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여러 학내 이슈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을 딱 하나만 고른다면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재개편’이라 할 수 있겠다. 학내 언론으로서 공일오비는 ‘총여 재개편’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겪으며 그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바로잡아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학내 구성원들의 권리, 학내 젠더 불평등, 소수자성과 대의민주주의까지 확장된 논의들은 2018년 1학기 연세대학교를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럽게 만들었고, 그 소란스러움의 흔적은 앞으로의 연세학생사회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 흔적이 반드시 바람직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그어진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5월 19일 제29대 총여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2회 인권축제 에서 를 주제로 한 강연이 열린다는 안내가 업로드되었다. 곧바로..
0.‘내 친구 돌멩이는 팽이버섯을 좋아한다. 내 친구 이파리도 팽이버섯을 좋아한다. 이 두 문장은 돌멩이와 이파리라는 두 친구만이 다를 뿐 팽이버섯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의미의 문장이다. 그런데 과연 정말 두 문장은 항상 같은 의미일까. 그것이 모두 같다고 말하는 건 어떤 의미와 효과를 가지는 것일까. 능이와 싸운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분이 너무 안 좋다.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양송이의 일기 中 발췌 옛날 옛적에 버섯 한 송이가 살았어요. 아쉽지만 앞서 돌멩이와 이파리가 좋아한다고 했던 팽이버섯은 아니에요^^. 어느 깊은 숲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이 아니라 깡총 깡총 뛰어서 어디를 가느냐~도... 아니군요. 죄송해요. 여하튼 그 정도로 깊고 나무가 울창하게 드리운 숲속..
장에 가지런히 걸린 옷을 마주하고 서서 무엇을 입어야 할지 생각한다. 그러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청바지와 체크 무늬 남방. 흔하되 무난한 선택이다. 시도해보지 못한 상위와 하위의 조합, 곧 새로움에 관한 상상은 한없이 빈곤하다. 서둘러 옷을 꿰어 입고는 밖으로 향한다. 거울은 확인하지 않는다. 설령 본다 하더라도 의례적인 행위에 그칠 뿐이므로. 단, 향수만큼은 주의를 기울여 고르려고 노력한다. 여름에 어울리는 ‘우드세이지 앤 씨솔트’ 를 뿌릴까 하다가 결국 ‘스타워커’ 를 집어든다. 다소 중후하긴 하나, 우디계열의 나무열매 향인 middle note와 달달함이 섞인 base note가 매력적인 녀석이다. 그러고 보면 향은 아침마다 내가 오로지 나의 의지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다...
2년 전 지금보다는 덜 더웠을 이맘때 여름, 세간을 뒤흔든 ‘메갈리아 티셔츠’ 사건이 있었다. 한 성우가 메갈리아4에서 제작한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가 ‘메갈’ 낙인이 찍히고,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출연했던 게임 에서 작업물을 삭제당했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메갈 낙인과 부당해고라는 측면에서 주목했기 때문에, 그 당시 이 사건이 게임업계에서 벌어졌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사건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게임업계에 휘몰아칠 어마어마한 페미니즘 백래시의 발단이 되리라곤. 단언컨대 게임업계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페미니스트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지난 2년간 게임..
탈코르셋이 새로운 화두다. SNS에는 ‘#탈코르셋_인증’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거나 화장품을 깨부순 사진이 올라오고, 탈코르셋이라며 뷰티유튜버를 그만둔 유튜버도 나타났다. 그렇지만 탈코르셋은 최근 갑작스럽게 탄생한 용어는 아니다. 2015년에 생긴 사이트 메갈리아에서는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인 기제들, 특히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체화해 온 억압 기제들을 ‘코르셋’이라 칭했다. 이를테면 ‘명품을 멀리하고, 조신하며, 더치페이하는 개념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을 개념녀 틀에 끼워 맞추려 하는 것은 코르셋을 조이는 행위이고, 그에서 벗어나는 것은 코르셋을 벗는 것이다. 그리고 2018년 현재, 탈코르셋이 다시금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은 코르셋 중에서도 특히, 외모와 ..
사람들의 집단적인 열망이나 목소리를 살피려면 무엇을 들여다봐야 할까? 우리는 여러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집회를 들여다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집회를 정계, 노동, 여성 등의 키워드로 추려보았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노동자 등 사람들이 그들의 생존을 걸고 광장으로 나와 거리를 행진하며 목소리를 낸 사건이 유난히 눈에 많이 보였다. 분명 특별히 올해만 그런 집회가 많은 것은 아닐 터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을 뿐이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광장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수많은 목소리가 각자의 염원을 담은 슬로건을 광장에 모여 외치고는 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을 오늘도 어디선가 그런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것이다. (*사..
어느덧 공일오비도 9호입니다! 다음 호면 자릿수가 바뀐다고 생각하니 두근거리네요. 저는 알지 못하는 초대 편집위원들의 손으로 탄생한 공일오비가, 수많은 사람들을 거치고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하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공일오비의 호수가 바뀌듯이 공일오비를 구성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바뀌어 가고 있는데요. 이번 호는 남아있던 멤버들보다 새로 들어온 멤버들이 더 많았답니다. 그래서 여전히 공일오비지만, 지난 호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이 구성된 이로비들과 함께 이전 호를 만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독자 모임에서 받은 소중한 의견들을 반영하여 더 나은 공일오비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답니다. 저희의 노력이 독자분들께도 가닿으면 좋겠군요. 이번 호는 지난 호들과 달리 커버..
오로지 결혼관계가 아닌, 새로운 법적 관계에 대한 상상과 실현 꼭 ‘결혼’해서 ‘가족’이 되어야 하나요? 참 피곤한 세상이다. 젊은 여자들은 결혼을 안 하겠다고, 자기네들의 선택을 미혼이 아닌 ‘비혼’으로 부르란다. 동성애자들은 결혼에 미쳤는지 다들 동성혼 합법화를 외친다. 꼭 그 옆엔 십자가와 마이크, 앰프를 짊어진 사람이 동성애는 질병이고 우리 청소년들을 항문섹스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고래고래 화를 낸다. 기성세대는 자꾸 젊은 세대더러 “결혼은 언제 하니”, “때 놓치면 결혼 못 한다”라며 잔소리를 한다. 언론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N포세대’라고 칭하며 나날이 오르는 집값이나 교육비, 취업난 등등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는다. 애 하나 키우는데 드는 돈이 뭐어? 3억? 난 한 달에 백오십 버는데? 이..
015B 10호를 함께 만들어나갈 새로운 편집위원을 모집합니다!공일오비와 함께하고 싶다면 아래 첨부된 지원서를 작성하여 yonsei015b@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Q. 모집기간이 1차, 2차로 나누어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A. 1차 모집기간동안 지원하신 분들은 다음주 수(9/12)에 첫 모임이 진행됩니다.9/19 수에는 9호 독자모임이 있습니다. (누구나 환영!)2차 모집기간은 독자모임을 통해 공일오비를 직접 만나본 뒤 지원하실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수요일에 연속해서 연휴가 껴있어서 2차 모집기간으로 모인 편집위원들의 첫 모임 날짜는 10/10이거나 9월 마지막 주가 될 것입니다.이왕 공일오비에 오실거라면 일찍 오셔서 친해져요! :)
“서울 지하철 4호선은 이주노동자의 ‘서울’ 안산과 이슬람교 서울 중앙성원이 있는 이태원을 잇는다. 안산에서 쭉 올라오다 삼각지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 지나면 이태원에 이른다. 가끔은 시험에 드는 순간이 닥친다. 어느 주말 오후 한산한 지하철, 4호선 사당역쯤에서 지하철을 타면 적잖은 이주민들이 앉아 있다.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과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의 옆자리가 동시에 비었다. 아니, 한두 자리가 비었다면 그건 이주민 옆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자, 어디에 앉을까? ‘저는 차별하지 않아요’ 몸으로 말하듯 이주민 옆자리에 앉는다. 되도록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한참이 지나면, 깨닫는다. 다르긴 다르다. 냄새가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 이 불편함, 너무 익숙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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