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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일오비도 어언 10호를 맞이하였습니다! (짝짝짝) 그렇지만 백몇 호를 찍고 있는 모 교지나, 몇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 교지 등 다른 교지들에 비하면 짧은 역사지요. 그래도 ‘10’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를 생각하다가, 문득 공일오비의 시작이 궁금해졌습니다. 공일오비의 탄생연도는 불과 5년 전인 2014년. 이미 여러 교지가 있던 상황에서 공일오비라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요? 초대 편집장은 어떤 생각과 의도에서 공일오비를 만들게 된 것일까요? 당시 편집위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공일오비를 만들었을까요? 그래서 직접 들어보기 위해 모셨습니다! 현 공일오비 편집위원들과 초대 편집위원들의 만남~

:: 모신 편집위원들 ::

◇ 희조 : 초대 편집장. 1호와 2호에 참여했다. 현재는 잡지사 에디터로 활동 중.

◇ 나실 : 필명 나실나실. 희조의 권유로 1호에 참여하여 3호까지 함께 했다. 현재는 신문사 기자로 활동 중.

◇ 주연 : 2호를 우연히 중도에서 읽고 3호부터 참여하여 5호까지 함께 했다. 현재는 뉴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에디터로 활동 중.

 

> 10호를 앞둔 소감이 어떠신가요? 공일오비가 이렇게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희조 : 저 때부터 많은 똥이 생겨서 고생하고 계신 것 같네요(웃음). 사실 당시에는 공일오비의 그다음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망할 거라고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근데 이렇게 유지가 되고 있는 걸 보니까 뿌듯한 마음뿐이네요.

-주연 : 사실 제가 5호 할 때 존폐 위기였었거든요. 신입이 없으면 더 할 사람이 없어서요. 그래서 계속될지 미지수였는데, 지금까지 계속 공일오비를 만들어 온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 최근 호를 훑고 오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초기에 비해 공일오비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실 : 저는 엄청 감동받았어요. 그때 당시였으면 생각도 못했을 소재나 취재 방식도 눈에 띄고, 글의 내용도 그렇고. 우리가 할 때에 비해서 확실히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어요.

-희조 : 이 잡지가 내 손을 떠나고 나서는 색깔이 바뀌든 형태가 바뀌든 내가 슬퍼하거나 아쉬워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변화하는 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최근 호에 대한 감상을 좀 더 듣고 싶어요. 선배들이 보는 현재의 공일오비가 궁금하네요.

-주연 : 아무래도 교지는 계속해서 컨트롤해주는 사람이 없고 그때그때 사람이 바뀌다 보니, 당시 사람들의 개성이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최근호는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학도들의 시선으로 기록해야 할 것을 기록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실 : 콘텐츠에 대한 방향성이나 노선은 확실히 잡혀 있는 것 같은데, 딱 보았을 때 ‘어떤 의제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겠다’ 하는 게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장점인 동시에 한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되 조금 더 톤을 편하게 갈 것 인가, 아니면 확실히 우리의 개성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되실 것 같아요.

 

> 확실히 매번 글 쓸 때마다 고민되는 것 같아요. 대중의 평균 시선에 맞추려고 하다 보면 매번 같은 지점에서밖에 이야기를 못하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건 그걸 넘어선 이야기니까요.

-나실 : 어떤 이슈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어떤 글은 좀 더 대중적이게, 혹은

흥미로워할 만한 지점을 끼워 넣으면 좀 덜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주연 : 아예 ‘특정 독자들은 이해 못 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스탠스로 가도 될 것 같아요. 저는 5호에 여성 자위에 대한 글을 썼는데요. 누군가는 ‘너무 야하다’라고 했었고, 반대로 누군가는 ‘이거 너무 온건하게 쓴 거 아니냐’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한쪽 방향성을 확실히 정해놓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목표가 너무 불분명하고 모두 다 만족시키려고 하면 이도 저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공일오비가 교지가 아닌 잡지로 시작됐다고?

> 공일오비의 시작인 1호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어떻게 공일오비를 만들게 되셨나요?

-희조 : 저도 교지나 잡지에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기존 교지들은 좀 한정적이고 좋은 글들은 많지만 재밌는 글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회대인데 교지가 없어?’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그러다 사회대에도 원래 교지 예산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교지를 새로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다른 교지를 한 학기 해보라고 했지만 ‘까짓거 내가 만들지!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은 생각으로 사무실에 접선하면서 시작됐죠.

 원래 일 벌이는 걸 좋아해서 초반에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힘들다고는 안 느꼈던 거 같아요. 재밌어서. 저는 1호를 만들 때 좀 트렌디하고 예쁘고 멋있는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재밌고 예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욕심이 되게 많았죠. 기존의 교지가 아니라 잡지처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어요.

 

> 공일오비를 잡지로 생각했다는 게 신선해요. 저희는 그냥 교지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잡지라는 것은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희조 : 일단 사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주변에서 사진 잘 찍는 애를 섭외해서 찍어달라고 했거든요. 2호에 있는 사진 화보 기획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거예요. 그런데 전체적인 구성의 짜임새, 쫀쫀함은 사실 거의 없었죠. 학생이고 아마추어다 보니 그냥 ‘하고 싶은 거를 넣었다’에 만족하는 수준이었어요.

-주연 : 전 ‘다른 교지와는 다르게 잡지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그런데 이게 언어화는 안 되어있어도 저희끼리는 공유가 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표지뿐만 아니라 내지도 디자인을 신경 써서 예쁘게 만들려고 했었고. 그렇게 4호 만들 때 디자이너에게 맡겼는데, 디자이너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아동 폭력에 대한 글인 <이제 셀리그먼의 개을 놓아주자>에 코커스패니얼이 사료 앞에서 헥헥거리고 있는 사진을 마음대로 넣은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디자인 손보느라 고생 좀 했죠.

-희조 : 지금 잡지사에 다니면서 더 자세히 알게 된 건데요. 사실은 잡지에는 허튼 사진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안 돼요. 들어가는 사진 하나하나를 전부 신경 써서 고르죠. 동아리 수준에서는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사진도 좀 더 신경 쓰면 나중에 봤을 때 확실히 좀 더 분위기가 사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요.

-주연 : 요즘은 인터넷에도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시대니까 종이에 실을 때는 종이에 실을 만한 이유를 제작자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디자인이 될 테고요. 블로그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레이아웃을 쓸 때랑 직접 그림 배치, 글 구성 등을 신경 써서 만들 때랑 다르잖아요. 그래서 ‘왜 이것을 잡지에 실어야 할까. 왜 잡지라는 걸 만들어야 하고 잡지로 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걸 생각했을 때 구성, 기획, 디자인 등이 단순히 글 쓰는 것 이상으로 많이 중요해지는 작업인 것 같아요.

 

>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디자인의 비중이 많이 높았었네요.

그 당시 다른 교지들도 많이 있었을 텐데 그 교지들에서 충족되지 않았던 게 무엇인지가 궁금해요저희도 다른 교지들도 고려하다가 공일오비로 온 사람이 대부분이거든요.

-주연 : 다른 교지들이 있는데 공일오비가 있어야 하는 이유나 공일오비가 여타 교지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꼭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는 저희가 공일오비를 할 때도 계속 고민이었어요. 인문학적이고 사회학적인 글로 사회비평적인 글을 쓰는 건 비슷한데 어떤 지점에서 다를 수 있을까.

-희조 : 그때는 학내 언론의 역할이라는 걸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일오비를 교지가 아닌 ‘잡지’로 정체화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다른 교지가 학내 이슈를 다루는 것에 의무감을 느낀다면, 우리는 ‘우리가 관심 있는 거 쓰자’ 같은 느낌이었고. 그 당시에 이미 교내 매체의 언론으로서의 힘이라는 게 굉장히 미약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그럴 바엔 차라리 취향의 영역을 신경 쓰자는 쪽이었어요. 어차피 이제는 종이 매체가 누구나 읽는 게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사람만 읽는 게 되어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아예 종이 매체는 콘셉트를 분명히 하고 독자층을 확고하게 정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주연 : 공일오비는 확실히 다른 교지들에 비해서 취향 공동체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펍 공일오비’라고 일반적인 독자 모임이 아니라 공일오비 읽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다 같이 맥주 마시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이것도 공일오비만의 개성인 것 같아요.

저도 어느 교지로 갈지 고민할 때 2호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씀드렸는데, 2호의 세월호 기획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여러 가지 관점을 다 고려해본 뒤에 썼다는 게 글 하나에서 느껴져서 좀 매력적이었던 것 같고. 세련되고 재밌어 보이는 데서 쓰고 싶었는데 그게 공일오비 같았어요. 좀 더 정리하면, 약간 대안적이고 마이너한데, 그걸 조금은 있어보이게 포장할 줄 아는 사람들. (웃음)

-희 : 한마디로 ‘갬성’이네.

 

 

초반 공일오비의 제작 과정은?

> 주제를 전환해서 제작과정에 대한 질문을 드려볼게요. 1호는 학기 중에 만들어졌나요?

-희조 : 1월부터 기획을 시작하긴 했는데 멤버가 완벽하게 구성된 건 3월이었어요. 그리고 책은 6월에 나왔지요. 굉장히 지지부진했죠.

> 저희는 학기 중에는 기획을 하고 방학 중에 글을 쓰는데, 학기 중엔 다들 치여 살거든요.

-희조 : 저희 때는 반대로 방학 중에 공부하려고 했고 글은 학기 중에 썼어요. 그런데 공일오비는 마감이 이날까지 나오면 안 되고 그러는 상업 잡지가 아니다 보니 4월에 마감을 예상했는데 6월이 되고 이런 경우가 있죠.

-나실 :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주연 : 이렇게 무책임하고 행복하게 글 썼던 적이 없는 거 같아. (일동 웃음)

-나실 : 그게 장점이기도 한 거 같아요.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모여서 술 마시고...마음대로 글 쓰고...글 하나에 피드백 두세 시간씩 하고...낭만이었죠.

 

> 학기 중에 만드신 게 정말 대단하세요. 1호에는 직접 취재한 글들도 많던데요.

-희조 : 네, 취재를 했었어요. 그때는 잘 쓰는 사람들이면 책상 앞에 앉아서 쓰는 글이 훨씬 좋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발로라도 좀 뛰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종이에 실을만한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으니까요.

-나실 : 제가 공일오비에서 글 쓸 때는 직접 취재하는 글을 안 쓰고 그냥 노트북으로 검색하고 텍스트 읽고 하는 글을 썼는데 돌이켜보면 좀 아쉬움이 남아요. 현장 취재라는 게 품이 많이 들어가고 어렵고 귀찮지만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9호에 실린 여성 홈리스 글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 1호에도 노점상 취재 이야기가 정말 생생하게 실려있더라고요.

-희조 : 아직도 조금 부끄러운데요. 그땐 막무가내 취재를 해야 되는 기획이었어요, 그냥 고깃집 같은 데 문 열어서 사장님한테 다짜고짜 물어보거나 약국에도 물어보고. 노점상에서 떡볶이 먹으면서 계속 아주머니한테 여쭤보는데 얘기 안 해주면 어쩔 수 없고. 힘들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저한테 많이 도움이 되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하기를 편집위원들에게 바라기는 힘들고, 만약 기사를 풍부하게 쓰고 싶다면 필요한 절차겠죠?

 

> 카테고리 구성에 대해서도 질문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디자인보다는 글의 내용과 구성을 어떻게 할지를 제일 많이 고민하거든요. 저희도 쓰고 싶은 글을 위주로 써서, 각자 글 기획과 소재를 가져오면 사후적으로 모아서 카테고리를 요리조리 묶어보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1호 때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희조 : 처음에는 잡지 한 권이 유기적으로 구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테고리를 먼저 짜 보려고 시도했었는데 잘 안 됐어요. 1, 2호 둘 다. 그래서 이번엔 카테고리를 커버스토리, 학내, 사회, 예술 등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쓰고 싶은 것을 써보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것도 잘 안 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려고 들어온 게 아니니까,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라고 요구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세미나를 하면서 특정 주제에 대해 미리 같이 공부를 하고 이것을 토대로 책을 만들자고 해서 만든 게 3호예요. 읽고 공부를 해서 잘 녹여보자 했는데 이것도 잘 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네가 쓰고 싶은 거 잘 가져오면 기획안 피드백을 할게, 거기서 좀 구성을 잘 맞춰보자'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마무리

> 지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어보았는데요, 진부한 질문으로 마무리해볼게요. 나에게 공일오비란?

-주연 : 저는 아까 말했던, 내 생애에서 가장 무책임하고 행복하게 글을 썼던 곳이요.(웃음)

-희조 : ‘갬성’이다.

-나실 : 티핑포인트요. 공일오비를 할 때는 혼란스러웠지만 돌아보고 나니 공일오비를 하면서 저의 길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게 되었거든요.

 

 이렇게 약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좌담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것을 만들어온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공일오비 20호에도 20호 특집 좌담회가 열리고, 현 편집위원들이 초대받는 일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공일오비는 또 어떻게 바뀌어나갈지 모르겠지만, 공일오비라는 이름과 공일오비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면 좋겠습니다.

 

편집위원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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