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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들여다보기] 온라인에서 만났습니다

연희관공일오비 2020. 10. 6. 09:54


온라인에서 만났습니다

 

 

 

온라인 만남 플랫폼[각주:1]을 처음 접했던 것은 학창시절 때였다. 그때부터 인터넷 헤비 이용자였던 나는(죽어도 중독자라고 하긴 싫었다) 넷상을 동네처럼 들쑤시고 다녔고, 온갖 커뮤니티와 SNS를 거쳤다. 그러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감추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쉽게 감출 수 있었고, 어쩌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이 틀 때까지 핸드폰을 쥐고 있기도 했다. 천성이 조금 느리고, 가벼운 농담을 제외한다면 말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데 한참, 눈앞의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상대인지를 고민하는 데 또 한참이 필요한 나는 이곳에서만 나눌 수 있었던 어떤 깊은 대화들과 어쩌면 ‘tmi’라 불릴 사소함들이 가장 즐겁던 때가 있었다. 연상의 자매나 남매가 없었던 나는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친밀한 어른이 없었고, 그곳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편안함을 찾기도 했다. 또한 여태까지의 내 삶에서 가까이 사귀어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만나며, 나는 나름의 방법으로 그때 내게 주어진 세상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몇 번은 연애를 했다. 생기있고 사소한 연애의 일상이 그리워질 때가 오면 나는 스스로 내 연애 사업을 챙기는 쪽이었다. 단순하고 즐거운 게 좋았다. 지고지순한 것도 싫었고, 너무 바람직한 것도 재미없었다. 이후에, 내가 멀쩡한연애를 하는 줄 알았던 친구들은 이전의 연인들과 온라인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왜 그런 걸로 만나냐고 묻거나, 신기해했다. 반응은 다양했지만 가장 많았던 것은 걱정의 말들이었다. 겁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 하는. 하지만 난 생각보다 겁이 없는 편이었고, 또 생각보다 외로움과 호기심은 많았다. 아주 별로인 사람들과 조금 덜 별로인 사람들, ‘실패들에 지겨워하고 온갖 어필하는 말들에 몸서리치면서 어플을 지웠다가 다시 다운로드하기를 반복한다. 외로워서, 심심해서, 잠이 안 와서, 궁금해서, 그냥 사람이 필요해서, 그리고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몇 살 많던 언니가 보여준 핀란드의 설경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고, 동갑내기 친구가 즐겨 듣던 밴드의 이름은 내 플레이리스트에 단단히 박혔다. 만남의 방식은 다양하다. 적극적으로 를 연애시장에 내놓았던 연애주의자의 경험담이자 조금의 변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더 이상 예전처럼 소란하지 않고 약간은 지루하게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일상에 치여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상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나, 그냥은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대화할 사람이 필요한 사람, 외국에 머물다 와 만날 친구를 사귀고 싶은 사람, 혹은 어쩔 수 없이 이것까지 현실인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영원, 돌고래, 마그마, 저녁. 어플을 사용해 본 적 있는 네 명의 사람들과의 대화를 담았다.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는 닮아있고, 또 어떤 지점에서는 각자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들의 경험을 통해 어플과 사랑, 두 단어 사이에 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거나, 어쩌면 조금 이상하게도 다가올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마음도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1.

 

온라인 데이팅 어플로 인연을 만나 본 사람도, 몇 번 시도했다가 금세 흥미를 잃고 삭제한 사람도, 혹은 아예 낯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온라인을 통한 만남을 즐기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글로벌 온라인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인 틴더(Tinder)’2019년 비게임 분야 중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은 돈을 쓴 앱으로 조사되었다.[각주:2] 앱 내부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진 순위에서, 넷플릭스, 아이치이, 유튜브 등 동영상 앱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그 목적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랑에 빠지기 위함이든, 친구를 사귀기 위함이든, 다른 무엇이든 간에, ‘온라인을 통한 만남을 갖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각주:3] 또한 실제 한 연구에서 미국 이성 커플의 만남 경로를 조사한 결과 19952%에 불과했던 온라인을 통한 만남의 비중이 2017년에는 39%로 증가했는데, 이것은 술집과 식당 등에서 이뤄지는 즉석 만남(27%)과 친구를 통한 소개팅(20%)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했다.[각주:4]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당신은 주변에서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고 말하는 커플을 만나기 어려울까? 그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 온라인에서 만났다고 밝히길 꺼리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 만남은 현실에서 인연을 만날 능력이 없는, 일명 루저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며, 무엇보다 헤테로 커플의 온라인 만남은 실제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타인에게 다른 (섹슈얼한)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마그마 : 어플을 시작했던 것은 중고등학생 때였어요. 그때 유행했던 익명 채팅 어플, “돛단배아세요? 그 어플은 거리를 설정해서 그 안의 사람들에게 랜덤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어플이었거든요. 그 어플로 제가 학교 선배를 만났어요. 저희 학교는 재단이 같지만 남고와 여고가 분리되어 있는 학교예요. 그때 저는 여고를 다니고 있었는데, 남고에 있는 선배를 만난 거예요. 근데 알고 보니까 그 선배가 친구네 언니의 친구였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제가 어플을 해서 이 선배를 알게 되었다는 것을 다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딱히 그 사람과 별일이 없었는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민망해서 연락을 끊게 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데면데면해지고……. 지금은 어플에서 만났다는 것을 밝히는 데 딱히 거리낌이 없습니다. 어플 내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모른 척하고 넘어가요. 제 연애의 2/3은 아마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 오히려 몇 년 전에는 그냥 별 두려움 없이 어플에서 사람을 만났다면 지금은 좀 신중히 만나게 되었어요. 대화하는 시간이 아까우니까 대화 시작부터 각을 재는 거죠. 이 사람은 어느 정도 말이 통하겠다, 혹은 아니겠다. 그래서 대화를 이어가면서 만나는 것이 내게 손해가 아니겠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요.

 

 

친구들이 내게 했던 걱정처럼 위험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사실 채팅에서 자신의 신분을 거짓으로 밝히는 일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틴더나 아만다와 같은 어플에는 사용자들이 작성한 학력, 직업, 취미는 물론이고 그들이 설정해 둔 나이, 성별, 사진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절차조차 없다. 서른 살 남성이 스물다섯 살 여성으로 프로필을 설정하고 당신과 대화해도 그 사실을 알 길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대화할 때는 분명 다정하고 섬세하며 나와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만나서는 다짜고짜 룸카페를 가자고 한다든가, 따로 집에서 한 잔 더 하자고 한다거나,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일도 비일비재다. 온라인 만남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감각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남성의 경우에는 직접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다수인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단순히 킬링 타임만을 위해 어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곳에서는 거의 모두가 매칭된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몇 시간만 지나도 백 개를 훌쩍 웃도는 좋아요,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당신의 관심사와 흥미를 탐색해 오는 타인의 성의에 기분이 상하기는 어렵다. 가끔은 자존감이 필요할 때 틴더를 찾는다는 사람도 봤으니 말 다 한 셈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이렇게나!)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마 드물 것이다.

 

 

돌고래 :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저에게 맞는 정보를 주는지도 확실하지 않아요. 저부터도 제 신상을 속인 적이 몇 번 있었으니깐요. 그리고 이름이나 사는 곳,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건 잘못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다가, 그 상대가 아직 말 그대로, ‘미지의상대이다 보니까 공개하기 더 꺼려지더라고요. 너무 노골적으로 원나잇의 뉘앙스를 풍기는 메시지들을 받아본 적이 많아서 더 그래요. 사실 제가 느끼기에는 (헤테로 어플의 경우에는) 대부분 원나잇을 구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말이 딱히 틀리지는 않은 것 같아요. (웃음) 프로필을 넘기다 보면, 자신의 몸 사진을 찍어서 올리거나, 자기소개란에 성향을 적어 놓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메시지를 주고받는 초반에 다짜고짜 만남 의사를 강하게 밝히는 분들도 많고요.

 

 

영원 : 한 번은 (1-2주 이상) 연락하던 언니에게 [그럼 지금 만날래?] 이렇게 메시지가 와서 그 언니가 있는 장소로 나가 봤더니 알고 보니까 술에 진짜, 진짜 취해서 연락했던 거였던 적이 있어요. 만나자마자 저한테 모텔을 가자느니, 자자느니, 그런 식으로 나와서 바로 택시 태워 보내고 차단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로 어플은 몇 달간 안 썼죠.

 

 

저녁 : (어플에서 대화 상대로) 매칭이 되면 간단하게 나이나 사는 곳을 물어보고, 바로 만남을 요구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고, 몇 주나 며칠이 지난 뒤에 만나는 게 어떻냐고 은근히 물어 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이번 주 주말에 만나자”, “거리가 가까우니 이따 저녁에 만나서 술을 한 잔 하자.” 이런 노골적인 말들은 솔직히, 진짜 뻔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거든요. 부담스럽기도 했고, 특히 밤에 만나자는 요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두려워져서 그냥 거절하고 매칭을 취소했던 적이 많아요.

 

그렇다고 해도, 어플이 아니면 생활 반경 안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인연이 되는일련의 과정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도 존재한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어플까지가 현실이며, 대표적으로 퀴어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주변에 퀴어임을 밝히지 않는 벽장의 경우에는 온라인이나, , 클럽처럼 만남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 아니면 연애를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온라인은 그들이 자신의 퀴어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 형태가 되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퀴어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경우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대화를 하고 호감이 드는 상대방이 엘라이[각주:5]인지 퀴어인지, 혹은 포비아는 아닌지 알기 위해서는 어쨌든 아웃팅의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생활 반경이 집-직장--직장인 직장인들의 경우에도 자만추는 남의 일이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 갑작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영원 : 저는 제가 이거 쓰면 벽장탈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웃음) 외치기 한 번 쓰고 나면 저는 좀 현타가 옵니다. 그 어플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그게 조금 부담스러워서요. 보면 어린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 애들이 칼맞춤법, 칼띄어쓰기 지켜 가며 소위 말하는 한 글자니 두 글자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런 걸 보고 있으면 현타가 와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어플을 깔아서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그래도 성적 지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경우가 흔치는 않으니 어플을 통해서 정말 잘 맞는다 싶은 사람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이성애자였다면 어플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여성 전용 어플에도 이상한 사람이 있지만 남녀가 모두 사용하는 어플에는 그 이상한 사람이 정말 높은 비율로 있다고 생각해서요.

 

2.

 

온라인으로 시작하는 연애는 기존의 오프라인 연애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시작하고 진행된다. 어플의 형태마다 다르겠지만 대표적인 데이팅 어플 A를 예로 들 경우, 사용자들은 프로필에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한다. 또한 그 아래에 자신을 설명하는 짤막한 글을 작성할 수 있는데, 사용자들은 타 사용자의 사진을 가장 먼저 보게 되고, 직관적으로 호감을 느낀다 싶으면 화살표를 눌러 그 사람이 작성한 자기소개를 보게 된다. 보통은 ‘(no) FWB[각주:6]’, ‘공연 관람’, ‘맥주 마실 사람등과 같이 1) 어플을 다운받은 목적 2) 취미와 취향 등을 적어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양측이 모두 서로에게 좋아요(라이크)’를 주어 매치가 되었다면 그때부터는 대화를 비롯한 언어적 상호작용이 관계를 좌우하는 키가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그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반면 어플 A가 아닌 어플 L의 경우에는 사진을 띄우지 않는다. 랜덤으로 발송되는 쪽지나, 게시판처럼 타 사용자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짧은 메시지를 띄우고 이를 통해 자신을 어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외모에 대한 호감도가 초반의 관계 맺기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든다.

 

이러한 점 이외에도, 어플리케이션 회사들은 마케팅을 통해 각 어플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여전히 단순히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용함을 밝힌 후에도 어플에서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며, 섹스할 상대를 구하기 위해 어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멋대로 단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플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으며, 대상이 다양해진 만큼 그 마케팅 방법 또한 다변화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전히 한국에서 부정적인 데이팅 어플[각주:7]의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방식을 선택한 어플 A가 그렇다. 어플 A(한국에서의) 홍보 전략을 연애 상대를 구하기 위한 어플이 아닌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동네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어플로 삼았다. 광고 카피로는 잠깐 불러내서 수다 떨 동네 친구 하나 있음 딱인데.”, “취향 잘 맞는 친구랑 얘기해 본 게 언제더라?” 등을 내세워 기존의 데이트 어플들이 주던 섹슈얼한 느낌(과 그로 인해 오는 거부감)을 최대한 삭제하고, 접근 장벽을 낮추려 노력했다. 초기 이용자들에게 장벽으로 기능하는 데이팅 어플의 이미지를 지우고, “취향에 기반을 두고 사람들이 서로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어플로 이미지를 변화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아예 반대의 느낌을 키워드로 내세우는 어플도 존재한다. 자신의 사진을 두 장 이상 올려서 다른 회원들에게 평가를 받은 뒤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어플 B가 있고, 증명할 수 있는 서류나 이메일을 등록해 소위 자신의 스펙을 인증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어플 C도 있다. 어플 A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의 선에 있다면 이러한 어플들은 선이나 소개팅처럼 인만추쪽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이다. “가벼운 만남은 어플 A하는 말처럼, 사용자들은 이러한 어플의 이용 방식을 고려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더 용이한 도구을 선택하게 된다.

 

 

영원 : 저는 여러 어플을 사용해요.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건 레즈비언 어플 중에서 제일 유명한 익명 채팅 어플 L이예요. 국내의 레즈비언, 혹은 바이섹슈얼 여성만을 위한 어플 중에서는 이게 제일 유명해요. 아마 처음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그래서 이 어플을 시작한 사람이 많을 거예요. 이용자가 많아야 매칭하기에도 좋으니깐요. 채팅 기능에서는 다른 어플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특색 있는 점은 없지만, 대신 랜덤 전화기능이 있어서 특정인과 랜덤으로 매칭되는 전화가 가능해요. 이게 재밌는 게, 외로울 때 메가폰(외치기) 대신에 바로 전화를 걸게 돼요. 사실 저는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보다 목소리로 하는 소통을 더 좋아하거든요. 문자로 하는 소통은 즉각적이지 못한데 전화는 우선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더 상대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익명의 상대와 밤에 전화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상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 나누다 보면 모르는 사람이지만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아지는 순간도 있고요.

 

 

돌고래 : 제가 사용하는 건 아마 온라인 데이팅 어플 중에서는 제일 유명한, 어플 A예요. 사진이 주가 되고, 동네친구라는 마케팅 방식에 맞게 자신과 상대방의 거리도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대면으로 만남을 시작할 때는 상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시작해요. 그 사람이 대학생이라면 보통 어디 대학의 무슨 과 몇 학번이 정도의 신상은 기본이고, 만약 그 사람이 친구의 지인이면 더 깊은 정보까지도 전해 들을 수 있었어요. 반면에 온라인은 그 사람이 전해주는 정보에 의존해서, 제가 스스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관계의 발전과정에서도 전자(기존의 오프라인 만남 형식)의 경우에는 다음 만남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빠른 반면에, 온라인상에서 처음 대화를 나눴을 때는 만남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 자체가 어렵고 빙빙 돌아가는 느낌이 강해요. 거절당할 수 있으니깐요. 재밌는 점을 꼽으라면 저는 대한 이미지를 제가 스스로 형성시킬 수 있다는 점? 저에게는 어플이 때로는 제가 추구하는 저의 모습을 꾸며낼 수 있는 창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어플의 큰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마그마 : 저는 레즈비언 어플 중에서, 메가폰을 이용하는 어플 L스와이프기능을 사용하는 만남 어플 A를 주로 사용하는데, 삭제했다 다시 다운받았다를 정말 많이 반복했어요. 어플에서 자기소개를 작성하는데, , ‘자취해요’, ‘피부가 좋아요’, 이런 걸 적으면서 현타가 오거든요. 눈 딱 감고 이걸 적더라도 어플 상에 나와있는 다른 사람들의 소개를 보면 다시 한번 현타가 와요. 특히 어플 L를 이용할 때는 저 자신을 많이 검열하게 되는 것 같아요. A를 쓸 때는 별 생각없이, 사용을 하는데 이 어플의 경우에는 (사용자들의 선호가) 되게 확고하단 말이에요. 얼굴형, 분위기, 체형, 머리길이…… 게다가 어떤 경우에는 페미니스트는 죄송해요.”, 아니면 아예 레디컬만 오세요.”라고 써 있기도 해요. 그런 걸 보면서, 어떤 사람도 나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는구나, 생각해요. 그러면 나는 뭘까, 나는 이 레즈비언 연애시장에서 결코 팔리지 않는 것인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잘 팔리기위해서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자기 검열을 하면서도 계속 사용하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만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퀴어의 경우에는 상대를) 쉽게 만날 수 없잖아요. 그리고 목적마다 쓰는 어플도 달라져요. 어플 L는 처음에 사진이 노출되지 않아요. 글로 쓴 소개를 먼저 보고, 대화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거예요. 근데 어플 A는 사진이 제일 먼저 보여요. 저는 진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주로 어플 L를 쓰고, 그냥 막연히 공허하고,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 느낌을 받을 때는 어플 A를 더 사용하게 돼요.

 

 

 

하지만 사진을 포함한 온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교류도 분명 그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을 때, 동일인임을 의심하게 되는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의 맺고 끊음이 오프라인 만남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한참을 즐겁게 이야기하다가도 채팅방을 지워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있고, 열에 여덟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많은 대화들이 일회성으로 끝이 나곤 한다. 몇 주, 몇 달을 온라인으로 이야기하던 상대와 아주 잘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프를 했는데 막상 만나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실망하거나 죄책감을 느꼈다는 일화들도 많다. 이처럼 맺음과 끊음이 용이한 어플의 특성은 개개인이 관계 맺는 방식과 맞물려 특정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벼운맺고 끊음에 질려 어플을 사용하기를 그만두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특징 때문에 어플을 지웠다가도 몇 번이고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원 : 어플은 거의 친구를 만드는 목적으로 사용했어요. 그렇게 만나다가 연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대체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랑은 일이주 동안 메신저로 친해진 다음에 만나기도 했고, 길게 보면 서로 사는 지역이나 되는 시간이 안 맞아서 5-6개월 만에 처음 만난 적도 있어요. 그 만남이 어땠는지는 매번 달랐지만 좋았던 기억이 나빴던 기억보다는 훨씬 많아요.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우선 어플로 대화를 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뒤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게 되는 거니깐요. 대부분 비슷한 성향이나 취향의 사람들이 나와서 재밌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돌고래 : 게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바로 대화를 그만둘 수도 있잖아요, 좋아요. 소개팅이나 미팅은 누군가가 중간에서 소개를 시켜 주는 형식이라서, 그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상대가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대화를 이어가거나 만남을 이어가고는 하는데 어플에서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게 저는 좋았어요. 맺고 끊음에 있어서도 더 쉬워졌다고 생각해요. 하트를 서로 누르는 것만으로도 매치가 돼요. 그렇게 쉽게 맺어지고, 끝내는 것 또한 채팅방을 나가거나, ‘매치 취소버튼 하나로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플의 쉬워진 관계 특성을 잘 보여주지 않나요. 이런 특성이 어쩌면 빠른 것, 간편한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적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그마 : 제 경우에는 이미 가지고 있는 관계들은 대부분 좁고 깊은 편이에요. 근데 가끔 그냥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있다 오고 싶을 때가 있어요. 책임이 덜한 관계가 필요할 때랄까. 그런 관계에서 더 솔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짧게 만나고 헤어지면 그만이라는, 그런 생각 때문에 시험해 볼 수 있는 거죠. 나랑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괜찮은 것 같으면 하나 더 이야기하고, 이런 식으로. 만약 제가 오늘 연락을 시작했는데 저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면 이건 오히려 이 관계를 빨리 끝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저녁 : 저는 친구를 구하는 용도로 대부분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소개팅 어플 같아요. 차이점이라면 소개팅은 지인의 지인을 소개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면 이 사람은 아는 사람의 지인이다 보니까 소개팅 중간에 일어났던 일이나 저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원치 않아도 듣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분과 저의 결말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가게 된다는 점이 부담스럽고 싫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어플에서는 그냥 마음에 들면 대화하고, 그렇지 않으면 넘겨 버리면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서 부담스러운 관심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편했어요.

 

 

 

 

 

3.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오프라인을 통한 만남에 비해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풀을 넓힌다. 기존의 만남이 대부분 자신이 속한 집단과, 생활하는 근거지, 현재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경계를 허물며 이 규칙을 해체시킨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인적 연결망을 넘어선 만남이 어플을 통해서는 빈번하고 쉽게 이루어진다. 마음이 가닿는 순간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자신과 비슷함에서 매력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상대의 다름에서 끌림을 느끼기도 한다.

 

 

영원 : 대화보다는 텍스트를 통해 그 사람이 더 잘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나랑 잘 맞는 사람인지 판단하기에는 대화보다는 텍스트가 좋아요. 게다가 대면 만남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이렇게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만남 후에, 사실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약간의 친밀감 같은 게 생기니까 단번에 끊어내기는 사실 힘들단 말이에요. 근데 어플이나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몇 번 대화해 보고 안 맞는 것 같으면 쉽게 끊어낼 수 있어요. 채팅방을 삭제하거나, 번호를 지우거나. 그러면 그걸로 끝이잖아요. 그래서 관계도 더 쉬워졌어요. 확실히 많이 쉬워졌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보다 육체적이고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가 훨씬 적어요. 원하지 않으면 바로 그만둘 수 있으니까 이 부분에서 부담도 적고... 아마 저처럼 약간 회피형의 성격을 가진 분이라면 더 쉬워졌다고 느끼실 거예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어플은 정말 만날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해줄 뿐, 사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아무리 채팅을 해도 맘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날 때도 있고, 딱 한 사람한테만 한 답장이 정말 맘에 드는 사람과 연을 이어줄 수도 있는 거니까요.

 

 

돌고래 : 하지만 단순히 매칭의 문제에서 벗어난다면, 대화를 나누는 것, 만남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음... 쉬워졌을까요? 저는 어플 속의 상대방과 이야기하는게 새로운 친구들이나, 소개받았던 사람들과 처음 대화를 나눴을 때보다 조심스러웠고 조금은 어렵기도 했어요. 아는 점이 아무것도 없어서, 어떠한 부분이 공통의 관심사가 될 수 있을지 계속해서 탐색해야 했고, 이것이 상대가 숨기고자 하는 정보인지 한참을 고민하고 질문했던 것 같아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만나자는 의도를 돌려 전했을 때는 거절의 말을 완곡히 전달하긴 했지만, 어플로 맺어진 관계에서의 만남 거절은 기존 오프라인 관계에서의 거절과 달리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 대화 자체의 진전이 어려워짐을 느낀 적도 많고요.

 

 

마그마 : 어플을 통한 관계가 정말 더 쉬워졌느냐 하면 아무래도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적어도 저한테는요. 관계 맺기 자체가 쉬워진 게 아니라 어플을 통한 관계가 쉬워졌어요. 아는 것이라고는 어플 상의 정보뿐이잖아요. 틀어지면 삭제하고, 차단하면 끝인 거예요. 이런 쉬워진관계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 같아요. 현재 내가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오히려 어려운데, 어플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삭제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나와 만날 가능성이 있는 관계들을 가볍게 여기게 되는 경향이 없잖아 있어요. 이런 점은 관계를 대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면일 수 있지만, 이 어플을 통해 현재 제가 가진 관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것 같아요. 관계가 얼마나 공을 들여서 쌓아가는 과정인지 깨닫는 거죠. 인간과 관계를 맺어가는 일은 어려워요, 여전히.

 

어플과 기존의 대면 만남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어플에서는 일단 광고 기조가 뚜렷해요. ‘예쁜’, ‘잘생긴’, ‘자취하는’, ‘목소리 좋은’. 친구를 만나는 어플이라고 광고를 하거든요. 근데 막상 어플에 들어가면 이성과의 만남이 기본값이 돼요. 특히 이성과의 관계에서 그 끝은 연애일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선명해요. 다른 관계는 상상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요. 한국에서는 연애를 인간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스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 연애에는 무조건 섹스가 들어가게 되고요. 어플은 한국에서 연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공간입니다.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화와 이해, 그리고 그 사람의 삶으로 다가가려는 어떤 의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간의 연인 관계에서 늘 거리가 중요했어요. 저는 나의 방이 꼭 필요한 사람이고, 항상 모든 것을 연인과 시시때때로 다 공유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요. 이런 것들을 조율하고, 서로의 바운더리를 지켜 주는 한에서 다가가는 거예요. 내가 독립적인 개채라는 감각을 붙들고 있으면서 타자를 사랑하는 일이죠. 저는 사실 종종 친구들과도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껴요. 제 친구들이 들으면 식겁할 말일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어쨌든 서로 가까이에 있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게는 통상적인 의미의 연애가 아니면 뭔가, 생각을 합니다. 무엇인가 언어로 정의할 순 없지만 사랑을 향해 가는 관계가 어렷이 있는데, 그게 연애가 아니면 뭐지? 연애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존의 사랑과 연애를 분리하는 것은 결국 연애 속 역할의 수행이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쨌든, 사용하는 목적과 방식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어플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낮은 확률로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만그래도 일단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어서요. 마지막으로, 기성세대가 어플을 바라보는 시선이 의아했어요. 연애를 하면 어차피 만나서 밥 먹고, 카페를 가고, 술 마시는 게 다인데, 사실 온라인에서 만나 이어지는 연애도 똑같거든요. 근데 저희 부모님은 어플에서 시작했다는 이유로 만남을 무척 싫어해요. 주변에서 연애 상대를 찾는 일과,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연애 상대를 찾는 일은 뭐가 그렇게 다를까요?

 

 

저녁 : 관계의 시작에 있어서는 확실히 쉬워졌다고 느껴요. 전반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쉬워졌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플을 통해 만난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생각하게 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외적인 요소를 포함한 부가적인 요소들이 골고루,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어플은 관계 맺기 (시작)에 있어서 외적인 요소가 8할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화를 시작해도 그저 수박 겉핥기 식의 관계가 한꺼번에 여러 명으로 늘어나고, 또 언제든 스와이프한 번에 시작하고 끝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서 아무래도 오프라인의 관계보다는 가볍게 여기게 돼요. 얼마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깊은 대화나 관계의 발전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도 간간이 어플을 사용하고 있고, 제 성격상 아주 활발하게 이 어플을 통해 깊은 만남을 가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허전하거나 심심할 때 한 번씩 생각날 거예요. , 제가 사용하고 있는 건 외국 어플이라 그런가, 외국인 분들도 많은데 요즘은 공부하고 있는 외국어로 메신저를 나누면서 나름의 언어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잘 사용하면 좋은 어플이 될 수도 있다. 이 정도로 정리할래요, 저는.

 

 

온라인을 통해 시작되는 만남은 기존의 관계 맺기 방식보다 그 맺고 끊음이 쉬워졌으며, 기존 관계의 대부분이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인적 연결망을 통해 연결되는 것과 달리, 온라인을 통한 만남은 지인이나 단체라는 매개를 거칠 필요 없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제공하는 정보를 온전히 믿는 데 어려움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차이들을 크게 느끼기도 하는 반면, 이상적인 만남의 방법과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어플을 다운받으며 특별한 사람을 만날 것이라 기대하고, 누군가는 단지 저녁 한 끼를 즐겁게 먹을 사람을 찾기 위해 접속한다. 고향을 떠나 정착한 낯선 동네에서 친구를 사귀기 위해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쉽사리 털어놓기 어려운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날에 대화할 사람을 찾는다. 누군가는 단지 온라인에서의 관계 맺기만을 원하고, 그 어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관계를 맺는 가장 일반적 방식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경계가 많고 조심스러운 편이며, 관계의 역할 수행에 있어서 쉽게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재미있는 상대와 기약 없이 몇 시간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일은 내게 꽤 매력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밖으로 나가 친구를 만나고, 취향이 비슷한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고,평소라면 일찍 자리를 떴을 모임 자리에 조금 더 오래 남아있는 일로부터 행복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이러한 온라인 만남이 관계를 지나치게 가볍게 만든다고 비난할 수도 있으며, 온라인 관계가 오프라인 관계로 이어지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지고 있던 인맥의 연결망을 벗어난 만남은 당신의 세계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용하는 목적과 방식은 가지각색이겠지만, 온라인을 통해 만남의 기회는 조금 더 다양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은 조금 더 선택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다른 무엇이든 간에. 함께하고 싶은 상대와 방법과 범위를 직접, 더 많은 선택지 아래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고를 수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일이지 않은가.

 

 

 

글 편집위원 베개 (mellinn0309@naver.com)

 

  1. 지금은 ‘소셜 디스커버리 어플’이라고 많이 불리는 어플을 포함한 각종 만남 플랫폼들. [본문으로]
  2. 임수정, 스마트폰 결제 1위…Z세대의 새로운 관계 맺기, <이코노미조선>, 2020-02-2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2628.html, (접속일자 2020.08.26.) [본문으로]
  3. 예를 들어, 1만 8000원짜리 ‘틴더 골드’ 이용권을 구매하면 ‘좋아요’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고, 누가 나에게 ‘좋아요’를 보냈는지 볼 수 있다. 한 회원이 여러 번 결제할 필요가 없으니 매출량 증가는 회원 증가와 유의미한 연관이 있다. [본문으로]
  4. 임수정, 스마트폰 결제 1위…Z세대의 새로운 관계 맺기, <이코노미조선>, 2020-02-2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2628.html, (접속일자 2020.08.26.) [본문으로]
  5.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차별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차별을 반대한다는 뜻에서 서로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는 단어 [본문으로]
  6. friend with benefit의 준말. 섹스 파트너와 유사하지만 파트너 관계가 단지 성적 관계만을 목표로 한다면 FWB는 친구처럼 데이트도 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잠자리까지 허락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7. 틴더는 ‘데이팅 앱’ 대신 ‘소셜 디스커버리 앱’이라는 정체성을 들고나왔다. 편의상 데이팅 앱이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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