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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준 (CC BY-NC 4.0)

 

이대 <미스터리유니온> 유수연 대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신촌기차역 근처 골목길에 숨어있는 ‘미스터리유니온’이었다. 미스터리유니온은 중국어로 뒤덮인 대로변의 화장품 가게들을 지나 뒤쪽 골목으로 빠지면 아기자기한 가게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온화한 인상의 유수영 대표가 맞아주었다. 서너 평 정도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양옆 서가에 천장까지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원목 소재의 서가들과 노란빛의 조명 덕분에 조그마하지만 안락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Q. 미스터리유니온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 추리소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추리소설이 보통 서점에서 구석에, 베스트셀러만 있거나 그렇잖아요. 실물을 눈앞에 두고 보기쉽지 않죠. 한꺼번에 모아놓으면 추리소설 파워도 생기고 매력도 돋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원래는 카피라이터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책방을 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특별히 전 직업과 관련이 없죠. 평생 한 가지 일만 하진 않으니까 다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쭉 생각했었어요. 구체적인 준비는 사실은 한 두달 정도예요, 서점 창업 설명회나 독립 서점 토크 같은 데 가서 얘기 듣고, 현실 인식 하고. 그 전에는 1-2년 정도 마음의 준비와 예비조사 등이 필요하겠죠.

Q. 추리소설 전문서점은 유일무이한데요.

일차적으로는 서점을 하고 싶었고, 추리소설을 좋아했어요.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강하고 정교하죠. 마침 그런 서점이 없었어요.

Q. 방문하는 손님들은 주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인가요?

드러내는 건 아니지만 얘기를 해보면 대부분은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에요. 워낙 색깔이 다양해서 모든 추리소설을 다 좋아하진 않지만요. 연령대는 다양해요. 근처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나 아파트 주민, 혹은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남자분들도 있고, 여자분들도 있어요. 초등학생도 와요. 부모님과 같이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Q. 추리소설을 잘 모르지만 궁금해서 오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추리소설 전문서점이라고 해서 으스스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아니라 좀 더 따뜻하고 친근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나오는 그런 장소를 원했어요. 친근하게 들어올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서점? 단지 꽂혀 있는 책이 추리소설인 거죠. 여러가지 색깔의 추리소설들이 있어요. 추리소설이 피와 살인이 난무하는 소설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사건이 계기가 되는 거지 결국 그 사건 속에 담긴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인 거니까요.

Q. 이 곳(이대 근처)에 서점을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근처에서 얻으려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어요. , 홍대, 망원동.. 홍대 부근에 출판사들도 많고 책방도 많아서 외따로 떨어진 것 보다는 이들과 가까운 곳이 좋겠다 생각했죠. 최종적으로 위치나 골목 안 풍경, 교통, 월세 등을 고려했을 때 여기가 제일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가게도 인연인 것 같아요. 나와 있는 가게를 보게 되는 타이밍이나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여부가 사람 만나는 것과 비슷해요.

 

by 강병준 (CC BY-NC 4.0)

 

Q. 책 읽을 시간은 확보가 되시나요?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열었는데 막상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보통 서점들이 혼자 운영하니까 여유 있게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죠. 사실 소소한 부분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아요. 그래서 모임이나 미팅 같은 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으면 중간중간에 좀 끊어지긴 하지만 책 읽을 시간이 좀 있죠.

Q. 모임이나 행사도 기획하시나요?

지금까지는 한 적이 없고, 올해부터 낭독회, 추리소설 토크 등을 기획하고 있어요 (인터뷰 날짜 기준)

Q. 책 판매만으로는 서점 운영이 어려워서 부수적인 수입을 위한 이유로도 행사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행사 자체만으로는 수입이 안 될 거예요. 오히려 강사료를 지불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죠. 행사를 해서 수입을 얻는다기보다는 서점에 오시는 분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고 해야 하나요. 앉아서 기다릴 수도 있지만 행사를 통해 서점을 찾아오게 만드는 기회를 만들어서 독서인구가, 단골손님이 되게 하는 거죠.

Q. 오픈 한 지 반 년 정도 됐는데, 여태까지의 운영은 어떠셨나요?

어렵지만 이미 각오한 바기 때문에 극복해야죠.

Q. 다들 어렵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런 게 기정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최근에 책방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결과적으로는 트렌드처럼 보였겠지만, 서점을 연 한 사람 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걸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동시대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최근 1, 2년 사이에 많아져서 유행처럼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유행을 따라서 한 사람은 없었을 것 같아요. 너무 위험부담이 크니까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보장된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Q. 책을 좋아하는 것과 서점을 운영하고 손님들에게 책을 파는 건 다르잖아요. 그래서 괴리를 느끼시진 않았나요?

작은 서점은 종합적이에요. 기본적으로는 책을 사고파는 행위지만 일대일 대면이 되고, 손님에게 책을 진심으로 권할 수 있어요. 큰 서점도 마찬가지겠지만 작은 서점이 그렇기 하기에 훨씬 더 좋은 환경이에요.

Q. 책방을 하고 싶은 저희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사실은 남의 경우를 생각을 안해봤기 때문에(웃음)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점을 하는게 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점을 하고싶다는 입장이나 바람이 크다면, 해보는 거죠. 젊은 사람들은 빠르게 젊은 감각으로 잘 할 것 같아요. 50대에요. 오랜 직장생활 후에 하는 일이라 좀 더 오래보고 가는 게 있어요. 스텝을 천천히 가는거에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훨씬 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고 활발한 기획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각오는 해야 되고, 그 각오를 이길만한 열정이 있어야 되고, 그 다음에는 죽기살기로 하면 되겠죠? (웃음) 죽기살기로 하면 너무 그러니까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Q. 혹시 후회하신 적은 없으세요?

후회한 적이요? 후회한 적 없는데. 그리고 나는 후회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웃음) 그리고 특별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각오했던 정도의 어려움만큼 역시 그런 정도의 현실이구나, 그러네. 이런 생각. 이제는 해결을 하는 쪽으로 더 노력해봐야겠다. 그렇게 하고서 가는거죠.

Q. 초기 오픈할 때 목표했던 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건가요?

목표는 유지예요.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거니까. 목표가 특별히 있던 건 아니에요.

Q. 천천히 오래 보며 하시는 것 같은데 언제까지 책방을 하고싶은신가요?

시작했으니까 10년은 가야되겠죠?(웃음)

Q. 운영하면서 이래서 하길 잘했다, 하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서점하는 게 재밌어요. 재밌으면 된 거 아닌가요?

 

 

 

 

다음 편에 책방 <퇴근길책한잔>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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