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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정치에 뛰어들려는 사람은 적다. 세계평화를 위해 UN에 들어가는 꿈을 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당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라는 것이, 정당이라는 것이, 우리와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일까?

 

※ 이 글은 2016년 2월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비둘기가 산다고?”

 

실제로 비둘기가 진짜 사는 공간, 비둘기 방이 있다. 거기에 가보면, 충격적이겠지만, 고양이가 있는데 엄청 통통하다. 비둘기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인간이 돌보지 못하는 주택 안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외의 다른 생물체들, 즉 시민 외에 다른 사람들, 할머니, 약자 이런 사람들뿐만 아니라 고양이, 비둘기, 살쾡이 등이 들어와서 자기가 땅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풍경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곳에 청년이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1. 녹색당?

 

몇 화쯤 빼먹어도 시청에 지장이 없는 일일연속극처럼 우리네 정치도 비슷하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은 좋지만, 뚜렷한 정체성 없이 그때그때 밥그릇 싸움에만 열중하는 기득권 정당들의 모습은 아주 아쉽다. 유럽의 정당들은 보수든 진보든 한 이름을 수십 년 이상 사용한다는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그 이름이 수시로 바뀌어 국민들에게 혼동을 준다. 민주당, 민주 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이런 창의적인 돌려막기 작명법 또한 연속극과 닮았다.

 

2012 3월에 창당한 녹색당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춘 정당 중에서는 그 이름이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창당 직후 총선에 참여했다가 득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등록이 취소되어 이름을 빼앗겼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내 원래 당명을 되찾았다. 녹색당이 지키고 싶어하는 것은 이름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자신들의 정체성이다.

 

녹색당은 분배를 통한 성장이나 소득주도의 성장을 내거는 기존 진보정당과 달리, GDP 증가를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주의에 반대한다.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국가운영이 불평등과 생태위기를 가중할 뿐만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들이 경제성장주의의 벽에 부딪혀 매번 뒤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녹색당은 탈성장노선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녹색당이 주장하는 대안들에는탈핵에너지전환기본법’,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공장식 축산 반대운동', '기본소득' 당론, '초미세 먼지를 없애기 위한 자동차 수요 억제등이 있다. 

 

4 13일에 열리는 제20대 총선에서, 녹색당은 정당명부 득표율 3% 이상으로 원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5 126, 5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했고, 홀수 순번은 여성 후보에게 부여하는 공직선거법과 당헌·당규에에 따라 황윤(영화감독), 이계삼(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김주온(기본소득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 구자상(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신지예(오늘공작소 대표) 후보 순으로 순번을 부여했다.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이유진은 각각 서울 종로와 서울 동작갑 지역구로 출마한다.

 

 

2. 신지예 후보 인터뷰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5번으로 당선된 신지예씨를 만났다. 91년생으로 대학교를 나오지 않고 사회적 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 배우로 일하다가 지역재생단체인 <오늘공작소>를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공작소>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행복을 동료,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가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본래 불광동과 연남동을 활동 기점으로 하고 있었던 신지예씨와 친구들은 2014년, 마포구 망원동의 ‘부흥주택’이라 불리는 오래된 연립주택의 방 한 칸을 주거공간으로 삼았다. 그리고 바로 옆 건물에 ‘이글루망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이 공간을 예술가나 시민단체의 작업실로 대여하면서, 자체적으로도 지역 내 축제, 기술워크숍, 인문학워크숍 등을 기획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녀는 작년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제안을 받고 후보로 당선되었다. 그녀에게 망원동이란, 정치란, 무슨 의미일까. 

 

 

1) 망원동 부흥주택에 얽힌 사연

 

Q. 이 곳(이글루망원)은 굉장히 아기자기하게 잘 가꿔져 있는데, 옆 주택 공간은 굉장히 허름하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떤 곳인가?

 

‘부흥주택’이다. 70년대 초반에 희망주택, 행복주택 등의 이름으로 지어진 주택 중 하나이다. 국가에서거름뱅이’(거지)라고 불리는 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처럼 주택을 싸게 지어서 싸게 팔았다. 건축사적으로는 최초의 가족형 단독주택이었다. 기존에는 기와집 대가족 위주의 주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러한 주택들은 (그 당시의) 핵가족들에 판매가 된 소형 주택(한 가구당 실평수 4.4)이었다.

 

Q. 재개발 플랑이 달려있던데?

 

70년대에 지어지고 나서 80년대 후반 이후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망원동은 예전부터 물난리로 고생했던 동네라서 실제로 그 때문에 사람도 많이 죽었고 홍수가 나면 똥이나 오수 할 것 없이 모두 물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당시 주민들이 똥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002년 전후로 재개발되면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 생기면서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고 (지금 부흥주택이 있는) 땅들은 (재개발되지 않은) 짜투리 땅이 됐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누구도 돌보지 않는 땅이 되어버렸다. 부랑민들이나 어르신들이 쫓기고 쫓겨 들어가 살게 된 지 오래다.

 

Q. 이곳이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도 공간이 매우 흥미로웠다. 보통 아파트 사는데, 예전 아파트는 복도식이라 복도를 공유했다. 뛰어다니고 옆집 아주머니랑 만나고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없다. 공유하는 공간이 적어졌다. 그런데 저곳들은 특이하게 지붕까지 공유하고 있다. 지붕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누군가의 지붕 대들보가 옆집 것이기도 하고 서로를 무시할 없는 공간적 특성이 있다. 

 

Q. 그럼 실제로도 서로 도움을 주는가?

 

그런데 지금은 그게 끊겼다. 왜냐면 자가소유가 아주 적기 때문에. 재개발 얘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딱지 떼기' 하시는 분들이 많이 들어온다. ‘딱지 떼기’란, 집을 갖고 있다가 재개발이 되면 팔아버리는 . 재개발되기 이전에 값을 올려서 팔아버리고 이윤을 챙기는 것이다. 딱지 많이 갖고 계신 분들은 6채까지도 갖고 있으시다. 집에 누수가 나거나 고칠 것이 있을 때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실제로 어르신 중에는 집주인이 집이 고장나도  보수해주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고 들어오신 분들도 많다. 지붕 같은 경우 줄을 한꺼번에 고쳐야 하는데, 지붕에 얽힌 세대 수만 20세대가 넘는데, 20세대가 넘는 집주인이 마음을 합치기가 쉽지 않다.

 

지붕과 마당을 공유한 부흥주택

 

Q. 공간이나 주거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이시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청년이 약자라고 얘기되는 지금의 분위기에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월세살이하는 한국의 대다수 시민이 주거 약자라고 생각한다. 새집을 이렇게 많이 지어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국내 건물 수명은 30년이 안 된다. 일본의 경우 40, 미국의 경우 80, 프랑스는 거의 100년에 가깝다. 한국은 조금만 낡아도 재개발을 하려고 하는데(재개발이 집값을 올리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에), 이는 부동산을 주거의 공간이라기보다 자산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이다. 부흥주택은 신기하게도 80년대부터 자산을 증식시키려는 사람들의 그러한 욕구로부터 피해온 공간이었다. 점이 마음이 들었다.

 

2) 재개발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

 

Q.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예전에 공무원이 여기에 와서, ' 여긴 재개발해야겠네' 라고 말했다, 50대가 조금 넘은 분이셨는데, 우리가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어른들은 삶의 양식이 사실 그런 데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집뿐 아니라 사람을 때도성장’을 향해 있다. 성장이 최우선인 것.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사회가 이제 성장할 없는 시기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많은 아파트를 세운다고 해도 인구수 자체도 줄어들고 있으므로 그곳을 채워서 들어갈 없고, 그뿐만이 아니라 더는 그런 식으로(부동산 증식 등으로) 돈을 벌 수 없게끔 흘러가고 있다.

 

지금 세대들은 오히려 전환을 맞이할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생각한다. 아파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새집에 살지 않아도, 재건축하지 않아도, 물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있는 준비를 갖춘 세대들이 나오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부흥주택같은 경우도, (청년들이 꾸린) 이런 공간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집을 돌보고 가꾸는 사람들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부흥주택이 매우 낡은 것처럼 보이지만, 20년이 지나면 현재 아파트 중에 노후아파트(20년 정도 아파트들) 불리는 곳들도 저 꼴이 . 그때도 부시고 새것을 지을 것이냐? 50 넘는 주상복합을 무너뜨릴 있는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낡은 주택을 고치고 사는 사람들, 아파트 이외의 다른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방식이 주변의 사람들과 공존할 있는 삶의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 나에게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남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아는 세대들이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국과 7배 차이나는 한국 주택의 수명

 

Q. 주거 문제를 정책적으로 연결한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올해도 주택보급률이 계속 증가한다[각주:1]고 하는데, 전부 처리를 못 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고 한다. 미분양이 많다고 하더라. 런 시점에서 땅에 계속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서울시에서 시행했지만 잘 안 됐던 빈집프로젝트 (6개월 이상 빈집을 수리해서 시세대비 싼값에 공급하는 것)라든가, 공공임대주택을 새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낡은 집을 사서 리모델링해서 공급하는 등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의 경우, 기숙사도 문제가 많다. (학교나 지역정부가) 하숙집과 계약해서 값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녹색당이 대안일 수 있을까?

 

Q. 녹색당이 주장하는 것 중에 기본소득이 있다. 당원이더라도 기본소득을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기본소득[각주:2] 지지자들은 일반 시민으로서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를 말한다. 조세법을 바꾸어서 부자들을 증세하고, 누구든지 상관없이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요즘 모두들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 “노동자들의 소득을 올리자고 하는데, 나는 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자리가 없는 이유는, 일의 패러다임이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Human needs not apply(사람은 필요없다)[각주:3]이라는 유투브 채널을 보면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점점 대신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택배. 미국의 산업 중에서 운송업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구글에서 이번에 무인자동차를 만들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인자동차가 완벽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사람보다 사고를 덜 내느냐는 것이다. 사람은 가다가 문자도 하고, 졸기도 하는데, 기계는 그러지 않지 않냐. 그럼 결국 이러한 기술들이 상용화될 것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카카오택시가 그런 무인자동차를 사서 뿌린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무서운 게, 데이터를 저장해놔서 어떤 날에 어디에 사람이 많은지 패턴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동으로 사람 많은 곳에 가서 대기하고 있을 거라는 것.  대부분의 운송업을 기계가 대체하게 될텐데,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40%의 실업률이 나온다는 얘기다. 세계 대공황(1929)이 왔었을 때 미국의 실업률이 25%였다고 한다. 만약, 40%의 운송업자가 할 일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러한 방식의 성장이 가능한 걸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때,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니 서로 나눠야 할 텐데, 이때 줄어든 소득을 기본소득이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첫째 이유. 그리고 또,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스위스에서 지금 국민투표에 부쳐지고 있는[각주:4] 등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복지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 무인동차 사진 Google Self-Driving Car Project

 

Q.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게 가능할까?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다. 요즘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도입한 청년 배당[각주:5]이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한데, 사실 청년이 먼저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장애인이나 농민 같은 계층에서 먼저 달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재명시장은 자신을 기본소득 지지자로 표명하고 있다. 사진 : 경기도 공식 홈페이지

 

Q. 청년이 우선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선 질문에서도 청년이 약자로 얘기되는 분위기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청년이 약자일 수 있다. 그런데, 청년허브가 얘기하고 있는 것은 청년이 약자라서, 다른 약자만큼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주택[각주:6]같은 경우에 민달팽이 유니온 등 많은 청년이 요구하고 있는데, 사실 파이 자체가 너무 적다. 행복주택이라는 자체가, 노인,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한다고 했다가 청년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그 이전에 생긴 파이를 나눠 먹는 형식이다.

 

실제로 청년이 약자냐, 김규항 씨가 한 말이 있는데, 88만 원 세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888만 원  세대와 88만 원 세대가 있다. 소득1%인 청년이 있고, 소득이 1%가 아닌 청년이 있는 것이다. 소득이 1%에 몰려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이 (소득독점)의 문제를 바꿔나갈 주체로서의 청년을 얘기했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이 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청년이 약자가 아니라, 99%가 다 약자가 되어버렸다.’, ‘1%가 지금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4) 끝으로, 정치를 멀게 느끼는 당신에게

 

Q. 정당 정치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흥주택의 경우, 나 같은 사람이 100명이 나와서 이곳을 고치고 바꾸려고 해도 이곳에 대한 어떠한 법적 효력도 가지지 못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어떤 지역에 점거해서 일정 기간을 지내면 집주인이 쫓아낼 수가 없다. 소유권보다 거주자의 거주권을 더 높게 치기 때문이다. 한국은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주거권이라는 개념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럴 때, 괜찮은 정치인 5명이 모여서 이것을 제도화시켜서 바꾸면 되는 거다. 혹은 유능한 정당이 있어서 문제를 제기하고 활동하면 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있는 것보다, 좋은 공동체가 있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좋은 정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녹색당이 특별한 이유는?

 

기성 정당에서는 청년위원회 등을 만들어 청년들을 간판용으로 쓴다. 홍보용으로. 청년정치인을 뽑아서 그들이 마치 청년을 대변하는 것처럼 쓴다. 그런데 청년이 직접 당에 의견을 피력하고 행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색당을 그것이 가능한 구조다. 당의 모든 기조를 결정하는 대의원이 있다. 다른 정당에서는 대의원 하려고 멱살까지 잡는데 녹색당은 그것이 추첨제로 결정된다. 이런 추첨식 민주주의로 운영되는 것뿐만 아니라, 녹색당 지역마다도 활동이 활발한데, 서로 신뢰를 쌓아나가는 프로그램도 많다. 텃밭을 만든다느니, 협동조합을 만든다느니, 삶에 가까운 것들을 많이 한다. 녹색당의 기조도 마음에 들고 이 안에 활동하는 40대들도 폐쇄적이지 않고 10대, 20대들도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한다. 여기라면 다른 정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Q. 바로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청년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굳이 대안적인 삶을 바로 실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당에 들어가는 것은 정치공동체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내가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그러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시민단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당도 당원들이 있으므로 존재할 수 있다. (만약 정치를 한다 하더라도) 회사에 다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사회적 기업이긴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세대를 만나보고 일머리[각주:7]도 많이 생겼다. (신지예씨는 대안학교인 영등포 하자작업장학교를 나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사회적 기업인 ‘이야기꾼’의 책공연 배우로 4년간 근무했다.)

 

Q. 마지막으로, 지금 자신의 삶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행복이 뭔지 모르겠지만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남을 돌보지 마라라고 말하는 시대에 계속 친구들이 생기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서 좋다. 운 좋게도 내 일은 또래들하고만 있지 않고 다른 세대의 사람들과 계속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기쁘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에는 개인 시간이 거의 없었다. 책을 읽거나, 시위장에 가거나 할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과 여가시간을 보낸다. 그런 삶이라 좋다.

 

 

3. (나가며) 죽어가는 땅 위에서

 

어찌 보면, 곧 있으면 무너질 듯 허름한 부흥주택 안에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이야말로 오히려 기회일 수 있지 않을까. 존재가 부정되는, 죽음이 전제된 이 공간은 지불해야 할 것이 그만큼 적은, 구속이 적은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녹색당이 지키고 싶어하는 ‘녹색’의 가치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세상 아무도 돌보지 않는 생명이 실은 가장 원초적이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강력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녹색당을 지탱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었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 이래 아직 국회의원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녹색당은 오는 총선에서, 정당명부 득표율 3% 이상으로 원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2016, 대한민국은 녹색당에 응답할 것인가.

 

 

 

글 편집위원 희조 

 

 

 

 

*연세대학교에 녹색당 모임이 있어 소개한다.

 

Q. 연세대녹색당의 역사,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연세대녹색당(약칭YG)은 2015년에 만들어졌다. 현재 15명 내외의 당원들과 5명의 운영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월1회 정기모임 및 책읽기 모임을 가지며 각종 당내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학내 제1당이지만 (현재 다른 정당의 연세대 모임 들은바 없음)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고학년인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다. 민주화시기 이후 학생회의 역할이 변화된 지금, 학내의 새로운 정치적 공간으로서 대학내 정당 모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즐거운 정치모임에 함께하고 픈 학우분들 언제나 환영한다. – 연세대녹색당 회원 H

 

페이스북페이지

구글메일 yonseigreens@gmail.com

 

 

 

 

  1. 1인 가구를 포함시켜 계산한 ‘신주택보급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8년 100.7%를 기록한 이후, 2009년 101.2%, 2010년 101.9%, 2014년 103.5%를 나타냈다. (뉴시스, “[1988 VS 2015③]성동일은 27년 뒤 '내 집'에 살고 있을까”, 2015-12-11) [본문으로]
  2.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https://sites.google.com/site/basicincomey/home)에 가면 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본문으로]
  3. 2014년 CGP Grey가 만들고 유투브를 통해 공개한 단편 다큐멘터리로 노동시장이 로봇으로 대체될 미래를 그리고 있다. [본문으로]
  4. 2016년 6월, 스위스에서는 성인 1인당 매달 2천500스위스프랑(약 295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스위스, '전국민에 월300만원 기본소득 지급' 국민투표로 정한다”, 2016-02-01) [본문으로]
  5. ‘청년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 취업과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전, 금전적 여유를 만들어줘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도입한 기본소득 개념의 수당이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에게 연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본 정책이나 올해는 예산상 만 24세 청년에게만 연50만원 지급한다.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도 청년배당 정책 채택하라” 이재명 성남시장 제안”, 2015-10-01) [본문으로]
  6.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2017년까지 총14만호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본문으로]
  7. 어떤 일의 내용, 방법, 절차 따위의 중요한 줄거리. / 네이버 국어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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