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한빛 PD 2016년 1월 CJ E&M PD로 입사해 tvN 드라마 의 조연출을 맡게 되었다. 이 PD는 드라마팀 제작환경 문제로 인해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촬영팀 계약직을 정리해고 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또한, 부조리한 드라마 제작 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자 연출부 내에서 모욕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이 PD는 드라마 종영 다음날인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국에서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개인의 나약함을 탓했으나, 고인의 휴대폰 기록과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고인을 자살하게 만든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고인의 가족과 친구, 이 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CJ E&M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였다. 기자회견과 1인 시위, 추모제 등을 통해서 2017년..
이 글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많이 언급됐다. ‘청년 논객’이라는 단어처럼 청년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단어부터, ‘청년담론’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청년’은 핫한 키워드이다. 도대체 청년이 누구길래? 청년담론이 뭐길래? 청년, 열심히 사는 사람 청년은 인간의 생애주기 ‘유년-청소년-청년-중년-장년-노년-말년’ 중에 한 단계일 뿐이다. 누구나 청년시절을 보내는데도 청년이 특수한 이유는, 청년은 미성숙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마치고 성인이자 사회인으로서 맞는 첫 단계이며, 가장 젊은 세대로서 기성세대와 다른 ‘독특한 감수성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청년은 신세대이고 그에 걸맞게 사회의 분석대상이 된다. 세대론 중에서도 신세대에 대한 관심은 이들..
1. 청년수당? 청년배당? 기본소득? “청년의 삶까지 직권취소 할 수 없습니다.” 분노랄까, 선언이랄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청년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피켓을 들고 서있다.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직권취소처분에 대한 항의성 홍보물이다. 서울시는 2016년 6월 보건복지부와의 청년수당에 대한 협의를 거의 마친 상태였으나 결국 직권취소로 1달 만에 사업을 중단 당했었다. 성남시에서는 청년‘수당’이 아닌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에 대한 소신에 입각한 이름이기도 하다. 노동연계형인 구직수당제와 다르게, 특정 연령의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라에서 금전적 몫을 지급하는 ‘배당’의 성격을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면..
나는 아픈 사람이다 불면. 난 군대 시절 불면이 생겼다. 자유를 제약당한 데에서 온 스트레스부터 해서, 상관들의 암투 사이에서 받은 고통, 1년 위 선임의 고롭힘,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나를 갈구러 왔던 직속상관, 전역 4개월 전까지 막내였기에 감당해야 했던 과중한 업무부담 같은 것들이 나를 잠 못 이루게 했을 것이다. 그 군대 경험이 끝나고도 불면은 지속되었다. 불안. 불안이란 단어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불안은 불면과 함께 찾아왔다. 너무 시달리다 못해 불안해질까 불안에 떠는 지경에 이르렀다. 2개월 정도 폐쇄공포증이 있었다. 어느 순간 아침마다 헛구역질을 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 갑작스러움에 대한 불안이 나를 잡아매고 있다. 외로움. 군대에 ..
모두에게 열려 있는 학교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 되면, 홈리스야학의 학기도 시작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모두 홈리스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홈리스들은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배움에 대한 접근으로부터도 소외된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홈리스야학은 홈리스들에게 문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생각보다 야학은 우리가 다니는 대학과 닮은 점이 많다. 야학에도 봄학기와 가을학기, 두 번의 방학이 있다. 매 학기 첫 주에 열리는 개강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담당 교사의 커리큘럼 발표를 듣고, 손을 들어 ‘수강신청’을 한다. 수업은 홈리스 권리, 기초학문, 문화 · 취미의 세 종류인데, 먼저 홈리스 권리 수업은 주거권, 노동권 등 홈리스들이..
확실히 ‘영화 이야기’는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만 잘 골라도 글 한 편은 나와서다. 유명한 영화면 본 사람이 많아서 좋고, 마이너한 영화면 그만큼 새로운 맛이 있다. 어지간하면 ‘평타’는 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잡지들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이나 비평을 싣는다. 그런데 영화에 대해 글을 쓸 이유가 정말 그것뿐일까?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셋이 모여 각자의 영화 취향부터 ‘좋은'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 그리고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 (가나다 순) 단단 이런 자리에서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보지 못한 영화들이 너무 많아 민망하다. 그러나 스트레스 받으면 근처 영화관의 상영 시간표를 검색하고, 상영관이 적은 영화나 영화제를 위해 발품 파..
매년 초여름이면 누군가에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지만 누군가에겐 1년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날이 다가온다. 바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올해로 제18회가 된 퀴어문화축제는 본래 스톤월 항쟁을 기리는 의미로 매년 6월에 열리지만, 올해는 서울광장의 사용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7월 15일에 열리게 되었다. 흔히 축제의 메인 이벤트인 퀴어퍼레이드의 줄임말인 ‘퀴퍼’로 불리는 이 축제는 성소수자들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고 서로 연대하며 이날만큼은 소수가 아닌 다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날이다. 그런 성소수자들의 축제에,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인 내가 가기로 했다. 나는 작년에 퀴어문화축제에 처음 가보았고 올해 두 번째로 다녀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
¡Hasta luego! 크리스마스 이브가 마감이었던 전공 기말 보고서를 끝내고 일주일 뒤 1월 1일. 우발적으로 발권을 했다. 3월 13일 출국, 5월 3일 입국. 50일의 남미였다. 남미를 선택한 것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미장셴 때문이었다. 그 장면은 CG였지만, 지구상에서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과 가장 비슷하다 하여 실제로 보고 싶었다. 그 뒤로 우유니 사막에 가는 것은 항상 마음 속에만 적어 놓은 버킷 리스트였는데, 기말고사를 준비할 때 우유니 사막에 꼭 가겠다고 SNS에 적어 놨다. 글을 공개적으로 적어 놓으니 정치인의 공약처럼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고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숙제 같은 의무감이 생겼다. 이래서 꿈이나 계획은 주변에 말하고 다녀야 한다는 걸까? 결과적으로 그 글은 반년만..
유니버스(Universe)를 넘어선 메타버스(Metaverse). 나는 메타버스에 한동안 (어쩌면 여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내 무의식을 잠식한 이 '메타버스'라는 놈이 내 꿈에 난입해 들려준 이야기를, 잊기 전에 글로 남기려고 한다. 1부 메타버스 내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접한 건 가상현실 스타트업인 바이너리브이알에서 인턴을 하던 무렵이었다. 사수이자 회사 공동 창업자였던 K님은 항상 출근길에 나를 태우고 회사로 향하셨다. 잠이 덜 깬 터인지라 대부분 시덥지 않은 이야기나 정적이 흐르던 이 시간에 어쩐 일인지 K님은 가상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라디오 녹음 파일을 틀으셨다. 연설자는 한창 가상현실 논의로 뜨거웠던 2003년, 세컨드라이프를 창업했던 philip rosedale이었다. "..
이전의 풍경을 꺼내는 데 나무들이 쓰이는 것은 이들이 뿌리 내린 자리의 주인이기에 함부로 베일 수 없었던 까닭이오, 그렇기에 언제나 늘 있을 것만 같은 그 자리에 누군가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 - 박만수, 「나무 헤는 밤」 중에서 장마의 끝에서 백양로를 걸으면서 길 가운데의 잔디밭을 유심히 보았다. 얼마 전까지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잔디들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가 쳐져 있었는데 다시 보니 사라졌었다. 많이 내린 비 덕분에 잔디들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마찬가지로 학교의 다른 풀들도 무성하게 자라서 대대적인 제초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잘려나간 풀밭에서는 평소보다 풀내음이 많이 난다. 본관 앞의 정원 역시 그런 풀내음으로 가득했다. 냄새를 맡으며 걷던 중에 둥그런 정원수들을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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