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 제가 중학생이던 때로 기억합니다. ‘화상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 재택근무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수업을 들은 후에 저는 그 아름다운 미래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아니, 그럼 직장도 안가고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도 있단 말이야? 5년 전에는 기러기 아빠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무척 슬퍼졌습니다. 5년 전에 제가 꿈 꾼 미래가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으니까요. 화상 카메라는 재택근무가 아니라 가족과 떨어져 살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기술로 쓰였습니다. 기술의 발달에 대해, 인류는 언제나 장밋빛 전망을 그리지만 늘 뒤통수를 맞네요. ‘인터넷의 명암’이라는 뻔한 말을 한다는 게 사족이 길어졌습니다. 인터넷은 시작부터 많은 기대와 숱한 우려를 동시에 받아왔습..
대한민국에서의 ‘정치혐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권에 대한 반복된 실망과 환멸이 무관심을 낳았고, 그것이 다시 정치인들의 기득권 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공공연히 반복됐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정치 혐오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마주치게 되는 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사회이다. 우리는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모순과 마주치게 되고 급기야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판단 자체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페미니즘 이슈, 사드 배치, 이슬람 테러와 같은 사안에 무엇이 옳은지 한 번이라도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했던 적 있다면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 것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심지어 온라인에서나마 치열하게 정치적 활동을 하는 사..
※ 2014년 가을 발행한 연희관 015B 2호에 실린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1000일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 사회가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올리는 세월호 4부작의 두 번째 글입니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 나해 - 자우림, Set me free 만약 사람들이 질서에서 집단적으로 이탈한다면 어떨까? 만약 모두가 갑자기 ‘질서를 따르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신호등? 따르지 않는다. 정지선? 지키지 않으련다. 군대? 가지 않는다. 결혼? 그게 뭐야. 국가? 그거 꼭 필요한거야?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가끔씩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정신건강에 그럭저럭 도움이 될 것이다. 이..
※ 2014년 가을 발행한 연희관 015B 2호에 실린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1000일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 사회가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올리는 세월호 4부작의 첫 번째 글입니다. 1. 사회가 참사를 이해하는 방식세월호 참사는 여지없이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사건 자체만으로는 어떤 말도 전하지 않는다. 다만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지금과 같이 한국사회를 집단적 외상에 빠뜨린 비극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까. 한 사회가 외상적 사건을 받아들일 때 중요한 것은 실재했던 사건을 의미로 구성하는 과정, 즉 서사화 과정이다. 사건들이 구슬이라면, 서사는 그것들을 꿰어내 구체적 의미로 만들어내는 실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스웨덴 최초로 27세에 장관(고등교육 및 성인교육 담당 장관)이 된 사람이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2년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는 무슬림 출신이고 여성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음주운전’ 사실보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27살 여성이 장관이 될 수 있는 스웨덴의 정치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아이다 하드지알릭(Aida Hadzialic)이라는 이 여성에 대해 찾아보았다. 그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났고, 5살에 내전을 피해 스웨덴으로 이주한 이민자 출신이었다. 그녀는 16세에 스웨덴 사회민주당에 입당했고, 대학을 졸업한 후 23살에 할름스타드(Halmstad)라는 도시의 부시장으로 일했다. 그리고 27살에 장관이 된 것이다. 그녀는 권력자에 의해 발탁된 것이 아니..
- Total
- Today
- Yesterday
- 몸
- 연세대학교
- 공일오비13호
- 도시
- 사회과학교지
- 홈리스
- 공일오비3호
- 페미니즘
- 공일오비7호
- 공일오비6호
- 공일오비10호
- 공일오비4호
- 연희관015B
- 죄많은소녀
- 공일오비
- 연희관공일오비
- 신촌
- 너 화장 외(않)헤?
- 책방
- 10호특집
- 윤희에게
- 공일오비8호
- 공일오비12호
- 공일오비9호
- 공일오비11호
- 여행
- 코비컴퍼니
- 퀴어
- 영화비평
- 총여학생회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