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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만에 휴게실 다시 방문해보니
▽ 여전히 내부에 가득 쌓인 청소 비품
▽ 환기구 미비해 답답
▽ 필요한 물건은 직접 폐기장서 주워와 재활용
날씨가 무척 추워진 지난 16일, 연세대학교 제4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들렀다. 처음 이곳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11월 11일이었다. 당시에는 ‘재활용 폐기물 보관실’이라는 명패가 달린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여기 있으면 진짜 큰일 난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약품의 독한 냄새가 코를 찔러대니, 휴식은커녕 잠깐 머무르는 것조차 어려웠다. 코비컴퍼니는 청소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쉴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았고, 따라서 노동조합 투쟁의 일환으로 꾸준히 휴게 여건 개선에 대한 요구를 받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코비컴퍼니는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학교와 업체가 보장해야 하는 청소노동자 휴게 여건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연희관 015B>에서 다시 청소노동자 휴게실을 찾았다. 1
오랜만에 방문한 연세대학교 제4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지난해에 비해 여러 기본적인 비품을 마련한 모습이었다. 커튼이 달렸고, 에어컨과 정수기가 설치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청소노동자 ㄴ씨는 “정수기, 커튼, 믹스커피, 그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코비컴퍼니에서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변에 있던 의자, 책상, 개인 사물함과 수납장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를 묻자 ㄴ씨는 “전부 내가 하나하나 재활용한 것이다.”라 답하며 “학교 교직원이나 학생이 버린 폐기물 중에 쓸 만해 보이는 물건을 수레에 실어 가져와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용역 업체는 생색낼 만한 물건 몇 개만 제공해줬을 뿐, 사람답게 쉬기 위해서 제4공학관 청소노동자들은 하자가 있어 못 쓰게 된 물건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현재 휴게실 내부의 의자는 제4공학관 청소노동자의 인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몇 노동자들은 화장실이나 계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ㄴ씨는 “하루종일 청소 노동을 하지만, 등대고 누울 곳 하나 없는 이곳이 무슨 휴게실인지 의문”이라고 말하며, 장시간 노동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휴게실 환경을 지적했다.
실제로 다른 건물은 모두 청소노동자 휴게 공간의 위생 유지를 위해 청소 비품 보관실을 별도로 마련해두었지만, 제4공학관은 그렇지 않았다. 빗자루, 걸레, 쓰레기봉투 등의 청소용품과 각종 자재가 들어있는 상자가 쌓여 휴게실 내부의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치워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에 쓰는 약품들이 휴게실 안에 비치되어 있었다. 이 화학 약품들은 ㄴ씨의 눈에 만성질환을 일으켰다. 결국 위험을 느낀 노동자들이 직접 약품을 치웠고, 그는 이 과정에서도 “약품에 신체가 노출돼 계속 눈물이 나는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여전히 약품 냄새가 미약하게나마 남아있었다. ㄴ씨는 “환기 시설이 설치가 잘 안 되어 여전히 냄새가 나고 답답하다”고 말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휴게실 문을 열어놓았다. 코비컴퍼니에서 청소를 하고 환기 시설을 마련해주겠다고 하였으나, 이는 기약없이 유예되고 있다. 최근 학교에서 공학관 전기 배선 공사를 진행하면서 해당 휴게실에도 환기구를 달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환기 시설이 아니라 물류 창고에나 달릴 법한 작은 구멍에 불과했다. 이어서 그는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 계속해서 환기가 안 되는 데에 대한 불만을 말하니, 최근에 에어컨을 설치해주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을 위한’ 환기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2018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선 휴게실에서 노동자가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 내부에 쾌적한 공기 질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업주는 환풍기, 사물함 등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비품을 제공해야 한다. 이 중 대다수가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휴게실의 전체적인 환경은 개선되었지만, 이는 노동자들이 절박하게 노력한 결과일 뿐이다. 고용주인 학교와 코비컴퍼니는 제대로 손 써주지 않았고, 고쳐야할 부분은 여전히 많다.
인터뷰의 말미에 ㄴ씨는 “공과대학 학생회는 (청소노동자 휴게실) 개선 공사를 다 했다고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그게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만나 상황을 이야기해주려고 했어요.”라며 학생 사회가 정확한 실태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표 ㅇ씨는 지난 11월 2일에 열린 중앙운영위원회 제29차 정기회의에서 제4공학관 휴게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발제를 진행했다. 그러나 ㅇ씨는 해당 회의에서 공과대학 학생회장으로부터 ‘직접 방문해봤더니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되어 있던데 왜 또 문제 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응답을 들었다. 휴게실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누워서 쉬지도 못하는데, 같은 건물과 복도를 거니는 가장 가까운 학생 대표조차 현실과 동떨어져 인식하고 있었다.
방문을 마치고 떠나려던 찰나, 휴게실 여기저기 일관성 없게 붙어있는 코비컴퍼니의 공식 문서들을 발견했다. 각각 올해 3, 7, 9월에 작성된 문서들은 행동 강령을 준수하지 않을 시 징계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청소노동 업무를 엄격하게 배분하고 있었다. ㄴ씨에게 이에 대해 물으니 그는 "본사에서 (사람이) 직접 와서 붙인 것을 마음대로 뗄 수 없어 그대로 둔다"고 답했다. 기본적인 노동과 휴식 조건은 제공되지 않는 와중에, 휴식을 취해야할 공간에서조차 감시와 통제는 지속되고 있었다. 이처럼 제4공학관 휴게실은 여전히 사람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 좁은 공간은 존재 자체만으로 코비컴퍼니의 노동권 침해 실정을 드러내고, 코비가 더 이상 교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멈춰있는 학교에 학생은 없어도,” 계속해서 학교를 메우고 있는 폭력과 불편이 있다. 두 번째 방문을 끝으로 이 글이 학생 사회의 정확한 실정 파악과 연대를 촉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
제 4공학관 휴게실 한켠에 세척 용액과 청소 비품이 쌓여있다. 청소 비품이 자리를 차지한 덕에, 옷을 갈아입을 곳 조차 없다. 출퇴근 시간마다 이들은 커튼 뒤나, 다른 층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만 한다. | 개인 소지품을 보관하는 사물함은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직접 가져왔다. |
편집위원 노랑, 빙봉, 연자,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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