양해야 하는 문화겠지만. [본문으로]
- ‘근성’을 뜻하는 일본어 [본문으로]
- 2007년
인터뷰를 인용한 <“바이스 미디어, ‘독특한 소재·1인칭 시점·고품질’로 세계 우뚝”, 블로터, 2016/5/27>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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