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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뀔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고 있다.[각주:1]이제는 책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책보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안 그래도 적었던 책 구매는 더욱더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독립서점’ ‘독립책방등으로 불리는 소규모 독립 책방[각주:2]들은 최근 2, 3년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총판이 부도나고, 대형 인터넷 서점들은 사은품으로 경쟁 중인 이 시대에, 누군가는 단순히 책을 읽는 걸 넘어서서 책을 팔려고 하고 있다.

여전히 누군가에겐 들어 본 적도 없는 낯선 것이겠지만 소규모 독립책방은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 대부분의 책방은 언론의 세례를 한 번씩 거쳤고, SNS에서 독립책방은 자주 화제가 되며, 인터넷에 검색해 보기만 하면 곧장 전국의 다양한 독립책방들에 대한 소개글이 주르륵 나열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언론과 SNS를 통해 보이는 책방은 단순히예쁘고 낭만적인 독특한 공간’, 요즘의힙한무언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책방은 이미지로서 소비되고 낭만적이고 아름답게만 그려진다.

물론 모두가 책방을 이러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건 아니다. 로컬샵 연구잡지 브로드컬리 2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과 책 <탐방서점>에서는 그동안 언론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작은 책방들의 공급률[각주:3], 도서정가제[각주:4] 등의 출판계 구조적 문제, 독서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적 문제 등을 언급하며 책 판매 자체가 어려워 사실상 거의 모든 책방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작은 책방들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책방의 현실이 어렵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고, 책방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을 꿈꾼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쫄보 소개] 

쫄보1 : 우연히 연남동의 <헬로인디북스>에 들렀다가 소규모 독립 책방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 뒤로는 신촌 근방부터 시작해 멀게는 제주도까지 책방을 찾아다니고, 다녀온 책방에 대한 짤막한 일지를 작성하며 애정을 키워왔다. 책방이 있는 동네의 풍경, 책이 중심이 되는 공간의 실재, 그 작은 공간에 밀집한 온갖 사유의 집합들을 보고 만지는 것, 책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재밌는 일들을 작당하는 것 등의 책방과 더불어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책방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서 책방에 대한 기사와 책을 읽고 토크쇼에도 참여해보았지만, 알면 알수록 독서 인구 급감의 시대에서 작은 책방의 주인이 되겠다는 것은 지독한 현실이었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쫄보2 : 진로는 모르겠고 책과 국어 시간이 좋아서 국문과에 온 국문학도. 졸업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앞날은 깜깜하다. 글과 책이 곁에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출판사, 도서관, 언론사 등을 생각해보았지만 아직도 오리무중. 우연히 책을 사러 갔다가 독립책방에 대해 알게 되고, 작은 서점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홍대의 여행서점 <짐프리> 사장님의 책방 하면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는 말씀에 솔깃해서 막연하게 책방 주인도 괜찮은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립책방에 대해 알게 될수록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들려와 고민 중이다.

 

책방을 하고 싶긴 하지만 막막한 현실 앞에서 답이 없는 두 쫄보들은 직접 책방 주인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소심하여 말 붙이기도 망설였지만, 사실은 너무나 궁금했던 책방 주인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사심을 채우고) 이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들에게서 조언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취재 다녀올 책방들은 우리와 가까이 있는, 우리 삶의 터전인 신촌과 근방의 책방들로 한정했다. 신촌의 여러 책방 중 임의로 3곳을 선정해 취재를 다녀왔다.

 

신촌 책방 지도 (by 오늘)

 

 

 


다음 편에 책방 <미스터리 유니언>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1. ‘1년간 참고서를 제외한 일반서적을 1권이라도 읽는 사람의 수’인 독서인구 수는 몇 년간 60% 언저리에 머물다 급기야 2015년에는 56%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694) 가계지출 중 월평균 도서구입비의 비중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와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 되었다. (도서구입비 소득공제법제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기사http://www.updow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098) [본문으로]
  2. 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책방’은 독립/소규모 서점, 독립/소규모 책방, 독립출판서점, 동네서점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 이 글에서는 글쓴이의 기호와, 언어의 포괄성을 고려하여 ‘(소규모) (독립) 책방’이라고 통일한다. [본문으로]
  3.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정가 대비 비율. 공급률이 60%면 정가가 10000원인 책을 서점은 6000원에 구매하는 것이다.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고 한 번에 구매량이 많은 온라인 · 대형서점은 낮은 공급률에 책을 구매할 수 있지만, 도매서점이나 총판을 거쳐야 하거나 구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형 · 소형 서점들은 높은 공급률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본문으로]
  4. 현재 실행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10%의 할인과 5% 적립을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완전도서정가제는 아니다. 온라인 · 대형서점은 할인, 적립과 함께 사은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격경쟁력을 지닐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률을 적용 받으면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들은 할인이나 적립제도를 두기가 힘들다. 그래서 많은 서점인들이 완전도서정가제를 주장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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