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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학생회, 정말 필요하십니까?

연희관공일오비 2018. 5. 2. 21:59

 결국, 올해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단은 공석이다. 그동안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표현이 쓰이는 상황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2년째 비대위를 맞는 지금보다 그 말이 적절한 때가 있을까 싶다. 굳이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같은 일이 2년째 반복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총학생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젠 솔직해질 때가 됐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학생회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시간을 돌려 작년으로 돌아가 보자. 총학생회가 없는 1년 동안 총학생회의 빈자리가 느껴진 적이 있었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과는 달리, 우리의 학교생활에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아무도 총학생회를 찾지 않았다. 불과 일 년 사이에, 연세대학교에 총학생회라는 기구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두의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져 가는 듯했다. 그때 든 의문이 아직도 남아있다. 아무도 총학생회를 찾지 않는다면 총학생회는 누구를,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가.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총학생회만이 아닌 모든 학생회의 문제라는 데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2018년에도 학생회들은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학생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피드백 창구를 운영하고, 선거 기간에는 정책토론회를 진행할 것이다. 평소에도 간식 행사같이 소소한 사업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나리오대로라면, 그렇게 일 년을 보내고 난 뒤엔 안타깝게도 높아진 참여가 아닌, 소모된 집행부들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마다 나오는 대안이 학생들과의 ‘‘소통’’이다. 선거 때마다 본 탓에 이제 너무나 익숙해진 단어, 소통. 그런데 이미 많은 학생회가 소통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소통국을 만들고, 소통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도 소통이 부족한 걸까? 학생사회가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가 소통하겠다는 의지나 노력이 부족해서는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건 누구와 소통하느냐이다. 학생회가 누구의 참여를 기대하느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학생회는 학생 전체를 소통의 대상으로, 참여의 주체로 생각해 왔다. 학생회가 모두에게 참여를 요구하려면, 그 사안은 당연히 학생들 모두의 문제여야 한다. 하지만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학생사회에서 보편적인 문제로 간주되는 기숙사 문제부터가 그렇다. 연세인 중 기숙사에 거주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에서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이렇게 지금까지 모두의 문제로 이야기되었던 것들이, 실은 특정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지금까지 학생회가 해왔던 소통의 방식을 떠올려 보자.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계속해서 학생회는 보편성을 강조해왔다. 학생회는 구성원 모두를 위해 존재하며, 선거는 연세인 모두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고, 여러 가지 사업들도 구성원 전체를 위해. 그러니 참여해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과, 단과대, 총학생회를 막론하고, 학생회가 하는 일은 언제나 모두를 위한 것으로 이름 붙여졌다. 결국 학생회는 누군가의 문제를 모두에게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것이다

 이제는 학생 전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을 연세인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연세인의 문제로 명명된 문제가 내 문제, 우리의 문제로 생각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서론에서 언급한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표현이 와닿지 않는다면, 이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제는 학생들을 묶어내는 새로운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가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생각해보자. 여성이나 남성, 장애와 비장애, 성적 지향 같은 다양한 특성, 혹은 자기가 소속감을 느끼는 동아리나 소모임 같은 공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우리는 학생 전체연세인같은 호명으로 간단히 묶일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로를 구별하는 표시가,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묶어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총여학생회의 학내 페미니스트 네트워킹(Y-FL)’은 학생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Y-FL은 학내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즘 단체들과 총여학생회가 함께 소속된 네트워크다. 이 사업이 학내의 모든 여학생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내의 모든여성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의 비율이 다수를 차지하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페미니즘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은 학내에 페미니즘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며, 이들이 학생회 사업의 잠재적 참여자가 될 수 있다는 증거다. 애초에 모두와 만날 수 없다면,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학생회는 누구와 만날 것인가


 학생회가 아직도 필요한가, 라는 물음에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학생회가 계속 존재하려면 학생들에게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학생회의 유권자는 무색무취한 학생 전체가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과 요구를 가진 실제의 학생들이다. 학생회의 시야에 들어온 누군가가 다수인지 아닌지는 고민하지 말자. 중요한 건 아직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야기된 적 없는 소수의제일수록, 더 공론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더 편파적인학생회가 필요하다.


글  편집위원 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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