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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준 (CC BY-NC 4.0)

 

염리 퇴근길책한잔 김종현 대표

두 쫄보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 요청 전 전화를 드렸을 때 흔쾌히 오늘 저녁에 오세요!”라고 해주었던 김종현 대표. 그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성격이 책방에도 그대로 묻어 나오는 듯했다.

이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염리동에 있는 퇴근길책한잔은 밖에 세워둔 조그마한 입간판 외에는 이렇다 할 간판도 걸려있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자 어둑한 조명에 학교 교실의 절반이 넘는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방문 당시 기획 전시를 열고 있던 탓에 언뜻 보기에는 서점인가? 싶을 정도로 책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중앙에는 티테이블과 안락의자가 놓여있었다. 김종현 대표와 한 손님이 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Q. 저희가 둘 다 책방을 실제로 하고 싶다는 것에 공통점이....

하지마세요

Q. (웃음) 아직 그러시면 안 돼요. 조언도 듣고 (나의 대답은 하나야) 책방 소개도 하고 싶었습니다. 먼저,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책방이 있는 걸 그대로, 과장하지 않고 쓰려고 했어요. 책도 있고 음료, 술도 있고 공연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 한 잔이란 단어를 떠올린 거죠. 허전해서 앞에 단어를 하나 붙였죠.

Q. 원래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어떤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됐는지 궁금해요.

직장에 다니다 사업을 좀 했었고, 직전에는 백수 생활을 했었어요. 처음부터 책방을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백수 생활 할 때 주로 했던 걸(책 읽고 커피 마시고 친구 만나고 음악 듣고)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자 하고 출발한 겁니다. 

Q. 언제부터 열었나요?

2015 4월부터 열었어요.

Q. 염리동에 위치한 이유는 아무래도 임대료 때문일까요?

임대료가 싸요. 사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디든.

Q. 주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물을 개인적으로 좋아했고, 또 기성 출판물들을 다루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저도 교보문고 가서 보고, 온라인 주문하거든요. 굳이 우리 책방에 와서 그런 책들을 살 필요가 없죠.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들이 많다고 해도 작은 가게에서 모든 독립출판물을 다 놓을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여기에서만 살 수 있는 거죠.

Q. 열리는 행사들의 성격을 보면, 서점보다는 복합문화공간에 가까워 보입니다.

어떻게 정의를 내리든 상관없는데 사람들이 책방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 서가에 책이 빼곡하고 조용히 보다 나오는 곳이 책방이어야 하냐는 거죠. 누군가는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책을 안 읽더라도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거고.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볼 수 있죠.

방문 당시 충북 도지사 안희정에 관한 책 전시를 하고 있었다.

Q. 오늘 전시도 그렇고 책방 계정의 SNS를 보면사회나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제가 궁금하거나 불만인 무언가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으면 누군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뭔가 답답하다, 그러면 모여요. (옆에 앉아 책을 읽던 손님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웃음) 친구들하고 할 수도 있지만, 책방에 오시는 분들이 취향 공동체 같은 느낌이 있어요. 교보문고는 커녕 책방 일 년에 한 번도 안 가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까지 찾아와서 문을 열 정도면 이미 저와 취향이 어느 정도 맞닿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편하게 얘기하죠.

Q. 서점에 출근하셔서 어 일을 하나요?

거의 일반 직장인 노동 강도의 100분의 1? 숨만 쉬는 수준? 2시쯤에 오픈을 하는데 항상 이 자리에 그냥 앉아 있어요. 책 보고, 지루하면 잠도 좀 자고, 누가 오면 얘기도 나누고 생각도 많이 해요. 그러다 재밌겠다 싶으면 SNS에 올리기도 하고.

Q. 책방을 연 지 벌써 2년 정도 돼가는데, 어떤가요? 책방, 할 만 한가요?

나니까 한다.

어떤 ?

책방은 결국 주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희 책방은 그래도 망하지 않고 하고 있어요. 또 책방은 재밌을 때까지 한다고 했는데 지금 하고 있다는 건 재미있다는 뜻이고 언젠가 책방 그만둔다면 재미가 없어지는 거겠죠.

Q. 앞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나요?

남한테 어떻게 보이겠다는 생각을 거의 안 하지만, 가끔 오시는 분들 보면 숨통, 숨구멍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넥타이를 매고 누가 봐도 반듯한 인상인데,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마이너한 문화를 즐기고, 정치 경제사상 자체도 주류적이지 않은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은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혹은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하루 중에 하는 말 중에 자기 생각이나 취향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책방에서는 막 얘기를 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우리 책방에 와서 초면에 바로 커밍아웃하는 사람도 많아요, 울고 가기도 하고. 다들 나가면 정상인 척 하지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이 미친 세상에여기 미쳤다고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공간이면 좋겠어요.

(배경음악으로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by 강병준 (CC BY-NC 4.0)

 

Q. 책방을 하고 싶은 입장에서 어려운 점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딱히 어려운 점 없어요.

Q. 아까는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당신들이 하면 어려울 거야. (인터뷰어들 좌절) 애인이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고 기대하는 바가 없다면, 만나는 데 있어서 어려울 게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에 몇 번씩은 전화를 했으면 좋겠고, 퇴근을 좀 더 빨리해서 나를 만나러 왔으면 좋겠다는 등의 기대가 있으면 관계가 어려워지는데, 일도 마찬가지죠. 저는 이 일 자체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기대하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내가 자유로운 것. 그건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고 내가 그렇게 하면 되는 문제예요. 그래서 어려움이 없죠.

Q.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 않나요? 유지는 돼야 하니까. 처음 시작할 때도 자금이 필요할 텐데요.

돈 버는 건 기대 없고, 유지만 됩니다. 돈을 잃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예전에 사업했던 경험으로 아주 적은 돈만 있어도 운영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책 파는 게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다행히 그것 때문인지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Q. 요즘 작은 책방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많지도 않고, 많으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장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계속 생산과 소비가 돌고 돌아야 하죠. 인디음악 음원 사이트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하나의 장르가 되는 과정을 보면, 홍대에 공연이나 클럽이 많아지니까 가수들의 실력이 좋아지고 관객들이 많아지는 선순환이 있었어요. 독립출판물도 단순히 비주류 출판물이 아니라 교보문고에도 어떠한 장르로 들어갈지도 모르죠, 언젠가는.

Q.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서점은 늘어나고 있어요

애초에 다르죠. 우리 책방에서 책이 100 팔린다고 해서 교보문고에서 책이 팔릴까요? 경쟁구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예 차별점이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미자 콘서트에 가는 사람과 혁오 음악을 듣는다고 하는 사람은 서로 경쟁포인트, 매치점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 서점에 오시는 분들은 (같은 지역에 있는) 초원서점, 위트앤시니컬에 많이 들르고.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안타깝지만 중요한 지금 읽고 있는 사람들, 혹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예요. 천만영화를 만드는 아니죠. 매니아가 있는 독립영화와 같고, 라라랜드 같은 터지면 좋은 거죠. 이런 시장이라고 인식해요.

Q. 혹시 저희같이 책방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나요?

없어요. 할 테면 해봐. 할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안 할 사람은 하라고 해도 안 해요.

 

 

<부록 책방 손님 이미솔 씨 인터뷰>

Q. 어떻게 오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미솔 저도 책방투어 프로그램으로 인터뷰를 왔었어요. 어떤 덴가 슬쩍 보고 며칠 뒤에 행사에 갔어요. 참여하고 재밌는 거예요, 분위기나 말씀하시는 게.

Q. 꾸준히 들리시는 분인 거네요?

종현 우리 아버지랑도 술 마셨어요, 우리 어머니랑 밥 먹고.

Q. 주변에 사시는 거예요?

미솔, 홍대쪽에 살아요.

Q. 이 부근에 책방이 많은데 굳이 여길 찾으시는 이유는?

미솔 일단 장소가 있고 친분이 쌓이다보니 맘 편해진 것도 있고 (주인장의 매력이라고 얘기해줘) (매력이) 느껴지지 않나요? (몇 줄 안 나간단 말야. 임팩트 있는 단어를 해야지) 여기 오시는 분들도 다 좀 오픈마인드고, 분야가 다르고 하더라도 뭐 하나가 있어요. 말도 잘 통하고.

종현 책방을 비우면 대신 봐주고, 제가 산책 나가면 자기 책 보다가 어디갔냐 전화하고. 근데 그게 전혀 어색하지가 않거든요. 우리가 너무 자본주의를 당연히 받아들여서 착각하는 부분들이 있는 거예요. 일을 시키려면 돈을 줘야할거야. 내가 열어놓고 가면 누가 가져갈거야.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오히려 더 끔하고 자기 것처럼 해놓고 가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실제로 술을 마시고 안내고 갔던 손님도, 제가 까먹었어도 스스로 내고 가고. 장사라기보단 취향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느낌이라서요. 여기 술 부족하면 같이 포장마차 가서 먹고. 그런공간이예요. 그래서 책 안사고 사람들 만나려고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Q. 장소로서 이 책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종현 공간. 책을 파니 책방이긴 한데, 계속 정체성을 물어보면 공간이라고 대답해요. 어떤 공간이냐, 하면 나도 모르지만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 공간. 내가 지금은 책 팔고 싶으니 책방이지만 만약 내가 한달 뒤에 사진하고 싶으면 사진으로 바뀔 수도 있겠죠. 사람들이 책방이라는 너무 큰 카테고리를 하나 두는 것 같아요. 그냥 공간이에요. 내가 만들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기도 하고. 오늘은 또 완전히 바뀌었잖아요. 사람이 나이들면 자기 형태로 변해가잖아요. 그렇게 얼굴에 인상이 생기듯 공간 도 시간이 지나면 변해가겠죠.

이게 몇 개의 지면으로 나가요? 나가요? (※글쓴이: 아닙니다.) 엄청 조금 나가겠네! (손님을 향해) 임팩트 있는 한 문장을 던져도 나갈까말까야!

미솔 책방은 주로 1인이 운영하다 보니까 그 사람 캐릭터 자체가 분위기를 지배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다른 책방을 가보면 폐쇄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경계심이 느껴지는 곳들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심플하고 필요한 말만 탁탁하시는 느낌이었어요. 만약 내가 실수를 하면 이 사람은 나한테 지적을 할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한 거예요. 저는 그게 편했어요.

종현 안 실릴 거 같아. 임팩트가 없었어.

Q. 사람들이 퇴근하고 많이 오세요?

종현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우리 책방에 왜 이렇게 백수, 예술가 많이 오는지 몰라.

 



다음 편에 책방 <사적인서점>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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