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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여학생회 around의 회장은 마태영, 부회장은 임소영이다. 학번과 학과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등록 5일 전 처음 만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인생의 친구 한 명을 얻었다며 즐거워했다. 실제로 그들은 사뭇 다른 성격을 가졌는데, 간단히 묘사하자면 태영은 시종일관 웃으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다면 소영은 차분하고 편안한모습이었다. 인터뷰는 한시간 내외로 끝났지만 준비된 질문 외에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이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편안하게 수다 떠는 기분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연세대학교 제 28대 총여학생회 around의 부회장 임소영, 회장 마태영, 연희관015B의 편집위원 보경, 시옷. 


Q. 요새 어떻게 지냈는지?

소영: 명절 때 설거지 징용을 당해서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총여 일을 시작하고 있다. 새내기 맞이 준비 때문에 단과대 OT 총여 자료집을 만들고 있고, 운영위원회를 다니면서 반성폭력 발제[각주:1]를 하러 다니는 중이다.

태영: 내가 문제의식은 참 많은 사람인데, 페미니즘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공부하고 있다.

 

Q. 당선 이후로 달라진 게 있나?

소영: 전 총여 잇다에서 집행부원으로 있었는데 대표자의 역할과 집행위원의 역할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다. 성격 검사를 했는데 내향형에서 사회운동가형으로 바뀌었더라. 전보다 말이 많아졌다. 당선 후에 주변 친구들이 자신이 대학생활을 하며 겪었던 성폭력과 성차별을 털어놓기 시작하고,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생기는 게 좀 큰 변화다. 이 사람한테는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태영: 달라진 게 꽤 많다. 일단 등록 5일 전 처음 만난 소영이라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 강권을 못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더 고민하고 말을 한다. 나 또한 말조심하게 되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친구들이 제가 총여를 한다고 하니까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일이 많아졌다.

 

Q. 태영과 소영이 등록 5일 전 처음 만났다는 것은 선본이 굉장히 늦게 만들어졌다는 뜻인가?

소영: 총여를 원래 하던 사람이 하는 게 인수·인계가 편하니까, 그 중심으로 설득하고 다녔는데 내가 설득을 당했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심의위원회가 열리는데 교수 3(부총장, 학생 총장, 성 평등센터 소장), 학생위원 3(총학생회, 총여학생회, 대학원 학생회)이 참여한다. 보통은 학부생끼리의 사건인데 학부생 대 교수 사건일 경우 학생위원 자리 하나가 비는 게 굉장히 영향이 크다. 그것에 설득을 당했다.

태영: 총여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자주 했었다. 원래 여성주의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문제의식은 충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다. 나에게 총여는 큰 자리이고 능력있고 신념이 뚜렷해 보이는 사람들로 구성된 것이었는데, 내가 그거 해도 되나? 나 했다가 맨날 연희관에 대자보 붙어 있으면 어쩌지? 내가 성폭력이 일어날 때 대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고. 주위에서 한번 소영을 만나보라고 했다. 보통 총 단위 선거는 8월부터 준비하는데 2주 전에 내가 정 후보로 결정됐고 3일 후에 소영과 인생에서 처음 만났고, 그다음 날 선본 장 구해졌고, 이런 식이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다. 소영과 나는 둘이 캐릭터가 다르고 능력치가 데칼코마니처럼 다르다. 능력에 대한 불신은 서로 채워준 느낌.

소영: 태영이 걱정한 게 성폭력 상담 건인데 그쪽에는 내가 관심이 많고, 반대로 나는 학생회 경험이 없다. 대표자로서 굴려본 경험이 없으니까. 그런데 태영은 신학대학에서 부회장 하면서 운영을 해봤기 때문에 학생회로서, 또 대표자로서의 경험이 있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Q. 선거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총여 존재의 당위성에 대하여 대답을 공식화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태영: 그건 사실 우리도 궁금했다. 센터라는 공식 기관이 존재하는데 왜 총여가 필요한지, 여학생을 위한 학생회인데 왜 자율경비는 함께 내는지. 물어볼 때마다 대답이 사람마다 다 달랐다. 명문화시켜서 탄탄한 논리를 세우고 거기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보았는데, 모두가 총여를 하는 이유가 달랐다. 역대 총여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신체적 성별이 여성인 사람들이 더 위협을 많이 받기 때문, 혹은 여성이 사회적 소수자의 대표성을 갖기 때문이라는 대답도 있었다. 이렇듯 각자의 생각이 늘 달랐기 때문에 ‘around’의 대답은 내어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의 대답으로 공식화하지는 못할 것이다.

 

Q. 총여로서 최근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소영: 단톡방 사건들 같은 경우 새내기들이 송도캠퍼스로 분리되면서 거기서 친목을 쌓기 위해 만들어진 남자 단톡방이 변질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걸 너무 자기들끼리만의 문화, 혹은 농담으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이다. 올해에도 생겨날까 봐 어떻게 예방을 하고 이미 만들어졌다면 자연 폭파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각 단위 대표자 친구들에게 만약 발견되면 공중분해 해달라고는 하고 있다.

태영: 총여와 성 평등센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도 학부생이고 상담 전문 인력이 아니다. 우리는 학생 대표자이지만 동시에 동등한 학생이고 따라서 처벌 권한이 주어져서도 안 된다. 분명히 센터는 그 일을 해내고 있는데 학생회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지 고민된다. 그 부분은 우리 공약이었던 문화로 귀결된다. 센터는 캠페인을 할 수도 없고 우리처럼 단과대 운영위원회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학생이기 때문에, 대표성을 가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이렇듯 성폭력센터가 못하는 일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Q. 총여 투표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더 많은 여성을 설득하고 연대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나?

태영: 두 가지 문제가 중첩된 것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는 학생사회 전반의 문제. 학생회를 하는 것, 운동을 하는 것,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점점 더 두려워하고 개인적 삶에 더 매몰되고 있다. 두 번째는 총여라는 조직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총여의 경우 여학생에게서 대표성이 나오는 것인데 그들 전반에 우리가 과연 호감을 사고 있었는가, 설득력이 충분히 있는 정치조직이었나? 여학생들에게마저 총여가 왜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 자신이 그만큼 노력했냐는 질문이 총여 내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일단은 그나마 두 번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총여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위원회가 아닌 대표자로서 운동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방법론에 대해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득하지 못하면 주장하는 거지 대표하는 게 아니다.

소영: 내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Q. 총여가 페미니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설득해서 포용해야 할까?

태영/소영: 그렇다.

소영: 총 단위 학생회가 그 정도 설득까지 안 하는 건 게으른 게 아닌가 싶다.

태영: 그런 고민은 처음부터 했다. 총여의 뿌리는 페미니즘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다고 유권자가 아닌 것도 아니다.

소영: 구체적 공약들을 보면 꽤 많은 것들이 대중 사업인데 페미니즘 대숲이라던가 공론장을 만들고 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세연넷만 봐도 굉장히 여성 혐오적이다. 그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해 줄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분들을 설득하고 좀 더 나은 문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을 만드는 것이 총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태영: 설문조사도 하고 싶다. 여러분의 총여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뭐가 아쉬웠고 뭘 더 해줬으면 하는지, 또는 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나와 소영은 이미 페미니즘 담론이 너무 익숙하다.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Q. 임기 중 총학생회와 부딪히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태영: 이 문제에 대해서 제 좋은 친구가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공론장에서 설득을 못 하면 그거는 깔끔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와 마찰이 생긴다면 공식 업무들 사이에서 생기는 것일 거다. 만약 사람들을 설득하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없다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라도 포기해야 한다고 그러더라. 총학생회든 우리든 서로 최종 목표 지점은 더 좋은 학생 사회 만들기이며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추천할만한 페미니즘 입문서가 있다면?

소영: 우리 세대에게는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추천하고 싶다. 실전에서 대응하기 좋은 책이다.

(어머니에게는 어떤 책이 좋을까?)

태영: 용어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소설책이 좋을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책들이나 엄마를 부탁해같이 가족 내에서 토론하는 사례를 담은 책도 있다. 부모님 세대 가부장제는 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와 어린 세대의 간극에 대해서 소설로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페미니즘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빨래하는 페미니즘도 괜찮다. 가족끼리 읽기 좋은 것 같다.

소영: ‘일다라는 페미니즘 언론이 있는데 이곳에 비혼주의자, 가정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쓴다. 페미니즘이 바로 주변 사람들의 일이고 이래서 페미니즘을 하는구나, 문제의식을 느껴야 자연스럽게 책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류 사회에서만 안전하게 살아온 남성들에게는 어떤 책이 좋을까?)

태영: 아버지나 남자 형제, 남자친구를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들 한다. 설득을 포기하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설득해서 될 문제였으면 고민까지도 하지 않았을 거다. 사람이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사람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계속해서 사례를 들어 주고 이것이 우리 주변의 이야기임을 말해 주어야 한다. 어쨌든 성폭력, 성차별이 나쁘다는 인식까지는 왔다.

 

Q. 어떤 총여로 기억되고 싶나?

소영: 친밀한 총여. 총여가 어떤 일을 했는지 바로 떠올릴 수 있게끔.

태영: 역대 총여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개개인을 도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총여들은 꽤 있었다. 그런데 대중 사업에서도 그랬나를 생각해보았다. 8천 유권자 중에서 작년 총여 사업 중에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학회도 동아리도 아닌데 대중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할 수 있는 공약들이 있어야 하지 않나.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기억되고 싶다. (결국, 문화로 귀결된다.) 그렇다. 총여가 0이나 인 사람들을 1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6인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간다. 처음 문제를 제기하고 이건 차별, 혐오라고 말해 주면 에서 0으로 올라 온다. 레즈 샷, 게이 샷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페미니즘의 역사를 말해 봤자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다양한 층위의 세미나와 공약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Q. 마지막으로 총여를 홍보할 기회를 주겠다.

소영: 자율경비 납부를 부탁드린다.

태영: 집행부를 상시 모집하고 있다. 총여실에 온돌이 있고, 햇살이 잘 든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하는 이상적인 공동체에 가깝다. 회의는 2시간밖에 안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학번이나 나이를 잘 모른다. 서로 이름으로 부르니까 그런 게 필요 없다. 뒤풀이도 자유롭게 술이 있는, 혹은 없는 뒤풀이를 골라서 갈 수 있다.




글 편집위원 보경



  1. ‘around’는 단과대 운영위원회를 돌아다니면서 실천 매뉴얼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인터뷰 당일 기준) 모든 단과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성폭력 사건이 생기면 총여로 연락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작업부터 하라는 것 등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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