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고 있다.이제는 책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책보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안 그래도 적었던 책 구매는 더욱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립서점’ ‘독립책방’ 등으로 불리는 소규모 독립 책방들은 최근 2, 3년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총판이 부도나고, 대형 인터넷 서점들은 사은품으로 경쟁 중인 이 시대에, 누군가는 단순히 책을 읽는 걸 넘어서서 책을 팔려고 하고 있다. 여전히 누군가에겐 들어 본 적도 없는 낯선 것이겠지만 소규모 독립책방은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 대부분의 책방은 언론의 세례를 한 번씩 거쳤고, SNS에서 독립책방은 자주 화제가 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시시할지 몰라도, 바로 내 방이다. 내 방은 넓지도 않고, 채광이 좋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경우 깨끗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난 내 방이 참 좋다. 이곳에서의 추억들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견할 수 있기는 한(find-able한) 장점들을 일일이 늘어놓으면 그 이유가 설명될까? 온갖 단점을 불사하고 여전히 좋을 수 있는 것은 사실 이 좋음이 인위적으로 구성되거나 해체되지 않기 때문도 있다. 내가 내 방에 느끼는 거의 무조건적인 이 좋음, 오랫동안 한 공간과 호흡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냥 거기 있는 이 좋음은 내게는 몇 없는 것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다. 내가 내 방을 좋아한다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는 어..
관상에 대하여 최근 허영만의 을 읽고 있다. 처음에는 틈틈이 재미 삼아 읽던 것인데 나중에는 그 나름의 논리에 푹 빠져 버렸다. 이를테면 코는 ‘나’를 상징하는데, 그래서 코가 높고 클수록 자의식이 강하며 그렇기 때문에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이기적이라는 논리가 있었다. 서양인이 개인주의적인 것이 큰 코 때문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어쩐지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렇게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아님에도 ‘왠지 그런 것 같아’하는 감상이 모여 관상학은 묘한 신빙성을 갖게 되었다. (물론 백 프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고, 반쯤 재미로 반쯤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별자리나 혈액형처럼.) 관상을 접하고 나서의 가장 큰 변화라면 그동안은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예쁘다”와 “못생겼다”로 평가..
‘연희관 015B’는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2016년 11월 24일) 지구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편집위원들과 참석자들은 트럼프 당선의 배경과 그것이 한국에 있는 우리에게 갖는 의미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글은 당시 발제문과 토론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지금 트럼프가 보여주는 충격적인 행보와 2016년의 우려들을 비교해보게 되는데, 그 작업은 흥미로웠습니다. 1부. 발제 트럼프, 혐오에서 답을 찾다 여러분은 트럼프를 뽑은 미국인들이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그렇지 않았는데요. 그러던 중 허핑턴포스트의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트위터를 살펴보면 그 이유는 이렇다고 합니다. '평생 사기 치는 정치인들만 봐왔기 때문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변화가 ..
한국을 대표하는 대하소설 . 토지는 외국에 얼마나 많이 알려져 있을까? 안타깝게도 토지의 번역 출간 현황은 만족스럽지 않다.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 등 5개 언어로 번역본이 나와 있으나 이조차도 5분의 1 정도가 번역돼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작년(2016년) 일본에서 드디어 토지의 첫 완전판 간행이 시작되었다. 일본 유학에 오른 뒤 그대로 정착해 1인 출판사 ‘CUON’(쿠온)을 차린 김승복 대표가 시작한 것이었다. 이미 토지 1, 2편을 출간했고 올해는 3, 4, 5편이 나올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한강)를 비롯해 (김연수), (김애란), (김언수) 등을 한국 문학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차례차례 출간하며 일본에서 한국 문학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그는 책방 주인이기도 하다. 2015년, 160여 ..
이번 총여학생회 around의 회장은 마태영, 부회장은 임소영이다. 학번과 학과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등록 5일 전 처음 만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인생의 친구 한 명을 얻었다며 즐거워했다. 실제로 그들은 사뭇 다른 성격을 가졌는데, 간단히 묘사하자면 태영은 시종일관 웃으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다면 소영은 차분하고 편안한모습이었다. 인터뷰는 한시간 내외로 끝났지만 준비된 질문 외에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이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편안하게 수다 떠는 기분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Q. 요새 어떻게 지냈는지? 소영: 명절 때 설거지 징용을 당해서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총여 일을 시작하고 있다. 새내..
11월 12일 오후 여섯 시 경에 나는 경복궁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내 옆에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한 사람은 의경인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옆 사람에게 한심하다는 말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위 나가는 사람 중에 자기가 왜 나왔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뭐 자랑이라고 과잠까지 챙겨 입고 나오느냐. 얼마 전에 한 어머니가 와서 우리 딸은 잘못이 없다, 놓아 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뭐가 잘못이 없어? 법을 어겼으니까 잘못한 거지. 참…고작해야 스무 살 스물한 살 돼 보이는 여자 애 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얼굴이 빨개졌다. 과 점퍼에 이어 어려 보이는 여자 애까지 나오자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게 차마 한소리 하..
유니버스(Universe)를 넘어선 메타버스(Metaverse). 나는 메타버스에 한동안(어쩌면 여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내 무의식을 잠식한 이 ‘메타버스’라는 놈이 내 꿈에 난입해 들려준 이야기를, 잊기 전에 글로 남기려고 한다. 1부 - 메타버스 내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접한 건 가상현실 스타트업인 바이너리브이알에서 인턴을 하던 무렵이었다. 사수이자 회사 공동 창업자였던 K님은 항상 출근길에 나를 태우고 회사로 향하셨다. 잠이 덜 깬 터인지라 대부분 시덥지 않은 이야기나 정적이 흐르던 이 시간에 어쩐 일인지 K님은 가상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디오 녹음 파일을 틀으셨다. 연설자는 한창 가상현실 논의로 뜨거웠던 2003년, 세컨드라이프를 창업했던 philip rosedale이었다. ..
1. 폭력의 문제 : 2016년 겨울의 광장2016년 12월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다. 봉건시대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전횡이 벌어졌다는 것만큼이나 놀라웠던 것은 100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도, 예측하지 못한 돌발사태나 공권력과의 폭력적인 대치, 혹은 진압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시민들은 시위 도중 경찰기동대에 붙인 항의 메시지 스티커를 스스로 떼기까지 했고, 경찰청장이 이를 ‘평화시위의 상징’이라며 만류하는 훈훈한(?) 광경도 연출되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이를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비교하며, ‘폭력을 유도하는 전문시위꾼’들이 없었다며 이번 시위의 순수성을 나름대로 추켜세웠다.집회가 거듭될수록..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무서웠다. 눈을 뜨면 취업준비생이란 신분이 주는 부담감과 마주해야 하고, 오늘도 취업하지 못하면 대출이자처럼 오늘치의 자괴감, 무기력함 그리고 사람들의 눈치가 늘어날 일이 뻔하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을 자랑하면서도 제 앞가림하기가 가장 어려운 지금의 청년 세대는 그야말로 처연하다. 그중 내 처지가 가장 슬플 때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내 집을 마련하는 너무도 평범하고 당연하(게 보고 자라며 컸던)다고 여겼던 꿈들을 포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다.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취업준비생으로 살면서 내가 아파하고 고민했던 시간의 흔적, 그 일부다.동생 친구의 누나는 삼성에 입사‘했다고 한다.’ 건너 아는 07학번 선배는 오랜 취업준비 기간 끝에 현대로템에 입사‘했다고 한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홈리스
- 코비컴퍼니
- 도시
- 페미니즘
- 영화비평
- 여행
- 공일오비6호
- 공일오비8호
- 공일오비11호
- 몸
- 공일오비
- 사회과학교지
- 공일오비4호
- 죄많은소녀
- 연희관015B
- 공일오비9호
- 공일오비10호
- 윤희에게
- 연세대학교
- 공일오비3호
- 연희관공일오비
- 10호특집
- 책방
- 너 화장 외(않)헤?
- 총여학생회
- 퀴어
- 공일오비7호
- 공일오비13호
- 공일오비12호
- 신촌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