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사랑, 사랑, 사랑 눈을 뜨고부터 감기까지 세상이 사랑을 부르짖는 소리를 끊임없이 듣는다. 방 안에 가만히 앉아(사실은 누워서) SNS를 확인하다가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필수적인 제품”이라는 문구를 내건 광고를 마주하기 일쑤다. 명절이 다가오는 시기에는 “연애를 (언제) 하냐”는 질문이나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연애한다는 것과 사랑을 한다는 것이 동의어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나 또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사랑을 하기 위해 연애 시장을 부유한다. 사랑을 말하는 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내게 '사랑'이란 단어는 언제나 무겁고 불편하기만 했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길 들으면 오소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나는 사랑을 이야..
온라인에서 만났습니다 온라인 만남 플랫폼을 처음 접했던 것은 학창시절 때였다. 그때부터 인터넷 헤비 이용자였던 나는(죽어도 ‘중독자’라고 하긴 싫었다) 넷상을 동네처럼 들쑤시고 다녔고, 온갖 커뮤니티와 SNS를 거쳤다. 그러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감추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쉽게 감출 수 있었고, 어쩌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이 틀 때까지 핸드폰을 쥐고 있기도 했다. 천성이 조금 느리고, 가벼운 농담을 제외한다면 말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데 한참, 눈앞의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상대인지를 고민하는 데 또 한참이 필요한 나는 이곳에서만 나눌 수 있었던 어떤 깊은 대화들과 어쩌면 ‘tmi’라 불릴 사소함들이 가장 즐겁던 때가 있었..
“와, 축제다” 경주 이(李)씨 상서공파 36대손의 장녀인 나. 우리 가족은 제사를 지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삼촌이나 아빠의 복장은 달라져도 꿋꿋하게 한복 바지와 저고리, 겨울에는 두루마기까지 다 꼼꼼하게 입고 절하시는 할아버지의 주도 아래,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 최소 1년에 3번씩은 제사를 지내야했다. 6·25 전쟁 때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몹시 그리웠던 할아버지는 한평생을 바쳐 족보를 만들고 선산을 유지하셨다. 아빠는 원래 제사를 지낸 기억이 없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갑자기 제사를 지내게 됐다며 어디서 족보를 사오신 게 분명하다고 추측하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으니 바로 할머니 댁에서 지내오던 모든 제사를 이제 우리 집에서 맡으라는 것이었다. 비상이었다. 우..
“너 브래지어 했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브래지어는 일상 영역에서 ‘하’는 것에 해당한다. 브래지어는 더는 단순히 특정한 의류를 칭하는 명사에 국한되지 않고, ‘브래지어 입기’라는 동작 자체의 의미를 머금은 동사가 되어버렸다. 전체 여성 중 브래지어를 해본 적 있는 여성의 비율을 추산하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여성이 브래지어를 해보았고, 했고, 하고 있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들에게 브래지어 하기란 일상의 영역이자, 당위의 차원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여성주의 명제에 따라, 브래지어를 해보았고, 했고, 하고 있고, 해야 하는 나 역시 개인적이고 내밀하지만 동시에 가장 정치적인, 나의 브래지어 하기를 고백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 내게 브래지어..
0. 갈림길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길을 따라 나아간다. 셀 수 없이 많은 갈림길, 그중 하나에 서 있는 우리는 정작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의 사정 하나하나를 알지 못한다. 모를 때도 있고, 알더라도 잊어버릴 때도 있다. 나 역시 그렇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오랜 시간 쟁여둔 무언가가 다른 이의 마음속에서도 살아있기를 바라는 건 종종 부질없게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을 살아가며 나의 사정을 일일이 고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야만 하는 때에도 난처하다 느끼는 순간이 있다. 이 얘기를 해도 될지 고민이 되고, 나의 행동이 그에게 부담이 되진 않을지 걱정을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담긴 이 글은 나의 오래된 이야기다. 1. 한쪽 귀로 살아간다는 건 나는 한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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